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자비순례 공덕으로 세계 인류 행복해지길”

만행결사 자비순례 1조 조장을 맡아 순례를 이끌 서울 호압사 주지 우봉스님. 김형주 기자
만행결사 자비순례 1조 조장을 맡아 순례를 이끌 서울 호압사 주지 우봉스님.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1조 조장이자 순례팀장을 맡은 서울 호압사 주지 우봉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은 10월7일부터 이어온 만행결사가 평생에 특별함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두 발로 걸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느낀 것과 함께 스님은 대중의 힘을 느꼈다. 대중이 뜻을 모으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일이 어느새 성취되고 있는 것을 체감했다. 출발 전까지만해도 스님은 봉사자들을 포함해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21일간 하루 30km 안팎을 걷는 게 사실 불가능하다 여겼다.

재가불자들 가운데에는 연습할 시간도 없이 참여한 경우도 있어서 대거 탈락자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회주 스님과 대중이 ‘같이 가자’ ‘함께 가자’는 말에 하루하루 힘을 내면서 걷다 보니 지금까지 낙오자 없이 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스님은 대중이 한 뜻으로 발원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봉스님은 대구 동화사를 출발해 10월25일까지 1000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오면서, 자비순례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한다. “우리가 시작한 것은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려워 죽고 싶다는 사람들,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고행에 가까운 행선을 하며 사람들에게 자기 슬픔에 갇혀있지 말고 스님들 불자들이 어려움 공감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호압사 신도들은 주지 스님이 원력을 갖고 걷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스님은 “신문과 티비, 유튜브로 전해지는 만행결사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힘을 얻은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순례의 의미가 충분히 설명된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종교적 인과관계의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과학적 인과관계가 물리적 자극과 물리적 반응으로 이뤄진다면 종교적 인과관계는 행위자의 열정과 헌신에 따라 영향력이 커진다. 사람들의 관심 불러일으키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스님은 “만행결사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마도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각자 맡은 소임과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21일이란 시간을 할애해 하루에 30km에 가까운 거리를 걷는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다.

“걷는 내내 우리가 원력을 성취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스님과 불자들이 보고 신심을 내는 것이 바로 종교적인 인과관계”이고, 그 결과 국난극복을 위해 길을 나선 사부대중의 기도와 실천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었다.

스님은 “만행결사 특징이 각 사찰 내 신도들끼리만 공유했던 기도와 발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산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불교는 사찰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 많이 했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자비순례는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우리의 원력을 전할 수 있었고, 참여를 이끌었다. 움직이는 불교가 무엇인지 보여준 것이다.

순례를 끝내고 사찰로 돌아가면 스님은 신도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시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공력이나 법력으로 만행결사처럼 관심과 참여율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엔 미약하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달라질 것”이라며 움직이는 불교,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회향을 이틀 앞두고 스님은 “국토 종주를 할 수 있으리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그 일을 해냈다. 안전하게 또 안락하게 전국을 행선할 수 있도록 해준 회주 자승스님 이하 준비한 대중에게 감사하다. 회주 스님의 원력이 아니었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또 순례단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봉사자, 전국에서 공양을 올리기 위해 찾아온 스님과 불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 원력에 함께 공감해주고 과할 정도로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준 대한민국 사부대중에 정말 큰 시은을 입었다”며 “이 시은을 갚기 위해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우리가 걸은 걸음걸음에 지은 공덕이 있다면 불보살님 가피로 세계 모든 시민에게 회향돼서 모두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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