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파키스탄 국빈 방문
라호르 박물관에서 파키스탄 국빈 방문 첫 공식 일정을 시작한 조계종 방문단이 11월17일 오후(현지 시각) 라호르에 위치한 ‘바드샤히 모스크(Badshahi Mosque)’로 이동해 불교와 이슬람 종교 지도자 간 대화를 나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바드샤히 모스크’ 종교 지도자 물라나 카비드 아자드 이맘(법사)과 모스크 사원에서 1시간 동안 만났다.
라호르 성 서편에 위치한 바드샤히 모스크는 세계 최대 7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이슬람 사원이다. 바드샤히란 ‘황제의’ 라는 뜻으로 17세기 후반인 1673년 무굴제국의 전성기 때 아우랑제브(Aurangzeb) 황제가 세웠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파이살 모스크’가 서기 전까지는 파키스탄 최대의 모스크였으며 건물 내부에 1만 명, 안뜰에 9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구조와 장식은 페르시아 양식을 띄고 있으며 붉은 사암 벽과 흰 대리석 돔이 좌우대칭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라호르를 상징하는 모스크이자 10만명이 동시에 법문을 들을 수 있는 이곳에서 조계종 방문단은 물라나 카비드 아자드 이맘의 제안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둥근 원 모양으로 둘러 앉았다. 물라나 카비드 아자드 이맘은 옛부터 이슬람교도들은 둥글게 둘러 앉아 회의를 했다며 적극적인 대화의 자세를 취했다.
물라나 카비드 아자드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위해 먼 곳에서 발걸음을 해줘 감사하다”며 “존경하는 한국불교 대표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 8월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세계종교인평화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종교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평화와 공존을 위해 서로 긴밀히 교류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양 측은 모스크 사원 곳곳을 둘러보며 종교간 이해를 도모했다. 물라나 카비드 아자드는 모스크 내부 벽과 벽 사이 울림을 통해 작은 기도 소리가 사원 곳곳으로 울려 퍼지는 것을 직접 선보이며 이슬람 사원이 가진 신비를 소개했다.
10년에 걸쳐 만든 코란(이슬람 경전)이 전시된 곳을 찾아 서로가 믿는 예경의 대상과 그 말씀의 기록을 접하며 종교적 공통점을 찾기도 했다. 종단 스님들은 이맘이 코란을 암송하자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을 부르며 답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조계종 방문단에 대한 파키스탄 영접은 펀자브 주에서도 계속됐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와의 만남 뒤 조계종 방문단은 펀자브로 이동, 초드리 모하마드 사르와 펀자브 주지사 관저에서 만찬을 함께 하며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요청에 응했다.
파키스탄은 수십년간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상황. 초드리 모하마드 사르와 펀자브 주지사는 파키스탄의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안보로 국제 사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고 있는 어려움을 전했다. 조계종 방문으로 종교적 우호 관계를 증진해 나감과 동시에 국가 간 교류 협력을 기대했다.
"한국불교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보니 감개무량하다”고 운을 뗀 주지사는 “파키스탄에 있는 불교 유적을 알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를 발굴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업무이기도 하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종교 나아가 문화 유적지 발굴와 교류 협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양국 간 깊은 역사적 유대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1700년 전 파키스탄 출신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에 불교를 전했다는 점, 그의 고향이 이곳 ‘초타라호르’라는 것을 잘 안다는 점, 혜초스님이 구도의 길에서 파키스탄과 만났다는 점 등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런 깊은 인연이 있는 파키스탄과 조계종이 만남을 갖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파키스탄에 많은 불교 유적지를 비롯한 신도들이 있고 이를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정부가 애쓰는 것을 한국 국민과 불자들에게도 전하겠다"고 말했다.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들 당부 인사도 이어졌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부처님 고행상’을 보며 느낀 소감을 전했고 이에 대한 공감의 뜻으로 중앙종회의원 만당스님은 “고행상을 한국에 모셔 한국 불자를 비롯한 양국의 교류에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초드리 모하마드 사르와 펀자브 주지사는 “어떤 역사나 유적지도 빌려줄 수 있다. 기간에 제한은 두겠지만 요청에 얼마든지 응하겠다. 얼마 전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에게도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로 인도와의 문제가 뿌리 깊고 국내외 정세가 불안한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난하고 고용률이 높지 않은 파키스탄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달라. 평화롭고 유서 깊은 나라라는 것을 잘 전해달라. 원한다면 관계 부서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북동부를 순례한 조계종 방문단은 이튿날인 11월18일 파키스탄 북부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훈자(Hunza)를 찾는다. 훈자 왕국 유적지인 발티트 포트, 알티드 포트를 찾아 이슬람에 스며든 티베트 문화 유적을 둘러본다.
파키스탄 대통령과의 만남은 5일째인 11월20일 예정돼 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해 현지 시각 오전11시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과 만난다. 오후에는 파키스탄 샤 메흐무드 쿠레시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임란 칸 총리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국빈 방문 6일째인 아침에는 불교 문화가 숨 쉬는 펀자브주 탁실라(Taxila)로 향한다. 탁실라 박물관에서 탁실라 최대 스투파인 다르마 라지카로 이동해 아소카 왕이 석가모니 유골을 모셨던 곳, 간다라 미술의 걸작이라고 하는 데라코타, 공양하는 여인상 등이 출토된 유적지를 둘러본다.
다음날은 간다라 지방의 대표적 불교사원인 탁트히바이 사원을 순례한다. 이날 오찬에는 폐샤와르주 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이어 마라난타 스님의 고향인 초타라호르를 방문한다. 한국 불교와 이슬람 문화의 물꼬를 트는 기념 식수 및 명판 제막식이 예정돼 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11월23일 파키스탄 북서부에 위치한 페샤와르로 이동해 폐샤와르주 문화부 장관이 주최하는 환영행사에 참석한다. 폐샤와르 박물관을 관람한 후에는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해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환영 만찬을 함께 한다. 만찬 후에는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해 다음날인 11월24일 오후 귀국한다.
이번 파키스탄 국빈 방문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서울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강화 보문사 주지 선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등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을 비롯한 40명이 동행한다. 승려연수교육을 위해 온 교육원 학인 스님들과도 만남도 이뤄지고 있다.
파키스탄=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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