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고행 길도 마다않는 스님들 모습에 감동”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6조 조장 유아정 불자.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열반한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위대한 스승의 삶을 돌이켜보고 그 가르침을 되새기겠다는 원력으로 인도 만행결사를 발원한 청년 불자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서울 구룡사 신도 유아정 씨. 유 씨는 이번 자비순례에 앞서 진행된 공주 예비순례를 순조롭게 완주하고, 이번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에 이름을 올렸다.

병원서 간호팀장으로 있는 유 씨는 우바이들로 구성된 6조 조장을 맡아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자전거길과 일반 도로가 섞인 순례 길에 조원들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20대 동생뻘부터 참가자부터 70대의 할머니 불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조원들을 아우르며, 때로는 선두에서 전체 순례 행렬을 챙기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실 처음엔 대중생활에 적응하느라 남몰래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팀장으로 있는 병원일은 전문가급이지만, 이번 순례처럼 각양각생의 대중들과 긴 시간 동안 숙식하며 살아보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다. 조장이라는 소임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얼마 전 입적한 구룡사 주지 각성스님을 떠올렸다. ‘인도 만행결사에 꼭 함께하자’고 생전에 스님과 했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이번 자비순례 길에 오른 유 씨는 스님과 함께 걷고 있다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았다.

유 씨는 “미흡하지만 조장 말을 잘 따라준 조원 보살님들에게 고맙다”며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함께 회향할 수 있어 다행이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다양한 대중들과 함께 걸으며 순례한 시간들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9시까지 출근해 12시간을 서서 일하고, 그 와중에도 부지런히 운동하며 심신을 다져온 온 유 씨에게 걷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대신 땀으로 젖은 몸을 씻지 못하고,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노상에서 자고, 길에서 밥을 먹으며, 편안하게 화장실 한 번 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국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인도 만행결사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구룡사에서 불교와의 인연을 시작한 유 씨는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며 생활 속에서 신행활동을 실천하는 불자로 성장했다. 구룡사 어린이 법회 지도법사 스님이었던 오심스님과의 인연으로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와 오지에서 의료봉사 활동도 펼쳤다. 참가비도 일절 지원받지 않고 자비로 동참했다. 이번 순례에 앞서 무탈한 회향을 발원하며 신묘장구대다라니 사경을 했다.

유 씨에게 이번 국난극복 불교중흥 자비순례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유 씨는 “항상 쉬는 시간에 재가불자들까지 편안하게 대화하며 꼼꼼하게 챙겨준 회주 스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극심한 통증을 참아가며 순례 의지를 꺾지 않은 스님들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열심히 신행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며 열심히 신행하는 불자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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