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스님 등 종단 지도부 스님들이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 파키스탄을 국빈 방문하여 종교화합, 인류평화와 양국 관계 증진을 도모했다. 

이슬람 국가에 불교 지도자가 국빈 초청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는 한국불교가 종교와 믿음을 떠나 평화와 인류 행복에 많은 기여를 하고 종교화합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파키스탄은 대표적 이슬람 국가이면서 대승불교가 발흥한, 불교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세계 문화사적으로도 서양 문명의 뿌리인 그리스 문명과 동양 문명을 대표하는 인도문화가 만나 간다라 문명을 만들어낸 유서 깊은 지역이다. 그래서 불자들의 순례가 끊이지 않는다.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한국불교 사절단도 부처님 고행상을 봉안한 라호르 박물관을 찾아 참배했다. 이외 아소카 왕이 석가모니 부처님 유골을 모셨던 탁실라 최대 가람을 방문하고 간다라 미술 걸작품이 출토된 유적지를 둘러보는 등 문화사절단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불교지도자들의 옛 간다라 지역 순례는 이 나라 정치지도자와 문화인들에게 인류문명을 공동 관리하는 중요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기회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부처님 고행상과 설법하시는 모습을 담은 예술 작품들을 보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현지 언론과 인터뷰 내용은 아주 중요하다.

총무원장 스님의 이러한 언급은 파키스탄인들에게 그들이 소장한 불교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자신들이 믿는 종교유물은 아니지만 나라도 얼굴 생김새도 종교도 다른 사람들이 고향처럼 여긴다는 말만으로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인연이 쌓여 인류 문명인 바미얀 석굴을 파괴했던 탈레반과 같은 만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힘이 된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불교유물을 관람하고 보존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 외에도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나 종교평화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했다.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크다는 이슬람 사원의 종교지도자 이맘과 만나 인류의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논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 자리에서 “종교간 다양성을 인정하고 평화와 공존을 위해 서로 긴밀히 교류하고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하여 이슬람 지도자의 화답을 이끌어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종교 지도자 외에도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대통령, 임란 칸 총리, 샤 메흐무드 쿠레시 외교부 장관 등 이 나라 최고 정치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양국 외교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한국에는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와 기술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등 두 나라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불교는 그 가교 역할을 담당할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두 나라는 이미 불교를 통해 고대 시대부터 밀접한 인연을 맺었기 때문이다.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가 바로 오늘날 파키스탄 지역인 간다라 출신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종단 지도부의 파키스탄 국빈 방문은 그러한 점에서 마라난타의 동진(東進)에 화답하는 한국불교의 서진(西進)이라 부를 만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불교신문3538호/2019년11월3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