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상월결사, 무엇을 말하는가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천리길] 상월결사, 무엇을 말하는가
  • 어현경 기자
  • 승인 2020.10.25 01:43
  • 호수 3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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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불교, 수행과 전법의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

역사적으로 당대 문제해결 위해 결사 시작
상월선원 천막결사부터 지금 만행결사까지
역대 결사와 같은 맥락, ‘역동적 불사’ 의미

움직이는 불교 사부대중 함께하는 미래불교
결사 주도 자승스님 “사부대중이 불교 주인”
“출재가 공동체가 바로 일어서야 불교중흥”
천막결사, 만행결사로 이어지는 상월결사는 한국불교 수행과 전법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월결사를 주도하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은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움직이는 불교, 적극적인 불교, 활기찬 불교의 모습으로 전환함으로써 불교중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산중을 떠나 중생과 더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대중의 모습. 김형주 기자
천막결사, 만행결사로 이어지는 상월결사는 한국불교 수행과 전법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월결사를 주도하는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은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움직이는 불교, 적극적인 불교, 활기찬 불교의 모습으로 전환함으로써 불교중흥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산중을 떠나 중생과 더 가까운 곳으로 찾아가는 상월선원 만행결사 대중의 모습.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한국불교사를 되짚어보면, 불교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하기 위해 스님들은 결사(結社)를 일으켰다. 고려시대 무인정권 하에 지눌스님은 불교가 세속화된 것을 참회하며 정혜결사를 맺고 지혜와 선정을 닦아 청정한 불교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근현대 성철스님 주도로 이뤄진 봉암사 결사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왜곡된 불교 전통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 아래 스님들은 엄격하게 계율을 지키고 정진하며 사부대중의 참여를 이끌었다.

기해년 동안거 천막결사로 출발해 만행결사로 이어지는 상월결사는 신도 감소에 따른 사찰 재정의 위기, 출가자 급감 등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가려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지난겨울 위례 상월선원에서는 사부대중이 일심으로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목숨 건 정진을 하는 스님, 그런 스님들을 외호하며 신심을 키우는 불자, 불자들 지지와 응원 속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더 치열하게 정진하는 스님으로 선순환됐다. 천막 안과 밖이 모두 활기를 띠면서 그곳에서 한국불교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사부대중이 평등하게 먹고 자고 걷는 만행결사는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행현장이다. 행선 중에는 철저히 묵언하고, 대중공사를 통해 결사의 의미를 점검한다.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흥겨운 문화공연 또한 새롭다. 어려운 길을 걸어가는 출재가자들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날마다 전해지면서, 공양이 줄을 잇는다. 전국 각지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찾아와 공양물을 올리고 합장하며 예경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사찰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천막결사에 이어 2020년 만행결사를 주도한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은 “앉아서 기다리는 불교가 아닌 움직이는 불교, 소극적인 불교가 아닌 적극적인 불교, 침체된 불교가 아닌 활기찬 불교”를 위해 결사를 시작했고,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10월7일 대구 동화사에서 출발해 서울 봉은사까지 500km를 걷는 만행결사는 움직이는 불교를 향해가는 첫걸음이자,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불교계 학자들은 상월결사가 수행과 전법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상월결사의 역사적 의의-상월선원 천막결사와 국난극복 자비순례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논문에서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상월선원 천막결사와 만행결사가 불교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고 주장했다. 천막결사는 도시를 수행과 포교의 장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고 만행결사는 고답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해야 함을 드러낸 것이다.

황 교수는 “만행결사의 자비순례는 한국불교의 변화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 있고, 누구든지 직접 볼 수 있고 누구든지 직업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비록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도 마음으로 함께 발원하고 인터넷을 통해 함께 걸어서 모든 불자가 결집할 수 있다는 참여와 공감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비순례단은 출재가 사부대중이 마음을 모아 정진하면서 '움직이는 불교 실천하는 불교'를 발원했다. 경북에서 충북-강원권을 거쳐 경기권역으로 입성하는 순례단 모습. 김형주 기자
자비순례단은 출재가 사부대중이 마음을 모아 정진하면서 '움직이는 불교 실천하는 불교'를 발원했다. 경북에서 충북-강원권을 거쳐 경기권역으로 입성하는 순례단 모습.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혜명스님은 상월결사가 조선시대 600년을 관통하며 타성적으로 받아들였던 산중불교의 프레임을 극복하는 시작으로 봤다. ‘국난극복의 길로써 상월결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을 모색하다’는 논문에서 스님은 “산중불교로는 대중과 동떨어지고 시대에 뒤처진 이미지를 줄 뿐이고 그 결과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 축소하면서 불교세 위축이라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상월결사는 불교 대내외적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생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중생에게 다가서는 불교, 중생을 끌어안는 불교, 중생과 더불어 함께하는 불교’를 지향하겠다는 서원을 표출한 것이다. 스님은 더 나아가 “만행결사는 우리 불교도들에게 좀더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서 동참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사부대중이 함께해야만 향후 100년의 한국불교가 중흥의 길을 갈 수 있을가 여부를 가름할 것”이라고 했다.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상월결사는 부처님 정신을 그대로 따르면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역동적인 불사를 일구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도 감소에 따른 사찰 재정 부족, 출가자 감소가 이어지면서 종단 존립이 위태로워진 것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상월결사는 한국불교 위기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언”이라며 “당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어난 정혜결사, 봉암사결사와 맥을 같이하면서 동적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다”며 “인도 만행결사로 이어지는 이번 순례는 한국불교를 너머 세계인류에 화두를 던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 김성규 영남대 명예교수도 만행결사가 역동적인 미래불교의 모습을 제시하는 모델이라는데 공감했다. 김성규 회장은 “천막결사가 안거라면, 만행결사는 안거를 마치고 수행자들이 유행하며 전법하고 수행하는 모습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며 “상월결사는 미래불교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시하고 불자들 공감을 얻어 불교이 큰 흐름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송일호 동국대 교수불자회장도 중생에게 찾아가는 불교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공감했다. “부처님 가르침이 산중이나 경전 속에 묻혀선 안 된다”며 “천막결사 때도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참여했고, 영화 ‘아홉 스님’을 통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으며, 만행결사를 통해 중생을 만나기 위해 길로 나섬으로써 불교가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묵언하며 행선하는 만행결사는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부대중의얼굴에는 웃음이 번졌고,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면서 마음 모아 정진했다. 김형주 기자
묵언하며 행선하는 만행결사는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부대중의얼굴에는 웃음이 번졌고,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면서 마음 모아 정진했다. 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최응천 동국대 대학원 교수는 미술사학 전공자로서 만행결사를 통해 신라 구법승 혜초스님과 <삼국유사> 저자 일연스님을 떠올렸다고 한다. 혜초스님이 남긴 <왕오천축국전>과 일연스님이 전국 사찰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삼국유사> ‘탑상편’이 후대에 미치는 영향과 마찬가지로 만행결사 자비순례 또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노력으로 후대에 전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부대중 공동체야말로 미래불교의 대안이라는 데 동감하는 학자들도 여럿이다. 만행결사 동참대중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결사들은 스님이 중심이었던 반면 상월결사는 대중이 함께하고, 세상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절박한 인식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사부대중이 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는 것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불교가 좀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려면 만행결사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행을 통해 대중과 호흡하다 보면 많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자비순례 이후에도 역대 선사들이 수행했던 금강산까지 원력을 모아 찾아가는 등 미래불교는 생명과 평화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석길암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는 승재가가 함께하는 상월결사를 통해 불자는 물론 사회 일반에 불교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상월결사가 시작하고 난 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왜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며 “평소 불교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상월결사를 통해 불교가 더 활발발해질 것을 예견했다.

회주 자승스님은 “무문관 두 철을 나고 천막결사를 회향하고 느낀 점은 사부대중이 함께하면 불교가 중흥된다는 것이다”며 “불교 주인은 스님 아니라 사부대중이며, 스님과 불자가 하나의 공동체가 돼 일으켜야 한다는 게 내가 가진 확신”이라고 재차 강조했었다.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가 한마음으로 정진하는 현장인 천막결사와 만행결사는 이런 스님의 확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신문3624호/2020년10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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