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LA 남북불교지도자회담…해방 이후 첫 회동

1989년 중앙종회 산하
남북불교교류특위 발족
“불교가 통일시대 선도”

국가권력에 의한 전대미문의 10·27법난을 겪은 불교계엔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왔다.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활동을 펼치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통일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늘어났다. 통일 논의를 공개적으로 펼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 속에 종단 안팎의 다양한 단체에서 남북교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1988년 대승불교승가회와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협의회가 결성되며 통일운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종단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1989년 조계종 중앙종회 산하에 ‘남북불교교류추진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종단 사상 최초로 결성된 통일 기구로, 남북불교교류의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중앙종회의원으로 특위 구성을 발의한 월주스님이 위원장을 맡았다. 특위는 북한 불교문화재 보호 관리와 통일 방법론 학술대회 등을 추진했다.

1990년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남북 불교교류에도 훈풍이 불었다. 1991년 10월 LA 관음사에서 ‘남북불교지도자회담’이 열리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방 이후 46년 만에 남북 불교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회담이다. 공식적인 의견 일치를 보지는 못했지만, 사상 처음으로 남북한 불교계가 ‘조국통일기원불교 합동법회’를 봉행하는 등 남북교류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공감대를 확인했다. 

남북불교교류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1994년 월주스님이 제28대 총무원장에 당선되면서부터다. ‘깨달음의 사회화’를 주창한 월주스님은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우리 불교는 통일을 여는 불교여만 한다. 민족문화의 중심인 불교가 통일의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책무”라며 남북불교교류의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월주스님은 총무원장 재임 기간에 조불련과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했다.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박태호 조불련 위원장과 남북불교대표자회의를 갖고 ‘남북상호 방문 등 교류원칙’에 합의했다. 이는 1997년 남북불교도들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함께 공동발원문을 낭독하기로 하는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분단 50여 년 만에 남북 불교계가 처음으로 만든 공동발원문은 현재까지 매년 부처님오신날 남북 사찰에서 동시에 낭독되고 있다.

불교계 교류 사업에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당시 북한은 사상 최악의 수재로 인한 극심한 식량난을 겪던 시절이었다. 이에 총무원, 교구본사, 불교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결성한 ‘우리민족서로돕기 불교운동본부’와 ‘북녁동포돕기 불교추진위원회’ 등의 단체 등은 북한에 식량과 구호물품 등을 전달하며 자비행을 실천했다. 종단 차원에서도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3400여 톤의 옥수수를 전달하며 힘을 더했다. 

2000년대 들어 실질적인 남북불교교류 결실이 맺어졌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가 바로 그것이다. 남북불교교류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신계사 불사는 단순히 폐사를 복원하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분단 이후 남북이 손을 맞잡고 민족문화유산을 원형대로 복원함으로써 1700년 한국불교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다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었다. 당시 언론에서도 이를 집중 조명했다. 신계사 복원불사의 회향을 알리는 낙성법회가 열린 2007년10월13일, 당시 연합뉴스는 “이번 불사는 남북불교가 협력해 평화 통일을 위한 큰 주춧돌을 세운 사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2000년에는 남측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통일 전담기구인 민족공동체추진본부가 창립되며 남북교류 사업이 탄력을 받기도 했다. 민추본은 남북불교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사업 추진, 종단의 통일종책 수립, 인도적 지원 사업 등을 펼치며 지금도 꾸준히 불교계 통일보살의 역할을 수행을 하고 있다. 

이처럼 불교계는 민간분야에서 다채로운 교류 사업을 진행하며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반도 긴장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불교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 사찰 발굴 및 조사, 단청 등 문화재 수리, 사찰림 복원, 신계사 템플스테이 등 불교계만이 할 수 있는 교류사업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불교신문3627호/2020년11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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