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차원 사회복지재단 1995년 2월 설립

1990년대 北재해 구호활동
통일 기반…자비실천 노력
재단설립 후 복지활약상 高
“부처님 자비사상 본격 실천”

불교시민운동사에 있어 사회복지 분야의 출발은 특정하기 어렵다. 일제강점기에도 불교의 자비행을 제안하고 실천한 자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1921년 7월1일자 동아일보에는 ‘불교자제원(佛敎慈濟院)의 실비치료소(實費治療所)’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한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용산에 자리한 경성불교자제원이 일본군 군의(軍醫)를 초빙하여 진찰비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불교의 자비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100년 전 불교사회복지를 실천한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후 불교계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스님 또는 재가불자나 사찰, 신행단체 등을 중심으로 자비행을 실천해 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1980년 10·27법난을 겪은 후에 불교계는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 사회 내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는 한편 1990년대 남북 교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북녘동포 지원에도 나섰다. 평화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노력과 더불어 자비실천의 노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1990년대 수해와 가뭄 등의 재해로 북한주민들이 곤란을 겪는 상황에서 조계종은 인도적 입장을 갖고 동포 돕기에 나섰다. 이 또한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실천한 사회복지 활동의 일환이다. 1992년 ‘중도사상과 원효스님의 화쟁사상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회장 법타스님)가 황해도 사리원 금강국수공장(1998년)과 평양 금강빵공장(2006년)을 설립하는 자비행을 실천했다. 이러한 불교계의 노력은 민족의 동질성 회복과 사회복지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종단 차원의 사회복지 참여가 본격화된 시점을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출범 시기로 보는 것이 불교계 내 일반적 견해다. 1995년 2월25일 ‘부처님 가르침에 따른 사회복지 실천’을 모토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종단 차원의 사회복지 활동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과 참여가 이웃종교에 비해 부족했던 불교계의 상황에 비추어보면 전환점이 되었다. 아울러 종단의 본격적인 사회복지 참여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불교적 특성이 녹아있는 불교사회복지 개념의 등장도 동시에 이뤄졌다.

당시 총무원장 월주스님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사회복지사업 참여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발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사회복지재단 설립하던 해 종단 예산이 66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본격적인 사회복지 참여를 이끌어낸 것은 이후 사회복지 분야에서 불교계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설립 이전에도 불교계의 사회복지 참여는 있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설립 첫 해인 1995년 조사한 <불교사회복지편람>에 따르면 당시 복지시설·단체는 청소년 23개, 아동 21개, 지역복지 2개 등 118개였다. 이때까지 사찰별로 진행된 사회복지활동이 전부였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극히 미약한 수준이다. 

23년이 지난 2018년 조사통계는 현 시점에서 불교계의 사회복지활동이 얼마나 큰 폭으로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불교사회복지편람>에 따르면, 1995년 118개였던 시설 및 단체가 2018년에는 법인 163개, 시설 920개 등 1083개로 늘어났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불교계 사회복지에 미친 영향을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법인을 설립연도별로 살펴보면 1960년 이전 6개, 1960년대 3개, 1970년대 1개, 1980년대 9개, 1990년대 54개, 2000년대 62개, 2010년 이후 28개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출범한 1990년대와 그 이후인 2000년대에 법인 설립이 집중돼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법인들이 운영하는 시설의 급증으로 나타난 조사결과는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가져온 사회복지 분야에 있어서 양적 성장은 불교계의 인적, 물적 복지자원을 개발·활용해 국민복지 진흥에 이바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자비와 나눔을 실천하며 대사회적 역할과 사회적 공헌에 기여함으로써 한국불교의 대내외적 위상도 높였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불교신문3629호/2020년11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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