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감독 4인이 본 '아홉스님'

지난 겨울 위례 상월선원 천막법당에서 치열하게 수행한 스님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홉 스님이 드디어 527일 전국 롯데시네마 13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했다흥행력과 작품성과 인정받고 있는 4명의 현직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영화 아홉스님을 본 뒤 본지에 리뷰를 보내왔다. 

혹독하고 치열한 정진으로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군 상원선원 아홉 스님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은 지난 2월7일 90일간의 무문관 수행을 마친 뒤 대중들을 향해 예를 올리고 있는 아홉 스님들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혹독하고 치열한 정진으로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군 상원선원 아홉 스님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됐다. 사진은 지난 2월7일 90일간의 무문관 수행을 마친 뒤 대중들을 향해 예를 올리고 있는 아홉 스님들의 모습. ⓒ불교신문

"혹독한 수행에도 빛나는 스님들 위트"
영화 파밍보이즈’, ‘스쿨 오브 연출 강호준 감독

강호준 감독.
강호준 감독

지난 3월 초 WHO가 코로나19를 세계적 유행병인 '팬데믹(Pandemic)'으로 공식 선언한 후 많은 나라가 이동 제한(락다운, Lockdown)이나 거리두기, 격리를 강제적으로 시행했다. 락다운은 감염 관리의 종류 중 하나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락다운, 즉 이동 제한과 격리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이유는 다르지만 90일 동안 스스로 락다운 돼 고난의 삶을 산 스님들의 안거(安居)를 다룬 영화 아홉 스님을 보게 됐다. 영화 아홉 스님은 한 겨울 동안 아홉 스님이 30평 남짓의 천막 안에 스스로 갇혀 수행과 생활하는 모습을 도림스님이 직접 촬영한 셀피(selfie)’‘CCTV’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불편함을 감내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가 격리를 하는 행위도 어찌 보면 다른 사람의 감염을 막아 생명을 지킨다는 점에서 안거와 닮아있다.

영화의 공간은 소음과 진동 먼지가 가득한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주변 공터이다. 겨울철 농사에 필요한 비닐하우스 같은 천막이 만들어지고 현판까지 걸었다. 천막 하나 치고 만든 법당의 이름은 상월선원(霜月禪院)’이다. 아홉 명의 스님들은 볼품없고, 그 흔한 전기장판도 없는 법당으로 입장한다. 이어 문이 닫히고 튼튼한 자물쇠가 채워진다. 스스로 비닐하우스 법당에 90일 동안 격리된 것이다.

90일 동안 아홉 스님은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하고 작은 배식구로 배달된 도시락으로 하루 한 끼만을 먹는다. 그리고 옷 한 벌, 양치 외 삭발이나 목욕 불가, 외부인 접촉 불가, 묵언수행을 해야 한다. 규약을 어길 시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무서운(?) 서약까지 했다.

한 겨울 영하의 선원에서 하루 한 끼의 식사로 모든 스님의 체중은 10~20Kg 줄었다. 한 명이 쓰러졌으나 안거를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 일주일은 공양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수면 없이 좌선에 임하는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해낸다.

이 영화는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내는 고행을 단순히 관찰함에 멈춰있지 않다. 아홉 명이 같이 있어 고난을 인내하고 서로 말하지 않지만 격려하고 다독이며 혹한의 시간을 이겨냄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관객과 공유한다.

관객들은 고통 속에서도 빛나는 스님들의 위트에 웃었고, 동료 스님들의 고통에 울먹이는 스님을 보며 같이 울었다. 그리고 고통과 위기 속에서 서로 간의 끈끈한 연대를 켜켜이 쌓아가는 아홉 스님을 보며 내 주변을 다시 보았다.

2월의 봄날, 아홉 스님은 천신만고 끝에 밖으로 나온다. “마치 햇빛에 손이 달린 것처럼 온몸을 어루만져 주는 것처럼 행복했다.” “다시 하라면 못하겠죠, 그러나 같이했던 아홉 스님들이 하자면 더 오래도 할 것 같아요” “ 어느 마장도 우리를 침범할 수 없다

많은 것이 제한되고 갇힌 지금, 이들의 말들은 삶의 의미와 이웃과 동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격리나 거리두기가 완화된 삶을 고대한다. 90일 수행을 마친 아홉 스님처럼 조만간 사람들은 다시 세상으로 나와 이웃들과 친구들과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상이 기존의 일상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어떠한 마장(魔障)이 다시 와도 흔들리지 않고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고 연대하며 삶을 이어 갈 방법을 이 영화를 보면서 찾아보면 어떨까.
 

"아홉스님은 그 전의 아홉스님과 달랐다"
영화 '아픈만큼 사랑한다', ‘마이 엄마연출 임준현 감독

임준현 감독
임준현 감독

이 영화는 동안거에 들어간 아홉 스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90일의 안거기간 동안 한겨울 난방 기구 하나 없이 단 한 벌의 옷과 하루 한 끼의 극히 제한된 조건 속에서 수행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스님들이 보여주는 감정과 이야기들을 담담하지만 단단하게 그려낸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흥미로운 점 몇 가지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영화의 배경이 한 가지 장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배경을 한 장소에 제한을 둔다는 것은 그만큼의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 등장인물과 장소의 변화 없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탄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닐 것이다.

'아홉스님'은 스님들의 안거 과정을 시간의 순서대로 풀어 가는데, 어찌 보면 단조로울 수 있는 구성 안에서도 스님들이 겪는 다양한 감정선을 매끄럽고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또 내가 영화 '아픈만큼 사랑한다'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이야기에 종교적인 편견이 개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객관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영화 '아홉스님'은 나레이션 없이 스님들의 인터뷰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중간에 간단한 자막 정도가 들어가는 담백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온전한 아홉 스님을 만나게 된다.

나는 '왜 자신을 극한에 몰아가면서까지 수행을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90일 동안의 동안거를 마친 호산스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스님은 출가할 때 삼천배를 하며 종일 눈물을 흘렸을 때와 같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속세에서의 삶을 버리고 다시 태어난 것처럼 동안거를 마친 아홉 스님은 그 전의 아홉 스님과 분명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심우스님은 또 하라면 못 한다. 하지만 이 분들과 함께라면 또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심우스님의 말씀이 영화 주제를 아우르는 것 같다. 사실 속세 속의 우리라고 번뇌가 없는 것은 아니며, 우리만의 방법으로 항상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모든 번뇌를 이겨내는 과정들은 혼자 해내기 녹록지 않다. 그런 우리에게 이 영화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만의 수행도 이겨낼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너무나 인간적인 스님들"
영화 법정스님의 의자’, ‘기적의 피아노연출 임성구 감독

임성구 감독
임성구 감독

내가 영화 법정스님의 의자연출 제안을 받았을 때, 제일 큰 고민은 훌륭하신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였다. 존경받는 종교 지도자 법정스님의 삶을 사후(死後)에 제작한다는 게 여간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주위 사람들 입을 통해 법정스님의 삶을 그러내야 하는 과정에서 나는 한 가지 큰 사실을 깨달았다.

법정스님은 정말로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영화 속에서 인터뷰를 해준 기독교 신자 대학생이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관둬야 할 처지에 놓이자 법정스님이 대신 등록금을 대주었단다. 그러자 이 고마움에 대학생이 스님, 저 불교로 개종할까요했더니 법정스님은 그냥 믿던 종교 계속 믿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영화 아홉스님은 스님 아홉 분의 동안거(冬安居)이야기다. 한 겨울 3개월 동안 하루 한 끼, 14시간 참선 그리고 묵언수행은 일반인은 하기 힘든 고행이다. 어찌 보면 직업이 종교인이니깐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내 입을 떠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스님 아홉 분이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3개월 천막 동안거 동안 먹었던 초콜릿 서너알에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스님들, 하루 한 끼 먹던 식사가 외부와 소통이 잘못돼 그마저 못 먹게 되자 낭패스런 표정을 짓던 스님들에게서 나는 종교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영화 법정스님의 의자의 마지막 장면은 법정스님이 법회에서 대중들에게 전하는 말씀이다. “봄날은 갑니다. 덧없는 시간들은 지나갑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새로 돋아난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화 아홉스님마지막 장면은 동안거에 참여한 어느 스님의 독백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늘 무거운데 오늘은 발걸음이 가벼운걸 보니 부처님만 생각하는 거 같다. 불어오는 바람, 새소리가 참으로 좋다.” 너무나 인간적인 스님들 모습에서 나는 참 종교인의 자세를 느낀다.
 

"고행은 묵언으로 말하는 웅변임을…"
영화 제자 옥한흠’, ‘순교연출 김상철 감독 (목사)

김상철 감독
김상철 감독

기독교, 불교, 가톨릭 성직자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천화(遷化). 천화란 불교에서 말하는 가장 고결한 죽음이라고 하는데, 그 죽음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잊힌다. 내 마음에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잊히는 것보다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후 가장 먼저 가서 설법한 곳은 인도 바라나시의 녹야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걸어서 이동한 녹야원은 며칠이 걸리는 거리에 있었는데 하루 한 끼씩 먹으며 이동했다고 한다. 영화 부활에도 나오지만 바라나시는 죽음이 살아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첫 음성이 들렸다.

죽음이 있는 곳에서 들려온 살아있는 목소리였다. 사는 것이 고통이었던 힌두인에게 해탈을 언급하는 음성은 이미 갠지스 강을 넘은 지 오래되었다. 삶과 죽음이 붙어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는 신비의 도시 바라나시. 영화 아홉스님을 보면서 보리수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바라나시까지 하루 한 끼를 먹고 걸어가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생각났다. 아마 감독이 그 의도를 가졌다면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불교의 고행은 묵언(默言)으로 말하는 웅변(雄辯)이기 때문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라” ‘아홉 스님시놉시스에 있는 글이다. 이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성직자들의 태도에는 분명 질문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종교 지도자가 없고 죽음이 죽어버린 시대이기 때문이다.
 

영화 아홉스님 포스터

정리=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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