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보살행 발원하며 오롯이 정진

사회문제 관심 다양한 영역 참여
종단 ‘깨달음 사회화 운동’ 눈길

1980년 10·27법난은 불교계에 커다란 충격파를 안겼다. 전국의 사찰과 법당이 군홧발에 짓밟히고 스님과 불자들이 보안사와 경찰서, 군부대로 끌려가 고문을 받는 전대미문의 사건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1970년대부터 산발적,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민주화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이 조직화를 시작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1980년대 초기 시작된 불교 NGO(비정부기구 또는 비정부단체)는 당시 사회 흐름에 따른 민주화운동과 맥을 같이했다. 민주화 운동의 핵심 거점이었던 대학에 다니던 스님들, 특히 동국대에 재학 중인 스님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며 사회민주화와 더불어 불교계 내부 자정과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엇보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의 민주화 운동 참여는 청년불교 성장과 불교개혁세력 형성이라는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 

이같은 흐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승불교 이념에 기반을 둔 조직화였다. 민중불교운동연합, 민족자주통일불교운동협의회, 전국불교운동연합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단체들이 민주화 기치 속에 성장해나갔다. 동시에 노동, 인권, 환경 등의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며 불교의 가르침을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했다. 

1980년대 불교계의 사회참여는 1990년대의 불교계 내의 변혁의 힘을 끌어 모으는 원동력으로 작동했다. 1994년 조계종 종단개혁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있었다.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불교계 인사들은 불교인권위원회,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공해추방운동 불교인모임, 공명선거 추진을 위한 불교도시민운동연합,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등을 결성하며 불교의 사회참여를 확대했다. 더불어 불교계 내부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가 1994년 범국민적인 지지를 받은 종단개혁으로 나타났다.

중생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대승불교 사상에 뿌리를 둔 불교계 NGO 활동은 1994년 종단개혁 이후 좀 더 다양화됐다. 불교계 시민사회운동의 성장은 의식 및 인식 변화를 통한 사회변혁을 꾀하는 운동으로 확대되는 일이기도 했다. 1995년 1월 총무원장 월주스님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에서 시작된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이 대표적이다.

월주스님은 그 무렵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불교계의 사회적 활동은 단순히 ‘중생구제’라는 포괄적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개혁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새 종단은 이타적인 보살 정신을 바탕으로 황폐해진 시민의식과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에 적극 나가겠다”고 밝혔다. 

종단 차원의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과 총무원장 월주스님의 ‘이타적 보살행’ 천명은 불교시민사회운동이 더욱 탄력을 받은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밑바탕 위에 2000년대 불교NGO는 환경운동과 생명평화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불교환경연대, 에코붓다, 사찰생태문화연구소, 천성산환경보존대책위원회 등으로 규합된 불교계의 원력이 사패산터널 반대, 지리산댐 건설 반대, 천성산 살리기 운동 등으로도 이어졌다.  

이 시기 가장 활발히 펼쳐진 불교 NGO 활동이 조계종단의 NGO 활동과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큰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각종 위원회 구성을 통해 직접적인 활동과 지원 활동으로 전개되어 온 점은 조계종의 NGO 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사회노동위원회, 종교평화위원회, 환경위원회 등 총무원 사회부 산하 조직의 직접적인 활동과 2001년부터 공모를 통한 활동 지원 방식이다. 이 사업을 통해 생명평화, 환경, 인권, 통일, 노동운동 등 분야별 NGO 활동을 지원해왔다.  

최근 불교계 NGO 양상은 국제개발협력과 이주민 지원 분야로 영역이 넓어졌다. 2003년 출범한 국제개발협력NGO인 지구촌공생회를 비롯해 로터스월드, 더프라미스, 굿월드자선은행 등 불교계에 활동이 활발해졌다. 

돌이켜보면 10·27법난은 항거의 이유와 자성을 동시에 남긴 사건이다. 지난 40여년에 걸친 NGO 활동의 뿌리의 한 가닥으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불교 NGO의 성장과 확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난이 남긴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불교신문3617호/2020년9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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