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18일 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시작해 법보종찰 해인사를 거쳐 불보종찰 통도사까지 한반도 남쪽을 가로지르는 대장정이었다. 5개 광역지자체와 12곳 기초지자체를 지나며 삼보사찰을 포함한 9개 사찰을 지났다. 누적 이동 거리 423km, 1077리를 150여 명 순례단이 오직 두 발로 걸어 이뤄낸 벅찬 순간들이다. 불교 중흥과 국난 극복을 기치로 가는 곳곳마다 예기치 않은 환대 속 한국불교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 18일차인 10월18일,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이 울산을 출발해 23km를 걸어 마지막 삼보사찰인 통도사에 도착했다. 비바람과 추위를 헤치고 구법의 천리길을 걷는 동안 순례단은 더 똘똘 뭉쳐 하나가 됐고, 모두의 바람대로 순례의 원만 회향을 이뤄냈다. 통도사에 들어서는 순례 단원들의 이름 하나 하나가 호명될수록 얼굴엔 가슴 벅찬 보람이 스쳤다.
마지막 삼보사찰인 통도사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불지종가 불보종찰이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는 당나라에서 부처님 머리뼈와 어금니 등 불사리 100과를 각각 통도사, 황룡사, 태화사에 봉안했다. 자장율사는 진신사리를 봉안할 목적으로 통도사에 금강계단을 조성했으며 이를 통해 승가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이른 새벽 추위와 싸우며 통도사에 도착한 삼보사찰 천리순례단은 대중의 환대 속 일주문에 들어섰다. 대웅전을 지나 부처님 법신이 모셔진 금강계단을 맨발로 올랐다. 18일 간의 기나긴 여정이 여기저기 찢긴 상처와 부르튼 발에 고스란히 새겨 있었다.
금강계단은 승려가 되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수계의식이 이뤄지는 곳이다. 순례단은 부처님 법신이 모셔진 이 금강계단 불사리탑을 세 번 돌며 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린 뒤 다시 한번 일불제자로서의 본분사를 다짐했다.
이어진 회향식에서 회주 자승스님은 주지 현문스님에게 상월선원 결사 정신이 담긴 죽비를 전달했다. 현문스님은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걸었던 것처럼 여러분의 소중한 한 걸음 한 걸음이 과거와 미래를 향한 등불이며 한국불교의 힘찬 발걸음이 될 것”며 “불교 중흥의 기틀을 마련한 3년 간의 대장정을 이어온 회주 자승스님 원력과 참가 대중의 발심으로 이룬 순고한 구법의 여정이자 값진 인연”이라고 덧붙였다.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은 직접 몸을 부딪히며 수행해온 순례단을 치하하는 법어를 내렸다. 성파스님은 “산에 올라가 보지 않으면 다리의 힘을 모르고 물의 수평을 재보지 않으면 길고 짧음이 나타나지 않듯이, 만행결사를 하신 분과 하지 않은 분은 다르다”며 “아낌없이 칭찬하고 싶다”고 설했다. 이어 “인고의 수행 과정을 겪어 훌륭한 결과를 이룬만큼 지금 이 자리이타의 마음을 새겨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향식을 마지막으로 순례단원 진오스님이 천리순례단을 대표해 부처님 전에 회향 발원문을 욌다. “중생의 이익을 위해 중생의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이르신 석가모니 부처님, 이제 저희에게 남은 것은 실천입니다. 저희는 중생 곁으로 움직이는 불교, 적극적인 불교, 친절한 불교로 나아가겠습니다. 이제 저희는 각자의 처소로 돌아갑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의 깃발을 중생계와 허공계에 회향하오니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길 발원합니다.”
통도사=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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