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 4일째인 11월14일 오후
봉은사 주최 음악회 열려
봉은국악합주단 공연으로
여느 선방에서 보기 힘든
야단법석 한마당 펼쳐…
적막할 만큼 조용했던 비닐하우스 천막법당에 둥둥둥 심장을 울리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안거 수행 정진 4일째인 11월14일 오후, 경기도 하남시 감이동 산자락에 자리 잡은 상월선원에 한바탕 야단법석이 펼쳐졌다. 서울 봉은사가 주지 원명스님을 비롯한 주요 소임자 스님과 종무원, 신도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음악회를 연 것.
동안거 입재 법회를 빛낸 ‘봉은국악합주단’의 공연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여느 산사의 선방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 이날도 연출됐다. 수능일인 이날 기습 추위가 닥쳐 법당 밖은 찬바람이 불어 닥쳤지만, 흥겨운 음악으로 실내는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 국악으로 듣는 자이브 음악으로 시작해 신명나는 찬불가와 민요, 사찰을 상징하는 봉은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치열하게 수행 중인 9명의 스님들에게 힘찬 기를 불어넣었다.
신나는 국악한마당에 신도들은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선원 정진대중들을 응원했다.
최은주 봉은사 신도회 부회장은 “임시로 만든 천막 안에서 14시간 이상을 정진하고 있다니 놀라우면서도 환희심이 난다”며 “신도들도 덩달아 신심이 나고 훌륭하게 정진을 하실 수 있도록 매주 꼭 방문할 것”을 다짐했다. 봉은사 신도 양숙희 씨도 “입재식 때 와보고 스님들께서 별 탈 없이 계신지 궁금해서 또 왔다. 신실한 기도로 스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육정순 씨도 “말로만 듣던 곳을 직접 와서 보니 수행환경이 정말 어려워 보인다. 스님들께서 잘 하고 나오시도록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에 앞서 오후2시부터 두 시간 가까이 다라니기도와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의 소참법문이 있었다. 기도 집전을 맡은 남양주 묘적사 주지 환풍스님은 마치 목탁과 하나가 된 듯 했다. 휘모리장단으로 빠르게 법구를 두드리며 신묘장구대다라니 21독을 신도들과 함께했다.
주지 원명스님은 이날 “추위와 배고픔을 감당하면서 3개월이라는 시간을 버티기란 정말 쉽지 않다”며 “스님들이 회향을 잘 하실 수 있도록 우리가 자꾸 힘을 실어줘야 하고 불교가 더 건강해 질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밝혔다. 주지 스님은 법문 말미, 승찬스님의 ‘신심명(信心銘)’ 법문을 매주 펼칠 것을 예고하며 더욱 많은 참여와 관심을 당부했다.
흥겨운 음악과 독경 소리가 흐르는 천막법당과 달리, 굳게 문을 걸어 잠근 상월선원은 고요했다. 스님들을 볼 수 없었지만, “시끄러움 속에서 고요를 찾겠다”는 대중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켜나가고 있는 듯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검은 천막 위로 대형 비닐이 덧씌워졌다는 점이다. 11월13일 오후부터 제법 많은 비가 내리면서, 선원 천장과 곳곳에 비가 그대로 들이쳤다고 한다. 외호대중의 응급처치가 이뤄졌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짐작케 했다.
한편 11월16일에는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을 지도법사로 한 토요정진단의 본격적인 기도가 시작된다.
하남=홍다영 기자 hong12@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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