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나트 보드가야 룸비니 등 7대 성지 걸어서 순례
45일간 총 1080km 걸으며 부처님 가르침 되새긴다

상월선원 두번째 결사 총도감 호산스님(오른쪽 두번째)이 인도 만행결사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 호산스님, 전 조계종 재무부장 유승스님. 김형주 기자
상월선원 두번째 결사 총도감 호산스님(오른쪽 두번째)이 인도 만행결사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충래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조계사 부주지 원명스님, 호산스님, 전 조계종 재무부장 유승스님. 김형주 기자

유례없는 천막결사로 지난겨울 누구보다 치열하게 정진한 상월선원이 올 겨울엔 인도와 네팔서 ‘만행결사’를 하며 부처님 발자취를 좇는다.

상월선원 두 번째 결사의 총도감 호산스님(서울 수국사 주지)과 지객 원명스님(조계사 부주지), 동참대중 유승스님(전 총무원 재무부장)과 정충래 학교법인동국대학교 이사는 5월21일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수행의 시작을 예고했다.

‘만행결사’의 핵심은 걷기다. 정진대중은 오는 11월17일부터 12월31일까지 45일간 인도와 네팔에 위치한 7대 불교성지를 따라 걷는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열반하신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위대한 스승의 삶을 돌이켜보고, 부처님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깊게 되새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천막결사에도 동참했던 호산스님은 “동안거 해제 무렵 회주 자승스님과 필담을 나누며 수행을 해야만 불교가 중흥되고 화합과 평화도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동안거 천막결사 정진원력을 이어서 이번 겨울에는 사부대중이 함께 불교성지를 걸으며 성지를 참배하고 정진하는 만행결사를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만행결사’ 45일간 대중들은 8대 성지 중 상카샤를 제외한 7곳을 모두 순례한다. 부처님께서 성도 후 처음으로 법을 설한 사르나트를 출발해 깨달음을 얻으신 보드가야,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신 영축산이 있는 라지기르를 거쳐 바이샬리로 떠난다.

부처님 당시 비구니교단이 탄생되고, 2차 결집이 이뤄진 곳이자 아소카 석주가 남아 있는 바이샬리를 지나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쿠시나가르로 가 기도한다. 이어 네팔로 가 부처님께서 탄생하신 룸비니를 순례하고 다시 인도 쉬라바스티로 돌아온다. 쉬라바스티는 부처님께서 가장 오래 주석했던 기원정사가 있던 곳으로, 만행결사 회향지이기도 하다.

만행결사 동안 대중들이 걷는 거리는 총 1080km, 하루 평균 걷는 거리만도 30km에 달하는 강행군이다. 매일 아침 오전3시30분 눈을 떠 3시40분 새벽예불을 올린 후 새벽4시에 출발한다. 해도 뜨기 전인 새벽4시부터 2시간을 쉼 없이 걷다가 간단히 아침공양을 한 후 오전7시부터 11시30분까지 다시 걷는다.

점심 공양 후 해가 가장 뜨거운 오후2시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5시까지 걸으면, 하루 동안 9시간3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오후에도 일과는 이어진다. 저녁공양과 예불 후에는 2시간씩 참선을 하거나 정진하고 오후9시에 일과가 마무리된다.
 

지객 원명스님이 만행결사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형주 기자
지객 원명스님이 만행결사 방식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김형주 기자

지객 원명스님은 “만행결사는 부처님을 따라 걷고, 성지를 순례하고 밤에는 탁마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며 “길에서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는 날이 많고, 일교차가 심해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워서 순례가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인도의 열악한 환경 치안 등 어려움이 많지만 지난겨울 상월선원에서 우리가 외쳤던 ‘상월선원 정진결사, 한국불교 중흥결사, 대한민국 화합결사, 온 세상 평화결사’ 정신을 계승한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비구, 비구니, 우바이, 우바새 등 사부대중이 함께 걷고, 탁마한다는 것 또한 이번 만행결사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안거 철마다 비구선방, 비구니선방, 재가선방이 따로 운영됐던 기존의 수행문화와 비교해보면 새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해태해질 때면 인도 보드가야에서 10만배 정진을 하거나 결제를 했다”는 비구니 유승스님은 “인도에서 정진할 때마다 부처님 발걸음 위에 제 걸음을 얹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부처님 성지를 걸으며 순례한다는 결사소식을 듣고 동참했다”며 “여러 대중이 호법신장이 돼 결사가 원만히 회향할 것”이란 기대감을 전했다.

상월선원 외호대중 중 상월행자단장을 맡았던 정충래 이사도 동참한다. 정 이사는 “평생을 부처님과 함께 살았는데 단기출가하는 마음으로 만행결사에 참여하겠다는 원력을 냈다”며 “여러 사부대중이 동참해 상월선원 결사정신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만행결사 정진대중 인원은 25명이다. 비구 15명, 비구니 5명, 재가자 5명으로 현재 지객 스님이 참가자 모집을 받고 있다. 순례에 소요되는 비용 일체는 참가자 개인 부담이다. 만행결사 동참을 희망하는 스님이나 재가자는 원명스님(010-5416-0616. chananum@hanmail.net)에게 연락하면 된다.

상월선원 시즌2 만행결사의 성사여부를 가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19다. 원명스님은 “코로나19가 종결되거나 백신 또는 치료약이 개발돼 만행결사가 차질없이 진행되는 게 가장 좋지만 대유행이 끝나지 않는다면 계획은 1년 유예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 상월선원 4대 결사 정진을 잇는 만행결사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발원한다”고 말했다.
 

만행결사 의미를 설명하는 스님들. 하단에 만행결사 45일간 코스가 그려진 지도가 보인다.
만행결사 의미를 설명하는 스님들. 하단에 만행결사 45일간 코스가 그려진 지도가 보인다.

어현경 기자 eonaldo@ibulgyo.com
사진=김형주 기자 cooljoo@ibulgyo.com

[불교신문3586호/2020년5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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