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거나 주목받지 못해도 오늘도 거리엔 스님들…
알아주거나 주목받지 못해도 오늘도 거리엔 스님들…
  • 박봉영 기자
  • 승인 2020.06.14 11:47
  • 호수 358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는 동안 매일 발표되는 감염자 통계 속에 사망자가 포함돼 있다. 6월5일 기준 273명이다. 이들은 임종은 물론 장례에 이르기까지 가족 친지와 함께하지 못한채 화장됐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끝나버린 삶, 속수무책의 이별에 황망하기만 하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그들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열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숨죽이고 있을 때 사회노동위 스님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거리에 섰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주목받지 못하고 알아주지 않지만 외롭게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거리로 나선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췄을 때도 쉴 수 없었다. 지난 1월부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도회도 단 한번도 쉬지 않았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주목받지 못하고 알아주지 않지만 외롭게 싸움을 이어가는 이들의 곁을 지키며 함께 거리로 나선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췄을 때도 쉴 수 없었다. 지난 1월부터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거리에서 진행하고 있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도회도 단 한번도 쉬지 않았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대형 장엄물이 들어선 광화문광장. 코로나19 감염증이라는 국난 극복을 기원하는 희망의 등(燈)이 불을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불교계는 전국 사찰이 법회를 중단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국민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함게 나누고자 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 사망자 소식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전염병으로 인해 외로운 임종을 맞는 이들, 가족도 돌볼 수 없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 살아서 남은 이들에게는 더 큰 상처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상처를 씻는데 가장 먼저 나선 이들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다. 멀리 제주에서, 경남 진주에서, 대구에서 스님들은 한걸음에 달려왔다. 그렇게 국난극복 희망의 등 앞에서 5월7일 기도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을 위한 기도였다. 

매일 한시간씩 진행된 기도회. 위원장 혜찬스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 존엄이 지켜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도회를 마련했다”고 했다. 확 트인 광장의 스님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주목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누군가를 위한 기도를 이어가는 것이 사회노동위 스님들의 역할이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곳이 비바람 피할 곳 없는 거리 한복판이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무리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라 하더라도 아무도 함께 해주지 않는 외로움은 없어야 한다. 광화문광장에서 14일 동안 사회노동위원회가 조용한 기도회를 이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1등항해사 박성백 씨의 유가족이 기도회에 함께 했다. 코로나19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들이지만, 스님들의 기도가 이어지는 동안 가장 뒷자리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건 발생 직후 실종된 배와 선원을 찾아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뤘으나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럼에도 끝까지 고통을 함께 나눠준 이들이 사회노동위 스님들이었다. 함께 싸워주었고, 같이 눈물 흘려주었다. 못견디게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떠나지 않고 곁을 지켜주었다. 실종 3년째 되던 날, 부모는 유골 수습도 하지 못한채 자식을 떠나보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천도재를 열었다. 시신을 땅에 묻지 못한 부모를 위로했다. 박성백 1등항해사의 유가족이 이날 코로나 기도회에 함께 한 이유는 다만 이것이었다. 

불교와 종단이 해야 하지만 선뜻하지 못하는 역할. 사회노동위에 맡겨진 책임이다. 몸에 아픈 곳이 있으면 치료하듯 우리 사회의 아픈 부분을 치유하고자 거리에 서는 스님들. 그들의 수행처는 싸움의 현장이기도 하고,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누빈 현장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규모 해고사태가 있었던 쌍용자동차, 파인텍, 콜트콜텍, 아사히글라스 노동갈등 현장, 이주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김천톨게이트 수납노동자들이 좌절했던 노동현장에 함께 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제주4·3사건, 성소수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힘을 보태기도 했다.

올해에도 경남경마공원의 부정에 좌절해 자살한 문중원 기수의 명예회복을 위해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함께 싸웠고, KTX 해고노동자들의 절망을 가져온 대법원 판결에 항의해 대법원에 진입하기도 했다. 4·3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108배와 스텔라데이지호 희생자 천도재, 청주방송 PD 자살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기도회 현장에도 섰다. 이런 때는 항상 어렵다. 무조건 약자의 편에 설 수는 없다. 사회적 약자여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순이 켜켜이 쌓여있기에 함께 하는 것이다.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올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서울정부청사 앞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의 결실을 맺고자 매주 목요일 이곳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종교, 병력,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성적지향, 학력 등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차별이 사라져야 모순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

코로나19 기도회가 열린 장소와의 거리는 100m. 19명의 위원 스님들 가운데 여건이 되는 스님들이 참석하는 이 기도회 장소 역시 거리 한복판이다. 1월부터 시작된 기도회는 강추위로 손발이 꽁꽁 얼어도, 한치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비바람이 몰아쳐도, 아찔한 땡볕더위가 이어져도 기도회는 멈추지 않는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순간까지 기도회를 이어가겠다는 사회노동위. 이런 순간에는 외롭고 야속하기도 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구성된 시민사회의 연대기구에 수많은 단체가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이런 현장에 함께 있는 이들은 전무하다. 불교계 단체도 10여 곳이 연대에 포함돼 있으나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사회노동위는 묵묵히 걷고 있다.

이 보다 더 큰 어려움도 있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각각의 수행처에 있는 있는 19명의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럼에도 각자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거리에 서는 것은 누군가는 꼭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부위원장 지몽스님은 “활동을 하면서 많은 분들로부터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환희심과 보람을 느끼고, 동시에 포교의 텃밭을 일구는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면서도 “적은 인원이라도 모일 수 있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지만, 더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우리 사회의 아픔의 현장에 함께 하고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우리 불교와 종단에 대한 인식도 비로소 바뀔 것”이라고 했다.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2012년 종단 사상 처음으로 노동분야를 전담할 ‘노동위원회’로 출범했다.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우리 사회의 흐름에 맞춰 종단의 대사회적 역할을 늘리겠다는 의지이자 결과였다. 이후 각종 노동 현장에서 활동을 펼치며 불교와 종단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노동 현장에서 불교에 대한 인식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노동위원회는 2016년 사회노동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명칭 변경과 함께 활동범위도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해고노동자 문제에서 소외계층 빈곤 문제, 성소수자 차별 문제, 인권, 장애인 등으로 넓혔다. 사회노동위원은 위원장 혜찬스님을 비롯해 총 19명의 스님들로 구성됐다. 종단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기구 중 하나로 꼽힌다.

[불교신문3589호/2020년6월1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