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샤리야 대탑에서 상념에 젖은 회주 스님.
케샤리야 대탑에서 상념에 젖은 회주 스님.

상월결사 인도 순례 24일차, 부처님께서 바이샬리인들에게 남겨준 발우를 모신, 케샤리야 대탑 앞에서 야영한 순례단은 새벽에 쿠시나가라를 향해 불 밝히고 길을 나섰다.

쿠시나가라까지 가는 길은 멀다. 바이샬리에서 거의 200km에 달한다. 후새니(Hussaini), 두마리야(Dmariya), 카라스갯 (Karas Ghat)를 거쳐 사다우아(Sadaua)에 도착했다. 이날 26km를 걸어 누적 거리 593km가 되었다.

이날 순례단은 간닥강(Gandak River)을 건넜다. 부처님께서 바이샬리의 릿차위 사람과 작별하며 건너가신 바로 그 강이다. 여명이 밝아올 무렵 난간이 무너진 다리를 건너갔다. 강변에는 화장터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자 곧바로 강을 따라 올라갔다. 안개 서린 강 저편에서 나룻배 한 척이 건너오고 있었다.

부처님과 아난다도 저 배를 타고 건넜을까? 눈에 보이는 풍경, 발에 밟히는 흙, 만나고 스쳐가는 사람들 모두 부처님 인연 아닌 것이 없다. 부처님이 가신 길이기에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이 예사롭지 않고, 만나는 사람이 모두 반갑고, 배설물 가득 쌓인 길마저 남달리 다가온다.

보드가야, 라즈기르, 바이샬리, 케샤리야, 쿠시나가라, 부처님 자취를 만나는 불교 유적지가 아니라면 구분이 안되는 땅이며 풍경이다. 어제 지나온 길 골목 들녘과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아무리 봐도 구분이 안간다. 땅은 평평하고 넓으며 마을 생김새 사람 사는 모습도 똑같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 정성스럽게 합장하고 맞아주는 사람들도 한결 같다. 순례단도 이들이 이웃처럼 반갑고 친근하다.

합장하고 웃으며 인사하는 회주 스님.
합장하고 웃으며 인사하는 회주 스님.

 

시간이 가면 피로가 누적돼 더 힘들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인 것 같아 다행이다. 바이샬리를 떠나면서부터, 반 결제가 지나면서 순례단 발걸음이 빨라졌다. 많이 적응된 탓이다. 많을 때는 5~6명이 타던 버스 탑승객 소식이 끊긴 지도 며칠이 지났다. 한 때 순례단을 긴장에 몰아넣었던 감기도 사라졌다. 속은 진작 편안해졌다. 감기 때문에 중단했던 <금강경> 독송, 108배도 곧 재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체력은 많이 소진됐다. 스스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더운 날은 새로운 복병이다. 3월에 들어서면서 기온이 빠르게 올라간다. 오전 행선은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다들 땀범벅이다. 습진이 새로운 훼방꾼으로 등장했다.

순례에 적응하면서 순례의 본래 의미, 회향 후 결실 등 인도 오기 전 세웠던 원력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도 갖기 시작했다. 23일차 케샤리야 대탑에서는 조별 토의가 열렸다. 순례단 개인적으로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 이제 이를 공유하고 순례단을 넘어 한국불교에 회향해야한다. 이는 순례의 본래 목적이며 반드시 해야 할 당위다. 부처님께서 가신 길을 탈 없이 걷는다고 순례 목적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조별 토론회를 통해 인도에 발을 딛기 전 가슴에 새겼던 화두를 점검했다.

앞으로 걷는 길은 그 화두를 깊고 단단하게 점검하는 ’한국불교 미래의 길‘이 될지 모른다. 쿠시나가라 까지 4일, 100km가 남았다.

행선하는 모습.
행선하는 모습.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원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제7조 우바이조

합장한 7조 순례단 모습.
합장한 7조 순례단 모습.

 

보살님이라고 부르는 우바이조는 6명이다. 이태경 보살을 조장으로 성계순 김정숙 백금선 강덕순 정유림 보살이다. 인도 오기 전 순례를 주관하는 상월결사에서는 겁을 잔뜩 주었다. 매일 30km 걷기는 기본이고, 야외 텐트 생활에다 볼 일은 들판에서, 샤워와 빨래는 가끔 들르는 호텔에서 한꺼번에 한다. 다들 여성들을 걱정했다.

순례 24일 차 3월4일 숙영지에 도착해서 순례단원 소개 두 번째 편, 7조 보살들을 만났다. 화장실, 씻는 문제, 빨래 등에 대해 물었다. 묵언수행 종인 백금선 보살을 빼고 5명이 즐겁게 인도 순례 어려움과 감동, 깨달음 등을 들려주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화장실은 재래식이 좋고 들판은 더 깨끗하고 훨씬 편하다. 이틀 안 씻어도 문제 없다. 겁을 잔뜩 줘서 각오를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26세 청년불자 정유림 씨.
26세 청년불자 정유림 씨.

 

유일한 20대 이자 7조 막내 정유림(26)씨는 “사진을 보내주면 엄마와 언니가 너 왜 얼굴이 빛나고 피부도 좋아지고 한국 안 와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며 “밥도 맛있고 요즘은 하루 하루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누구 보다 제가 적응을 제일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 많은 보살님들 역시 빠르게 적응했다. 성계순(서울 호압사)보살은 “20년 전에 왔을 때 설사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다 텐트에서 잔다는 것도 불안하고 무엇보다 치안이 걱정이었다. 그런데 고행이 아니라 행복한 순례를 하고 있다. 경찰이 총 들고 지켜주니 치안 걱정도 없고, 각오하고 왔는데 각오한 만큼 열악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덕순 (71) 보살도 “화장실도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낫고 밤새 소리가 울려 퍼지는 문제라든지 불편하고 낯선 것들은 수행이라 생각한다”며 “큰스님과 스탭진 덕분에 한국과 구분이 안된다‘고 말했다. 강보살은 ”정말 큰 스님과 스탭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정숙(62) 보살도 ”씻을 수 없다고 해서 각오 했는데, 전기도 들어오고 생각보다 훨씬 나았다“며 “채식 위주를 하다 장염 예방 때문에 기름에 볶은 음식을 먹는 것 때문에 초반에 고생을 좀 했고 지금은 잘 적응했다. 걸을수록 발걸음도 마음도 가볍다”고 말했다.

이태경 7조 조장.
이태경 7조 조장.

 

7조 우바이들이 잘 적응하는 것은 철저한 준비 덕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걸음이 힘차고 빠르고 대오도 가지런한 상태를 끝까지 유지한다. 이태경(봉은사) 조장은 “우리 조원은 모두 하루 한 두 시간 걸으며 열심히 준비했다. 108배도 열심히 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필라테스 까지 했다. 회향하는 날 까지 건강하게 완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덕순 보살은 “남 탓 하지 말고 우리가 모범을 보이자며 힘들지만 걸음도 잘 걷고 줄도 잘 맞추고 조장님 말을 잘 따르자며 독려했다”며 7조가 모범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태경 조장은 “우리는 국가대표팀입니다”라며 웃었다.

김정숙 보살
김정숙 보살

 

그러나 마음은 약하다. 감동도 잘한다. 가장 큰 감동은 환대해주는 인도인들이다. 성계순 보살은 “국내에서 두 번 순례를 할 때는 불자가 아니면 쳐다도 안 보는데, 여기는 불교신자 아닌 사람들 까지 다 나와서 환영하고 박수 치고, 우리가 가는 날은 동네 잔치날이더라.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정말 매 순간이 소중하고 환희에 찬다”고 말했다. 김정숙 보살도 “인도 오기 전에는 생명존중, 평화, 전쟁, 질병 이런 거대한 원력을 가졌는데 와서 보니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바로 부처님이었다. 모르는 사람을 환영하고 꽃 뿌려 주고 먼지 난다고 물 뿌려 주는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부처님이었다. 인도에 와서 느꼈다. 자비 없는 불교 중흥은 없다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백금순 보살
백금순 보살

 

다들 인도에서 많이 배우고 한국에 돌아가면 새로운 원력으로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숙 보살은 “우리가 호의호식 하고 많은 걸 누리면서 불편함 없이 살고 있구나 반성한다”며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검소하고 겸손하게 자비심을 내면서 살겠다”고 말했다. 이태경조장은 “자비나눔 행사를 많이 하고 싶다. 계기가 된다면 한국과 인도 간 불교 문화 교류가 성사될 수 있도록 애쓰고 참여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유림씨는 “전 세계적으로 걷는데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부처님 나라를 걸어서 순례한 이 복을 다 함께 나누고 싶어 느낀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말해주려고 한다. 인도에서 불교가 많이 살아났으면 좋겠고 한국에서도 저처럼 청년불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저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덕순 보살도 “인도에 항상 부처님 가피가 가득하기를 발원한다”며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 저도 더 좋은 실천행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성계순 보살
성계순 보살

 

7조 보살들은 한결같이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강덕순보살은 “부처님을 모시고 이운한 것은 일생일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큰스님께서 우리들에게 이런 것 까지 배려하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 돈이 생기면 불화가 일어나는데 지혜와 자비를 주시니 큰스님께서 행복복권을 주신 것이다”며 감사했다. 김정숙보살은 “우리가 걱정했던 것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순례하고, 인도인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는 것은 큰스님 덕분임을 잘 안다”며 “큰스님 원력이 정말 대단하다, 순례를 할 때마다 큰 스님 원력이 우리에게 미친다는 것을 느낀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며 남은 기간 한 발 한발 소중하게 길을 걷겠다”고 합장했다. 이태경 조장은“ 자승 큰스님 덕분에 한국에서 두 번의 순례를 동참하고 부처님 나라를 걷는다고 해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참했는데 부처님을 안고 모시는 감동 까지 받았다”며 “부처님을 안는 순간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났다. 이 모든 기회를 주신 자승스님께 감사드린다. 큰스님 말씀대로 순례길에서 아픔과 고통.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정성을 다해 정진하고 있다. 약해질 때 마다 앞에서 큰 걸음으로 이끌어 주시는 큰스님 발걸음에 큰 힘을 받으며 큰 스님 뒤를 따를 수 있어 감동”이라고 말했다.

7조 보살들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 막내 정유림 씨가 그 소원을 대표로 말했다. “큰스님 부처님을 한 번 더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강덕순 보살
강덕순 보살

 

합장하는 스님
합장하는 스님
마을을 지나는 순례단
마을을 지나는 순례단
합장하는 스님
합장하는 스님
순례단 스님이 합장하고 있다.
순례단 스님이 합장하고 있다.
행선하는 모습.
행선하는 모습.
불상 이운하는 원명스님
불상 이운하는 원명스님
행선하는 모습.
행선하는 모습.

 

인도 비하르 주=박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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