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국사 선원 동안거 정진 현장
템플체험관을 선방으로 활용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대중
호산, 무연, 재현스님 등 결제
토요일마다 선원 개방해서
출재가가 함께 참선하며 정진
“신도들 신심 내서 공부하니
스님도 더 열심히 정진하게 돼”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삼악도를 멸한다는 옛말이 있다.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을 외호하고 공양만 올려도 선업을 쌓을 수 있는데, 수좌 스님들과 한 공간에서 참선수행을 함께 한다면 어떨까. 서울 수국사(주지 호산스님)가 신축년 동안거 기간 동안 출가자와 재가자가 같이 정진하는 열린선원을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2월4일 주말정진이 한창인 수국사 선원을 찾아가봤다.
올해 동안거에 문을 연 수국사 선원에는 2019년 겨울 위례 상월선원에서 목숨을 걸고 정진했던 선원장 무연스님과 재현스님, 호산스님을 비롯해 입승 인성스님 등 9명 스님이 결제 중이다. 상월결사의 정신을 잇는 수행처답게 수국사 선원은 도심 속 수행공간이며,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하는 수행공동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느 수행처가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해 있는 것과 달리 수국사 선원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종무소 바로 앞에 있다. 선원으로 지어진 전각이 아니라 새로 지은 템플스테이체험관을 활용한 까닭이다. 선원 내부 벽에는 부처님 고행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위례 상월결사와 자비순례, 삼보사찰 천리순례 등 상월결사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이 걸려 있다.
중앙에는 스님들 숙소인 텐트가 있다. 위례 천막결사 때처럼 스님들은 큰 방에서 생활하며 낮에는 면벽정진하고 저녁에는 텐트에서 잠을 자며 대중생활을 한다. 실내 온도는 17도 내외로 서늘하게 맞춰놓고, 오후불식하며 하루 9시간 정진을 이어간다. 천막결사 때와 비교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설이지만, 검박하게 먹고 정진하는 스님들의 생활은 그대로이다.
호산스님은 “좋은 조건을 갖춘 선방이 아니지만, 수행하는 스님들이 시간을 정해서 참선하고, 생활하니 그 자리가 곧 선원이 되는 것 같다”며 “소림굴 조사가풍이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다”며 좋아했다.
매주 토요일 재가자의 선방출입을 허락해 스님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중공양 때를 제외하고 재가자들이 선원에 들어가기 어렵다. 더군다나 결제 중에 선방에서 수좌 스님들과 같이 정진한다는 것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기회다. 그래서 수국사 선원의 토요정진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주지 호산스님은 “결제 때 선원을 일반에게 개방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선뜻 수락해준 수좌 스님들에게 감사하다”며 “경계에 끄달리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 스님을 보고 배우는 신도들이 있어, 수국사 선원은 지금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상월결사의 정신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동안거에는 60여 명의 불자들이 토요일 오전8시부터 10시까지 2시간, 오후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정진하는 기회를 잡았다. 토요정진에 방부를 든 신도들은 주지 스님 덕분에 선원에서 수좌 스님들과 정진할 수 있게 됐다며 너나 할 것 없기 기뻐했다.
합창단 지휘자이기도 한 연정연 불자는 “참선이라고 하면 멀게만 느껴졌는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스님과 같이 정진하는 정진력이 생기는 것 같다”며 좋아했다. 이미류 씨는 “입재 때 스님이 좌선 자세를 지도해준 덕분에 가르침 따라 수행하고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김옥희 불자도 “지난해 묵언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수식관 체험을 한게 동안거 정진에 큰 도움이 된다”며 덕분에 힘있게 참선정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산스님은 “정진력 있는 스님들이 선원에서 함께 정진하니 도량에 법향이 그득하다”며 “신도들이 신심 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내 스님들도 더 열심히 정진하게 된다”며 수행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전했다.

한편 이날 상월청년회 회원 30여명은 입승 스님으로부터 좌선의 기초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결제 중인 선방에 들어가는 특별한 기회를 얻은 청년 불자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마련한 공양금을 선원에 전달하고, 좌선을 배우기 전 108배 정진을 하며 심신을 가다듬었다. 호산스님, 지도법사인 효연스님 등 칠불회 스님들과 법당에서 108배 정진을 마친 청년 불자들은 선방에 입실했다. 불교에 갓 입문한 새내기 청년 불자를 위해 입승 스님은 참선 자세와 호흡에 대해 일러줬다.
30여 분간 참선 기초에 대해 설명하고 함께 정진한 입승 스님은 “앉아있다가 힘들면 다리를 바꿔보면서 정진 시간을 이어가면 점차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단전호흡을 하듯 기운을 아래로 내려놓기 위해 노력하면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며 꾸준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이제준 회장은 “1년 만에 참선을 다시 시작했는데 고요히 앉아 있는게 너무 어려워서 하루 9시간 정진하는 스님들이 대단하다 생각된다”며 “청년회 회원 여럿이 발심해 토요일 오전에 정진하기로 했다. 스님들 기운 받아서 열심히 참선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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