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파키스탄 국빈 방문…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 면담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국빈 방문 중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과 만났다. 임란 칸 총리와의 비공개 면담도 이뤄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11월20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대통령궁에서 아리프 알비 대통령과 만나 파키스탄이 대승불교 발원지라는 데 깊이 공감하고 종교 및 문화 교류를 위한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라호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부처님 고행상'을 비롯해 파키스탄에 남아있는 불교 유적지와 유물을 한국에 소개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불교 유적이 남아있는 지역에 한국 사찰을 건립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조계종을 초청한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초청에 응해줘 감사하다”며 “파키스탄은 불교의 요람”이라는 환영 인사로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맞았다. 이어 “한국 스님이 파키스탄 여행기를 글로 남긴 기록이 있는 걸 알고 있다”며 혜초스님 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을 언급했다.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조계종 방문단이 이미 여러 지역을 둘러본 것을 알고 있다”며 “파키스탄에 남아있는 불교 유적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한국 불교계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비롯해 있어 많은 부분에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무엇보다 파키스탄이 종교 간 평화를 중시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한국의 많은 불자들이 이슬람 문화권인 파키스탄을 방문하길 바란다고도 했다.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파키스탄은 한국 외교부가 위험경계지역으로 분류될 만큼 위험한 곳이 아니다”며 “양국 간 외교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한국 불교와 파키스탄이 오랜 유대 관계에 있었음을 언급했다. 1700년 전 백제에 불교를 최초로 전한 마라난타 스님의 고향이 파키스탄 초타라호르라는 점, 신라 혜초스님이 치트랄과 스왓 지역을 방문한 기록이 남아있다는 점에 대해 소개했다.
원행스님은 “마라난타스님이 파키스탄의 길기트와 훈자 지역, 중국을 넘어 한국에 불교를 전해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며 “이번 조계종 방문단 또한 마라난타스님을 비롯해 혜초스님 등 구도승들이 다녀간 옛 순례길을 찾으며 사라져가는 흔적을 찾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불교 유적, 간다라 유물들을 소중히 보호하고 지켜줘 고맙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 불자들이 파키스탄에 대해 더 알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그 일환으로 라호르 박물관에 있는 ‘부처님 고행상’을 비롯한 간다라 유물의 한국 전시, 불교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암각화 지역에 한국 사찰을 건립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어 “파키스탄 문화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며 “양국 외교에도 큰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아리프 알비 대통령과 만나기 앞서 임란 칸 총리 집무실에서 비공개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조계종과 파키스탄 문화 교류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가 오갔다.
이 자리에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불교 유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세계 종교 간 평화와 불교 화합을 위해 ‘부처님 고행상’을 비롯해 간다라 유물을 한국 불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파키스탄 내 사찰 건립 기회를 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에 임란 칸 총리는 흔쾌히 수락의 의사를 밝혔다. 이어“파키스탄 정부 또한 종교 유적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대통령을 만나기 앞서 소하일 마흐무드 외교부 장관 등을 비롯해 종교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들과 만나 한국 불교와 파키스탄 간 문화 교류 및 협조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4차례에 걸친 면담에는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서울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강화 보문사 주지 선조스님,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 등이 배석했다. 총무원 문화부장 오심스님, 사회부장 덕조스님도 자리를 함께 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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