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사에서 통도사까지 순례
불교중흥 씨앗 틔워 ‘디딤돌’

ㅇ
삼보사찰 천리순례가 18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원만 회향했다. 천리순례단이 강가를 지나고 있다.

불법승 삼보사찰을 걸어서 순례하는 18일간의 대장정이 10월18일 막을 내렸다. 10월1일 승보종찰 송광사를 출발해 화엄사, 실상사를 거치며 전남에서 전북으로, 다시 경남으로 지리산을 두 번 넘었다. 법보종찰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을 거쳐 영남의 가장 험악한 산악지대 사자평까지 넘어서며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불보종찰 통도사까지 순례의 원력 ‘불교중흥’과 ‘국난극복’을 되새겼다.

5개 광역시도와 12개 시군을 거친 423㎞는 서울과 부산의 직선거리다. 천리순례라는 이름처럼 국토의 3분의1을 걸었다. 108명의 순례대중과 지원단을 합치면 150명. 매일 참여한 일일참가대중을 더한다면 하루 평균 200명이 움직였다.  

삼보사찰 순례는 사부대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사찰을 찾아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신행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사부대중이 함께 신심과 원력의 길을 걷고자 함이었다. 험준한 산을 넘는 고난에 버금가는 찻길의 위험, 며칠이나 이어진 비바람과 오들오들 떨어야 했던 급작스런 추위도 순례단의 발걸음을 멈춰세우지 못했다.

“첫째도 포교, 둘째도 포교, 셋째도 포교”라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회주 자승스님의 리더십이 그때마다 힘을 발휘했다. 가장 먼저 일어나서 순례를 이끌었으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순례단 한사람 한사람의 짓무른 발을 어루만졌다. 

순례단은 몸은 고됐으나 18일의 걷기순례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간절한 원력의 힘을 체험한 점이다. 이 한 몸 부서져도 원력을 이루기 위해 해낼 수 있고, 그 원력이 대중으로 모아진다면 그보다 더 큰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미래 한국불교에 희망의 다리를 짓는 불사에 디딤돌을 놓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제 18일 대장정의 대미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마주한 벅찬 감동을 모든 불자, 나아가 새롭게 불교와 인연을 맺을 이들과 함께 나누는 불사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막을 내렸으나, 순례길을 새로 여는 출발점에 선 것과 다름 아니다.

회주 자승스님의 말을 곱씹지 않을 수 없다. “우리를 보는 이들이 신심과 원력을 내서 한국불교 중흥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걷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그 길을 가야한다.” 
 

ㅇ
순례 내내 스님들은 여법하게 가사를 수하고 재가자들 또한 순례 가사를 입은 후 한 줄 행선을 유지했다.
ㅇ
참가 대중 대부분 "사부대중의 힘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순례 도중 물을 마시며 한 숨 쉬어가고 있는 스님들.
ㅇ
험준한 찻길과 고갯길을 건너야 하는 순례길이었다.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