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10월15일 밀양강을 건너고 있다.

경남 부곡에서 밀양으로 접어든다. 부곡면 인교사거리와 무안면 동산삼거리를 잇는 사명로를 따라 홍제사로 들어서는 길, 임도와 국도를 교차하며 걷는 삼보사찰 천리순례단 바로 옆으로 화물차와 대형 트럭이 쌩쌩 지난다. 순례단 길잡이 역할을 하는 지우스님은 새벽 어스름이 사라질 때 까지 바짝 긴장을 풀지 못한다. “랜턴을 들고 있어도 너무 어두워 사람이 안보일 수 있다며 자동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붉은색 경광봉을 연신 흔든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15일차를 맞은 순례단이 밀양 호국 성지에 다다랐다. 홍제사는 사명대사가 태어난 무안면에 자리한 곳으로 국난 때마다 땀을 흘리는 비석으로 유명한 표충비가 있는 곳이다. 이른 새벽 출발해 사명로를 지나 홍제사에 도착한 천리순례단은 홍제사 설법보전 참배부터 했다. 이어 사명대사의 충정이 담겨 있다는 표충비각을 둘러봤다.

표충비와 이름이 비슷한 표충사 모두 사명대사와 연관이 있어 한 데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리적으로는 거리가 멀다. 표충비는 밀양의 서쪽 무안면 홍제사 경내에, 표충사는 밀양의 동쪽 단장면에 있다. 사명대사가 입적할 당시 조선 왕실은 지금의 무안면 중산리에 표충사라는 사당을 지어 사명대사를 제향했다고 전해진다. 병자호란 이후 사당을 보수하고 규모를 넓히며 현재의 표충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표충비만 지금의 홍제사 자리에 남았다. 표충비가 있는 홍제사 인근 약 7km 거리에는 사명대사 생가지와 유적지가 있어 사명대사의 충혼을 느낄 수 있는 호국 성지로 꼽힌다.

사명대사 흔적이 남겨진 무안면에 잠시 머문 순례단은 홍제사에 이어 표충사를 향해 다시금 동쪽으로 향했다. 밀양에서 마지막 삼보사찰 통도사가 있는 양산까지는 약 80km가 남았다. 지난 15일 간 300km를 직접 두 발로 걸어 한반도 남쪽을 가로질러 온 만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정에 순례단 얼굴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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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5일차, 새벽 예불을 하고 있는 천리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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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 가로등에 의지해 길을 건너는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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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지나는 천리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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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차도를 지나는 순례단 몸짓이 민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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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중견기업 '화영' 회장 부부가 회주 자승스님이 이끄는 순례단 응원을 나왔다. 108염주를 전해주는 자승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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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한창인 밀양 하늘 아래를 걷는 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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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 강변에서 징과 꽹과리를 치며 환영 인사를 하는 보문사 신도들.

아슬아슬한 자동차 도로를 벗어나 마주한 샛길에서 순례단은 뜻밖의 환영도 받았다. 중견기업 '화영' 회장 부부가 순례단을 응원하기 위해 잠시 일을 멈추고 전 직원과 응원차 길거리로 나온 것. 표충사 스님으로부터 순례단이 회사 앞을 지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 직원과 일렬로 서 있던 이홍원 회장은 너무 힘드시겠다그래도 이 어려운 시기에 좋은 일을 하신다고 하니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홍원 회장 부인 성정녀 씨는 순례단이 회사 앞을 지나는 줄 미리 알았더라면 음식이라도 대접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 뿐이라고 했다.

생각지 못한 환대에 상월선원 만행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이홍원 회장 부부에게 순례단 108염주를 선물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힘이 빠질 때 쯤 직원들이 나와 응원을 해줘 도움이 많이 됐다직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말했다.

통도사 입성을 3일 앞 둔 이날, 천리순례 일일 참가자로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이 모두 참여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스님, 기획실장 삼혜스님, 재무부장 탄하스님, 문화부장 성공스님, 사회부장 원경스님, 호법부장 태원스님, 사업부장 주혜스님 등 부실장 및 국장 스님들과 재가 종무원 30여 명이 먼 걸음을 했으며, 포교원장 범해스님도 순례단과 함께 걸었다.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순례단의 발걸음이 꿈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순례 대중 모두 건강하게 남은 일정을 무사히 마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스님도 순례단을 찾아 응원의 말을 전했다. 본각스님은 종단의 어른 스님들이 하시는 일에 함께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왔다사부대중 모두가 순례를 통해 각자의 바람과 서원을 이룰 수 있길 함께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천리순례단은 부곡에서 밀양까지 약 29km를 걸었다. 누적 이동 거리 351km, 마지막 삼보사찰인 통도사까지는 비와 추위가 예보돼 있고 사자평이라는 최대 난코스가 남아있다.
 

회주 자승스님이 홍제사에서 불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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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 시간, 바닥에 편히 앉아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며 다시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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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이 일일 참가자로 참여했다. 사진 왼쪽 아래에서 두번째 회주 자승스님과 건너편 총무부장 금곡스님 등이 아침 공양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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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 속 이날 회향지로 들어서는 회주 자승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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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길잡이 역할을 하는 지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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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비구니회도 천리순례단을 찾아 격려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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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부장 금곡스님을 비롯한 부실장 스님들도 걷기 행렬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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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에 들어서는 삼보사찰 천리순례단.
경남 창녕 부곡을 떠나 밀양으로 향하는 순례단. 어두운 새벽 가로등이 순례단을 밝히고 있다. 
부곡 숙영지를 떠나는 순례단 뒤로 플래카드가 보인다. 
새벽길. 어둡고 졸린 시간이지만 앞 도반의 발을 의지하며 걷는다.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스님을 비롯한 부실장 스님들이 홍제사에서 순례단을 맞이 하고 있다. 
홍제사에 도착한 순례단이 아침공양에 앞서 예불을 올리고 있다. 
숙영지를 떠나기전 아침예불을 올리는 모습. 
아침 공양시간 순례단 안전팀이 공양게를 봉송하고 있다. 
어두운 길이지만 앞 뒤로 있는 순례 도반의 렌턴 불빛이 발길을 비춘다. 
표충비에 예를 올리고 있는 스님들. 
마실 나온 할머니들이 순례단을 바라보고 있다. 
반가운 응원. 밀양에 다가가자 화영 임직원이 순례단을 응원했다. 
밀양 강변에서 순례단을 응원한 불자들의 순례단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해가 뜨고 안개가 걷히자 파란하늘이 보인다. 
밀양강가를 걷고 있는 순례단. 

밀양=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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