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걸어잠근 상월선원, 한국불교 새 역사 쓴다
문 걸어잠근 상월선원, 한국불교 새 역사 쓴다
  • 어현경 기자
  • 승인 2019.11.11 19: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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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 상월선원 기해년 동안거 결제 입재식 봉행
9명 스님 정진 돌입, 외호대중 야단법석 펼칠 것
부처님 고행을 떠올리게 하는 유례 없는 청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월선원이 동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결제에 들어가기 전 현판 밑에 선 9명 스님들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도림스님, 재현스님, 진각스님, 심우스님, 성곡스님, 자승스님, 호산스님, 무연스님, 인산스님
부처님 고행을 떠올리게 하는 유례 없는 청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월선원이 11월11일 동안거 결제에 들어갔다. 결제에 들어가기 전 현판 밑에 선 9명 스님들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도림스님, 재현스님, 진각스님, 심우스님, 성곡스님, 자승스님, 호산스님, 무연스님, 인산스님.

“스님 건강하세요.” “정진 잘해주세요.”

기해년 동안거 결제일인 11월11일, 불교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한 청규로 수행하고 생활하는 위례 상월선원이 결제에 들어갔다. 출입문이 닫히기 직전 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성곡스님, 무연스님, 호산스님, 재현스님, 심우스님, 진각스님, 도림스님, 인산스님 등 9명이 선원 앞에 섰다.

사부대중은 큰 목소리로 발심 정진하는 9명 스님들을 응원했다. 부처님 고생을 떠올리게 할 만큼 엄한 청규를 지켜가다 스님들이 혹시 건강이라도 상할까 하는 염려도 섞여 있었다. 스님 한 명 한 명 선원 안으로 사라지고, 총도감 혜일스님이 자물쇠까지 걸어 잠그자 비로소 위례 상월선원의 동안거 대장정의 막이 올랐음을 실감했다.

엄격한 청규가 알려지면서 상월선원은 한국불교 고행의 대명사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스님들이 앞으로 추운 겨울을 지낼 상월선원은 비닐하우스에 가깝다. 폭설의 무게를 이길 수 있는 철제 기둥을 세우고 비닐을 씌운 게 전부다. 외부와 온도 차가 2~3℃ 정도로 한겨울 불어오는 매서운 칼바람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날 공개된 내부는 썰렁했다. 바닥엔 장판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9개 텐트와 스님들이 앉아서 정진할 좌복을 놓으니 공간이 꽉 찼다. 가로 1m, 세로 2m 크기의 텐트 안에는 얇은 매트와 침낭이 들어있다. 출입문 오른쪽에 걸린 ‘불(佛)’자가 크게 쓰인 액자와 죽비가 이곳이 선방임을 보여준다. 스님들은 새벽 2시에 일어나 가사를 수하고 죽비로 예불을 하게 될 것이다.

건물 한 쪽에는 화장실이, 반대편에는 스님들이 공양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지대방과 병원에 갈 수 없는 스님들이 혹시라도 건강이 나빠졌을 때 진료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을 뒀다. 그곳에서 유일하게 세상과 통하는 곳은 도시락이 들고 나가는 작은 창이 전부다.
 

법당 내부 모습. 9개 텐트가 차례로 놓여 있는 너머에 불이라고 쓰인 액자와 죽비가 보인다.
법당 내부 모습. 9개 텐트가 차례로 놓여 있는 너머에 불이라고 쓰인 액자와 죽비가 보인다.

그 안에서 스님들은 묵언하며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아침저녁 공양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수행에 할애할 수 있다. 공양은 오전11시 들어오는 도시락으로 한 끼를 먹는다. 겨우내 입는 옷도 한 벌 뿐이다. 양치만 할 수 있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그래서 스님들 짐도 단출하다.

등이 가려울 때마다 유용할 효자손과 참빗과 나무빗, 묵언이 적힌 목걸이와 죽비가 공용으로 지급되고, 평소 복용하던 약 정도가 전부다.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청규를 지키지 못하면 종단의 적을 내려놓겠다는 굳은 의지로 제적원까지 제출한 스님들은 향상심을 불태웠다.

3개월간 안락함과 편리함을 모두 내려놓고 눈과 입, 귀를 닫고 침잠하며 화두를 들 9명 스님들 얼굴은 입재를 앞둔 순간에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진 대중 가운데 최고령으로 알려진 성곡스님은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에 “괜찮다”며 인자하게 웃어줬다. 또 시종일관 웃음으로 대중을 맞아준 진각스님은 “이 땅에 부처님 가르침이 널리 펴질 수 있다며 몸이 으스러져도 좋다는 각오로 정진하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정진 대중 중 막내라고 소개한 인산스님은 “외호해주는 스님과 봉사해주는 불자들에게 고맙다”며 “시은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 열악한 환경에서 마음 내고 발원해서 정진하는 스님들이 동안거 결제를 원만하게 회향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제를 앞둔 스님들에게 성원을 보내기 위해 1000여 명에 가까운 사부대중들이 상월선원을 찾았다.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법산스님,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외에 불자 국회의원 모임 정각회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찾아왔다.

강 의원은 “국회에 회의가 있었는데 역사를 새로 쓰는 현장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인사하며 결제를 앞둔 자승스님의 손을 꼭 잡으며 “건강을 챙겨가며 정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자들 발길도 이어졌다. 연세가 지긋한 한 대덕사 신도들이 굽은 허리로 지극하게 합장 반배하며 건강하라고 인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찾아온 스님과 신도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얘기를 나눴던 상월선원 대중들은 법당에서 입재식을 봉행했다. 동안거 결제 입재식에서는 진제 종정예하가 상월선원 대중들을 위해 법어를 내렸다. 호산스님이 대독한 법어에서 종정예하는 “상월선원 대중이 두문불출하며 안거에 임하는 것은 생로병사라는 윤회의 흐름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인 생사해탈의 대오견성(大悟見性)하기 위함이라”며 “상월선원 대중들은 인연에 따라 종단의 여러 소임을 맡아 원만히 성만하고 또 다시 수행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결제에 임하고 있으니 수행자의 본분을 다한다 할 것”이라며 마음을 밝혀 마음을 밝혀 만법의 주인이 되라고 당부했다.
 

선방 문이 닫히기 전, 자승스님이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법산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선방 문이 닫히기 전, 자승스님이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법산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예고됐던데로 오후3시가 되자 상월선원 정진 대중 9명은 선방으로 향했다. 그 뒤를 많은 외호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했다. 선방으로 들어가기 전 스님들은 미리 정지해 둔 휴대전화를 혜일스님에게 반납하며, 세간의 모든 소식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종단에서 두 번 다시 없을 것 같은 상월선원 동안거 결제가 마침내 시작됐다. 3개월간 스님들이 그 안에서 은산철벽을 깨부술 수도,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할 수도 있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그러나 사부대중은 무엇보다 9명 스님이 건강하고 원만하게 결제를 해제하길 기원했다.

또 스님들의 치열한 정진을 등불을 삼아 재가자들은 이곳에서 흥겨운 야단법석을 연다. 천막법당에서는 기도하는 대중들로 북적일 것이다. 봉은사 국악합주단을 비롯해 사찰 합창단들이 함께 불음을 선물한다. 불자들의 신명나는 기도가 이어지다보면, 한국불교 신행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스님이 자물쇠로 출입문을 잠그는 모습.
상월선원 총도감 혜일스님이 자물쇠로 출입문을 잠그는 모습.
굳게 닫힌 상월선원의 문은 3개월 뒤인 동안거 해제일에야 열리게 된다.
굳게 닫힌 상월선원의 문은 3개월 뒤인 동안거 해제일에야 열리게 된다.

 

霜月禪院 己亥年 冬安居 宗正猊下 法語
상월선원 기해년 동안거 종정예하 법어

[주장자를 들어 대중(大衆)에게 보이시고]

가지가지의 마음이 나면 만 가지의 진리의 법이 현전(現前)하고

가지가지의 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 가지의 진리의 법이 없음이라.

마음은 만 가지 진리법의 주인이다.

이 마음을 깨달아 알 것 같으면 만법(萬法)에 임의자재(任意自在) 할 수 있지만, 깨닫지 못할 때에는 온갖 무명업식으로 인해 번뇌가 쉴 날이 없다.

중생들은 무한한 전생의 습기가 태산처럼 쌓여있기 때문에 대신심과 대용맹심으로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정진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함이라.

우리가 밤을 새워가면서 용맹정진 하는 것은 사람마다 각자 지니고 있는 이 마음을 밝혀 만법의 당당한 주인이 되자는 데 있는 것이다.

상월선원에 대중들이 모여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며 동안거 결제에 임하는 것은 생로병사라는 윤회의 흐름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인 생사해탈의 대오견성(大悟見性)하기 위함이라.

상월선원 대중들은 인연에 따라 종단의 여러 소임을 맡아 원만히 성만하고 또 다시 수행의 고향으로 돌아와서 결제에 임하고 있으니 수행자의 본분을 다한다 할 것이다.

필경에 진리의 일구는 어떻게 생각하는고?

무운생령상(無雲生嶺上)하고
유월낙파심(唯月落波心)이로다.

구름이 걷히니 산마루가 드러나고
밝은 달은 물위에 떠 있음이로다.

[주장자로 법상을 한 번 치고 하좌하시다]

하남=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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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2019-11-12 05:36:02
많이 시끄럽구나...
부끄러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