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길 위에선 모두가 평등했고 모두 도반이었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4조 조장을 맡은 서울 국제선센터 주지 법원스님. 사진=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4조 조장을 맡은 서울 국제선센터 주지 법원스님.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만행결사 회향 이틀 전인 10월25일 4조 조장을 맡은 서울 국제선센터 주지 법원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만행결사에 동참한 스님들이 대가사를 수하고 행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님은 “지난여름 공주순례 당시에는 편안한 복장으로 행선하다 보니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서 가사를 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가사를 수하면 스님들 스스로 자신을 정돈하게 되고 말이나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행선이 동중정(動中靜)이라면 가사를 수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스님들이 가사를 수하고 묵언하며 행선한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위의를 갖추고 정진하면서 스님들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감화시켰다. 지나가는 스님에게 합장 인사하는 불자들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고, 그냥 지나쳐가지 않고 소박하게 공양물을 올리기도 했다. 순례 소식을 듣고 이른 새벽 거리로 나와 인사하는 불자도 있었다. 만행결사 정진이 더욱 힘을 얻는 순간이었다.

법원스님은 행선하며 초심에 대해 생각했다. 출가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초심을 잊고 있었는데, 만행결사서 평등 공양을 실천하면서 많은 것을 내려놨다고 한다. “자비순례를 하면서 만행결사 사부대중은 승속이나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이 모두 같은 조건에서 먹고 자고 걸었다. 회주 자승스님부터 줄을 서서 공양을 받아 평등을 실천하면서 저 또한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출가자라는 특권의식을 내려놓았다.”

주지 소임을 10~20년 동안 맡다 보니 스님은 자신도 모르게 신도들이 존중해주고 배려하는 것에 어느 순간 무감각해졌다고 한다. 대접해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 청정한 물에 살고 있던 물고기가 물이 서서히 오염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듯,이 말이다. 특권의식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스님이라는, 주지라는 특권의식에 젖어있다는 것을 몰랐는데, 이곳에서 절절히 깨달았다.

길에서 공양을 하고, 바람을 겨우 막아주는 텐트와 침낭에 의지해 잠을 자고, 샤워장이 없어 씻지도 못하는 날이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 순간 승가에서 누렸던 많은 것들, 불자들이 삼보를 예경하며 올렸던 공양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을 스님은 알게 됐다.

“저를 존중해서 보시하고 공양하는 불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절하게 느꼈다”며 “순례 중 국제선센터 신도들에게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스님의 진심을 느낀 것인지, 10월25일 국제선센터에서 20여 명의 신도들이 1일 순례단으로 참가해 오전0시부터 시작된 27km 행선을 함께 했다.

법원스님은 만행결사의 핵심을 ‘평등’이라고 했다. 길 위에서 모든 대중은 평등하다. 누가 대신 걸어줄 수 없기 때문에 두 다리로 걸어야 했고, 신발 속 발 또한 평등했다. 스님이라고 아프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재가자와 마찬가지로 걸으면 발에 물집이 잡히고, 근육통 때문에 아팠다. 걷는 동안 사부대중은 서로에게 도반이 됐다. 서로서로 배려하고 차별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평등해질 수 있고 한마음으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승재가가 차별 없이 수행하며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법원스님은 만행결사가 특별한 수행공동체라는 것을 절감했다. 스님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정진하는 선원과 달리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가 같은 공간에서 24시간 생활하며 정진하는 것을 보며, 수행공동체 패러다임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불교중흥을 위해서 스님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승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현대인들에게 옛날 불자들처럼의 신심과 신행활동을 기대해서는 안되고, 그런 방식으로 포교해서도 안된다. 승가의 전법포교 방법도 현대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현대사회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할 시기가 됐고, 그렇게 변화해야 만 불교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스님은 “길 위에서 느꼈던 초심과 평등의 수행공동체가 미래불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신도들의 존중과 배려를 당연히 여겨선 안된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현대인에 맞는 전법 방안을 고민한다면 불교중흥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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