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야단법석…천막 안에는 추위와 오롯이 ‘나’
밖에선 야단법석…천막 안에는 추위와 오롯이 ‘나’
  • 홍다영 기자
  • 승인 2019.12.03 17:2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례 상월선원 22시간 무문관 체험기

낮에는 영상 20도 훈훈하다가
일몰 직후 0도로 급격히 하락
신문지 한 장 깔고 있는 기분

천막 밖 야단법석 그나마 위안
옆에 도반 없으면 못견딜 시간…
9명 스님들 숭고한 원력 체감
부디 건강한 원만회향 바라다
해가 지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법당에서 울리던 기도 소리가 끝나자마자 천막 안에는 추위와 오롯이 ‘나’만 남았다.

“내의 3개 이상 껴입었어요?” 11월30일 상월선원 무문관 체험관으로 향하는 기자에게 총도감 혜일스님이 물었다. 이제 드디어 시작되는 것인가. 도대체 얼마나 춥길래, 가슴이 두근거렸다.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용맹정진에 함께하려는 재가 외호대중들의 동참을 앞두고, 주최 측에서 언론에 먼저 체험관을 열었다. 지난 11월30일 낮12시부터 12월1일 오전10시까지 22시간 동안 9명 스님들과 정진을 함께했다.

이날 오전 108배를 올리고, ‘정진체험 참가에 있어 선원 지시에 따른다’는 서약서에 이름을 쓰고, 체험관으로 자리를 옮겨 묵언 목걸이를 걸고, 휴대전화를 반납할 때까지 이 모든 과정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낮12시, 철커덩 소리와 함께 철문이 굳게 닫혔다. 정진에 함께하게 된 수행 도반, 강인숙 불교방송 작가와 기자 둘만 덩그러니 남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끝으로 입도 닫았다.

체험동은 말 그대로 동안거 기간 동안 스님들처럼 자발적 고행을 하려는 외호대중을 위해 준비된 공간이다. 10평 남짓한 곳에 1인용 텐트 4개가 나란히 놓여있다.

직접 만져보니 말 그대로 최소한의 눈과 비만 피할 정도의 구조물이다. 한손으로도 잘 들린다. 바람 한 번 휙 불면 금세 저 멀리 날아가 사라져도 모를 여리여리한(?) 텐트였다. 한 쪽 공간에 작은 탁자 하나, 체험객을 위한 넉넉한 물과 컵, 봉지커피, 필담노트, 전기 주전자, 청소용품이 놓여있었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다.
 

체험관에 들어가자마자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스님에게 휴대폰 등을 반납하고 있다.

벽에는 ‘결제대중 무문관실 정진표’가 붙어 있다. 오전4시 기상, 4시50분 도량석, 5시 새벽예불 및 참선(2시간), 7시 운력, 8시 참선정진(3시간), 11시 공양, 오후1시 참선정진(5시간), 오후6시 저녁예불 및 참선정진(4시간), 11시 운력, 12시 자율정진으로 짜여져 있다. ‘취침’이라는 두 글자는 어디에도 없다. 스님들이 이렇게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기만 하다. 자나 깨나 화두를 챙기라는 일정표 하나에도 결연한 의지가 녹아있다.

저체온, 저혈당, 탈수·영양실조 등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간단히 적은 내용도 있다. 함께 들어온 도반은 수행 고수의 포스로 오자마자 참선에 들었다. 사실 기자는 스님들과 유사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처음에는 마냥 들뜨고 신기해 공간을 살피느라 참선은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오후2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토요정진법회의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였다. 대중들 독송과 어우러진 대북과 징소리가 경쾌했다. 밝고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스님들도 같은 마음일까.’ 바로 옆 스님들 곁에서 같은 음성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도반은 필담노트에 ‘응원가’처럼 들린다고 적었다. 기자도 마음속으로 따라 대다라니를 독경하고 석가모니불을 외치며 정진을 이어갔다. 시종일관 저리는 다리도 마음을 다른 곳으로 옮기니 좀 덜 했다.

교계 활동을 어느 정도했다면, 절대 모를 수 없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건 오후4시35분. 세 시간에 가까운 기도를 여법하게 마무리한 것을 서로 격려하며 힘찬 박수로 야단법석의 시작을 알렸다. 보이진 않지만 천막법당에 가득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미 귀는 정진대중의 소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천막결사가 사회를 새롭게 밝히고, 불교 대전환의 기점을 만들 것입니다(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렇게 훌륭한 법회를 보고 있으니 준비하시는 분들이 대단하네요(김상규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장)” “상월선원에 와서 다라니로 마음의 찌든 때를 씻고 수행증장 할 수 있도록 토요일마다 법회에 동참하겠습니다(정청현 포교사단 서울지역단장)”.

대중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교계 주요 인사들의 소감을 들으니 여기 들어온 이상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진다운 정진을 단 몇 시간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소감 발표 시간 말미, 그 분(?)이 또 다시 마이크에 대고 ‘불교신문 홍다영 기자 불교방송 강인숙 작가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보내자, 큭큭거리며 웃고 말았다.
 

12월1일 새벽 5시 무렵 체험관 온도계는 0도를 가르키고 있다.

흥겨웠던 야단법석이 썰물처럼 밀려나가고 다시 ‘나’만 남았다. 오후5시30분부터 추위와의 한판 싸움이 시작됐다.

정말 문제인건 급격한 온도 차였다. 취재 과정에서 모두 드러난 사실인데, 역시 직접 직면하니 보통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들어왔을 때 내부 온도는 20도였다. 그러나 해가 떨어지자마자 훈훈함은 사라지고, 1도 2도씩 슬슬 떨어지더니, 6시25분 5도까지 내려갔다. 낮과 비교했을 때 반토막도 안 되는 수치다.

바닥도 얼음, 손과 발도 꽝꽝 얼은 지 오래. 코도 너무 시렸다. 마스크를 챙기지 않은 것이 크게 후회됐다. 옆에 있던 도반이 필담노트에 ‘입술이 파랗다’며 걱정의 눈빛으로 쳐다봤다. 애써 괜찮은 척 했다. 유단포에 팔팔 끓는 물을 담았다. 손과 가슴, 배, 다리와 발로 옮겨 가며 참선에 들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모자달린 후드에 다시 등산용 방한 니트, 거기에 긴 김밥 패딩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앉았지만, 추위가 온 몸으로 타고 흘렀다.

두 시간쯤 지나자 3도까지 내려갔다. 맑은 콧물이 계속 흘렀다. 커튼을 쳤지만 소용없다. ‘스님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고생을 왜 사서 할까’ ‘집에 어머니는 잘 계실까’ ‘지금이라도 나갈까’ ‘급 탈출하는 것으로 기사를 마무리할까’ 등등 온갖 상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몸이 힘들어지자 마음은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했다.
 

상월선원 천막법당에서 108배를 올리는 것으로 체험이 시작된다.

그때 전강스님 법문이 산자락에 울렸다. 바깥 소음과 겹쳐 모든 내용을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진실로 공부하라” “활구 참선 뿐”이라는 당부에 정신을 다시 가다듬었다. 이뭐꼬 이뭐꼬를 수백번도 더 했던 것 같다. 오후8시50분, 전강스님 법문도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추위와의 싸움에서 졌다. 홀로 정진하는 고독한 수행자를 남겨놓고 텐트 속으로 들어갔다. 침낭에 몸을 파묻었다. 따뜻한 온기가 하나도 없다. 마치 노천 바닥에 신문지 한 장 덮고 누운 것 같은 기분이다. 유단포를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30분 넘게 벌벌 떨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칠흑 같은 새벽을 뚫고 나온 도량석 소리에 스프링처럼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얼마나 캄캄한지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됐다. 시계는 오전4시50분, 온도는 0도 가까이 떨어졌다. 비도 내렸다. 스님들 천막에 비가 그대로 들이쳐 거의 퍼낸 수준이었다는 참극이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옷도 한 벌 뿐인데 젖은 바닥을 닦으며 양말도 젖고 얼마나 힘들게 말렸을까.

으스스한 기운을 떨치고 좌복에 앉았다. 친근한 음성의 스님 법문을 들으며 5시20분부터 6시까지 정진에 들었다. 그러다 얼마 지나자 한글 금강경 독송이 도량 전체에 잔잔하게 울렸다. 여전히 추웠지만, 스님 독경은 마음을 편하게 했다.

분심에 가득 찬 사람이라도 이 염불 한 소절 들으면 분노를 금세 내려놓을 것 같은 좋은 음성공양이었다. 오전7시에는 다음 체험자를 위해 청소를 하고 환기를 시켰다. 배가 고프기 시작했지만 참을 만 했다.

이날도 이른 오전부터 전국의 불자들이 도량을 찾았다. “여러분 기도 소리가 화합, 화음이 되어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법문이 있었고, 기도가 시작됐다. 이때부터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내며 좌선에 임했다.
 

체험이 끝난 12월1일 오전10시 효연스님이 체험관 문을 열고 있다.

오전10시 정각. 드디어 문이 열렸다. 24시간 상주하는 효연스님이 ‘입술이 보라색’이라며 체온을 재보자고 했지만 ‘원래 추위를 많이 탄다’고 말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켜 그곳을 빠져나왔다.

잠을 자지 않고 수일을 버티는 수행이 정말 가능한 것일까. 추우면 따뜻한 것을 찾고 다리가 아프면 펴기 마련인데 장좌불와라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간절한 원력과 기도에 대한 정성이 없으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천막선방에서 3개월간의 수행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도반은 필담으로 전한 소감을 통해 “100일간 여기서 정진하면 강남에 집 한 채 준다고 한들 버틸 수 있을까. 못할 것 같다”며 “사심이나 물욕, 보여주기를 위해선 절대 못할 것 같다. 간절함, 오직 간절함만이 100일을 버티게 하지 않을까”라고 적어 주었다. 잡다한 생각에 이뭐꼬를 놓치기 일쑤였지만, 9명 스님들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정리하고 싶다. 원만회향을 마음 속 깊이 발원하고 상월선원을 떠났다.

무문관 체험 신청 어떻게 하면 되나

상월선원은 스님들의 용맹정진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운영한다. 혹독한 담금질로 스스로를 한 번 점검해보고 싶다면 무문관 체험을 적극 추천한다. 이전까지 본적 없었던 비닐하우스 형태의 천막 법당 상월선원 바로 옆, 소형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체험관이다.

말 그대로 체험관은 스님들 곁에서 정진을 하는 곳이다. 서리를 맞으며 달을 벗 삼는다는 이곳 도량에 들어오면 묵언을 기본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차단한 채 용맹정진하게 된다. 1박2일이나 혹은 2박3일간 묵언과 하루 한 끼 공양, 14시간 정진 등 스님들의 정진 과정 그대로 수행한다. 휴대전화 등 방해가 되는 소지품은 입방 전 반납하므로 사용할 수 없다.

최대 4명이 함께 정진할 수 있으며 이기흥 중앙신도회장과 윤성이 동국대 총장이 첫 체험자로 나설 예정이다. 무문관 참가를 원하면 상월선원 종무소(02. 431. 0108)로 하면 된다.

하남=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41호/2019년12월7일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ALBB 2019-12-05 18:37:32
잊혀지지 않을 체험이였겠네요
축하합니다

깨불자 2019-12-05 14:57:33
승가든 재가든 수행은 계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