천리순례에서 만난 사람들 - 하정수 박선민 모녀
삼보사찰 천리순례 고된 일정 가운데서도 환한 웃음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 하정수(56), 박선민(31) 씨다. 순례 내내 힘에 버거운 순간들이 올 때마다 앞에서 당기고 뒤에서 밀며 한없이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두 사람은 언뜻 자매 같아 보이지만 사이좋은 모녀 사이다.
천리순례 참가 계기는 어머니 하정수 씨 제안에서 나왔다. 천리순례단 모집 소식을 들은 하 씨가 두 딸에게 함께 가자 했던 것. 평소에도 인도와 스리랑카 등 성지순례를 함께 다니던 세 모녀였기에 두 딸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만 스케줄 논의 끝에 직장 일로 바쁜 첫째 딸을 제외하고 둘째 딸만 참가 신청서를 냈다. 두 모녀는 순례를 위해 한달 내 중랑천과 한강 등 하천 산책로를 함께 다니며 모의 연습도 했다고.
어머니 하 씨는 “평생 한번 할까 말까한 삼보사찰 순례를 꼭 딸과 함께 하고 싶었다”며 “막상 와보니 힘들어도 오길 잘했다 싶다”고 했다. 하루 평균 6~7시간을 걷는 고된 여정이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길을 걷다보니 이유없이 불안 증세를 나타내며 하 씨를 괴롭히던 공황장애 증상도 어느새 사라졌다고.
하 씨는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며 “자승스님에게 감사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하 씨는 “마치 말 잔등에 올라타 광야로 향하는 한 마리 작은 개미처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회주 스님과 순례단이라는 말 잔등에 올라타 삼보사찰을 두 발로 직접 걷는 진귀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그래도 ‘전생에 너무 나쁘게만 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남은 인생도 더 감사하게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딸 박선민 씨도 “처음 1,2일차엔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이 되면서 머릿속 생각이 많이 정리가 되고 주변에 감사하게 생각되는 일도 많아졌다”며 “내 두 다리로 직접 이 길을 걷는 자체가 참 고마운 일로 느껴진다”고 했다. 다정스레 어머니 팔짱을 끼던 박 씨는 “언젠가 다시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건강히 두 발로 성지순례를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령=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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