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산재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 봉행
서울 조계사 앞마당 특설무대서
국내외 산재희생자 155명 추모
총무원장 진우스님 “모든 생명
불성 가져 가볍지 않아...사회적
약자 향한 자비의 시선 갖겠다”
김민석 총리 "실질적 변화 이끌 것"
정부·국회·종교·노동계도 한마음으로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일터조성 '발원'

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안전한 일터 조성을 발원하는 법석을 열었다. 조계종은 11월18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산재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를 봉행했다.
태안화력발전소, 경동건설, 평택항 등에서 산재로 사망한 국내외 희생자 155명 위패가 마련된 가운데 봉행된 이번 위령재는 추모 타종, 정부·국회·종교계 추모사, 천도의식, 천도법문, 유가족 발원문·인사 등 순서로 여법하게 거행됐다. 집전은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 어산종장 동환스님과 어산 스님들이 맡았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천도법문을 통해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사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곳에 모셔진 영가들께서 부처님 자비광명 속에서 평혼히 머무르시기를 간절히 발원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내보내고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 여러분을 위로드린다”며 “부처님께서는 모든 존재가 불성을 지녔다고 가르쳤으며 이는 생명도 가볍지 않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소중한 생명이 일터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스러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어떤 분은 가족을 위해 땀 흘리러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어떤 분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현장에 들어갔다가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고 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경제의 뒤편에서 가장 위험한 일터를 묵묵히 감당한 분들이지만 고용허가제의 틀 속에서 사업장 이동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무차별 단속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며 이주노동자의 영혼 또한 위로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날 위령재가 부처님 말씀을 실현하기 위한 ‘경계의 목탁’이기도 하다며 “조계종은 생명 존중의 가르침을 지키는 종단으로서 산재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이주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향한 자비의 시선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 국회, 종교계, 노동계에서도 추모사를 통해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한 일터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우리나라는 빠른 성장으로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재해로 인한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그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산업재해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지난 9월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안전할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자분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더 이상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산업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최종수 성균관장(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은 “고인들께서는 각자의 일터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며 우리 사회의 기반을 다진 분들이다”라며 “그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더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호영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국회 환노위원장으로 일터가 곧 삶터가 되도록 노동자의 땀과 눈물이 안전으로 이어지도록 생명 존중의 제도를 굳건히 세우겠다”며 “오늘 이 법회가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우리 모두에게 자비와 실천의 길을 밝히는 인연이 되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산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준 조계종에 감사드린다”며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이며 억울하게 희생된 노동자들의 평안을 위해 민주노총은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조성을 발원했다. 이주 아동으로 13년, 청년 이주노동자로 2년을 살다 지난해 전북 김제 특장차 공장에서 사고로 32살의 생을 마감한 강태완 씨의 어머니 엥크자르칼 씨는 발원문을 통해 “일터에서 차별, 착취, 불평등이 사라지고 이주노동자들이 부상과 죽음을 당하지 않을 수 있길 부처님께 발원 드리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평화롭고 평온한 세상에 살아가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고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하다 숨진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오늘 위령재를 마련해준 조계종에 감사드린다”며 “산업재해 예방은 국가적 책무이니 전부처가 나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추모 위령재에는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묘장스님과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스님들과 사회노동위원회 위윈장 지몽스님을 비롯한 위원스님들이 참석했다. 태안화력 김용균 희생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 ‘미등록 이주아동’ 출신 고 강태완 노동자 어머니 앵크 자르칼 등 유가족 30여명도 자리했으며 세월호, 이태원, 아리셀 참사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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