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결사 동참대중 뜻 모으면 한국불교 변화할 것”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2조 조장 원명스님. 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2조 조장 원명스님.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먹고 자고 걷는 것이 평등한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격식이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행선하는 시간이었다. 오롯이 자기와의 싸움이었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시간이었다. 발바닥, 무릎 통증을 참고, 대중과 같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걸어온 길이다. 함께하는 가치를 그만큼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다.”

만행결사 자비순례 지객 소임을 맡아 동참대중을 꾸리고, 순례단장이자 2조 조장으로 순례 기간 내내 바쁘게 뛰어다는 원명스님과 만행결사 회향을 이틀 앞둔 10월25일 이야기를 나눴다. 스님은 만행결사에 동참한 사부대중 한명 한명 큰 가치를 얻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걸으며 몸의 가치를 알았을 것이고, 마음의 가치, 도반의 가치를 배우면서 자기 공부가 많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함께’라는 가치의 소중함을 느꼈다. “처음 사나흘 정도 됐을 때는 자기 방식과 주장을 내세우다가 1주일 정도 지나면서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한다. 처음 3~4일에는 몸도 아프고 대중에게 피해를 주느니 짐을 싸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스님도 여럿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완보한 호계원장 무상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에게도 그 시간이 고비였다고 한다.

또 스님과 함께 오고 싶어 참가신청 당시 나이를 밝히지 않은 채 온 최고령의 이채순 불자, 발가락 사이사이, 발바닥에 쉼 없이 물집이 잡혀도 걸어온 삼현스님, 폐암 수술 후에도 순례에 동참하고 싶어서 1달 동안 하루 4~5시간 동안 걷기연습을 했던 남상협 불자 등 한명 한명이 고생스럽고 힘들지만 꿋꿋하게 순례를 이어왔다.

그만큼 만행결사가 큰 가치와 울림을 줬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스님은 만행결사 대중들이 ‘함께’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겼던 것처럼, 조계종단도 ‘함께’라는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순례하면서 스님은 ‘위의’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순례 대중인 스님이 봐도 동화사에서 대가사를 수하고 행선하는 스님들 모습은 장관이었다. 여법하게 정진하는 스님들을 보며 교구본사나 말사 스님과 신도들도 신심을 내어 공양을 올렸다. “대가사를 수하고 하루 7시간 가까이 행선하는 게 스님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불평하거나 문제제기하는 경우가 없었다”며 “불교다운, 조계종다운, 스님다운 모습을 국민과 불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스님은 말했다.

위의를 갖춘 스님들과 함께 걷는 불자들을 위해 공양청이 물밀 듯 들어온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선방에서 수행하는 것도 아니고 걷는다는 이유만으로 미안할 정도로 공양을 많이 받았다”며 “팔공총림 동화사 스님과 신도들이 10일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주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고 스님은 전한다.

또한 매끼 공양을 챙겨준 공양팀, 순례단보다 2~3배 걷고 뛰는 취재진부터 답사코스를 사전점검하고 공양 장소나 휴식공간을 일일이 섭외했던 진행팀, 부상자들을 치료해준 의료진, 순례단이 잘 운영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분에 순례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걷는 동안 원명스님은 우리나라 이렇게 넓구나 하는 생각과 자연이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길을 직접 걸어본 것만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여태껏 가본 적 없는 지역을 두 발로 걸어보는 것은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거나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또한 불교도 찾아야 할 가치가 많은데, 진지한 자기 성찰 없이 신행하고 수행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스님은 걸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이익과 문중을 떠나 한국불교, 조계종단을 위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성찰했다. 좋은 분들이 출가하고, 신도수가 증가하고, 종단 안정을 위해 물질적 토대를 어떻게 확대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스님은 만행결사에 동참한 대중이 뜻을 모으면 한국불교가 바뀔 수 있다고 확신했다. 2600년 전 부처님과 다섯 비구가 법을 전했던 것처럼, 이곳에 동참한 70명에 가까운 비구 비구니 스님들, 우바이, 우바새가 각자 자리에서 역할을 하면 조계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행결사만 봐도, 처음엔 회주 자승스님 1명의 생각으로 출발했다가 공주순례 때 70여 명, 자비순례에는 80여 명이 동참했다. “한 사람의 뜻은 한 방울의 물이지만 그게 모여지면 내와 강을 이루듯, 사부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이 불교중흥을 위해 마음을 내면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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