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선암사 등기 말소 항소심에서
대한불교조계종선암사삭제 명령

조계종 실체없다판단한 원심 및
대법원 차체험관 판결 논리 수용
편향 논리 적용한 코드 판결현실화

합법 소유 보다 실질 점유 인정한 판례
선암사 말사 비롯해 미입주 사찰에 영향
720일 차체험관 파기환송심 파급 주목

조계종이 제20교구본사 선암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광주고법 민사1-2(재판장 이수영)77일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선암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등기말소 항소심에서 조계종선암사 전 주지는 말소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며 태고종선암사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2016년 법원이 조계종 스님들이 거주하지 않아 조계종선암사의 실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조계종선암사로 등기한 건물과 토지 등을 말소하라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조계종선암사는 사찰로서 실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피고 측 조계종선암사의 항소를 각하(却下)하는 결정을 내렸다. 각하 결정은 청구인의 소가 구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재판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을 끝내는 것으로 사실상 법원은 조계종선암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 자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원은 대신 항소심 당사자로 피고 측 조계종선암사 전 주지를 지목하고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고 명령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조계종선암사는 사찰로서 실체가 없으므로 전래사찰로서의 선암사 지위를 승계한 것은 태고종선암사라며 태고종선암사가 각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로 조계종선암사 전 주지는 각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했다. 조계종선암사 측이 말소해야할 등기 대상은 대웅전을 비롯한 20여 개 건물과 약26000(8000)에 달하는 사찰 부지, 8264000(250만평)에 상당하는 임야 등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교계에서는 애당초 예상했던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재판부가 태고종선암사 손을 들어준 결정적 근거는 20201224일 대법원의 순천 차체험관 철거 소송파기환송 판결에 있다. 당시 대법원은 소유자인 조계종선암사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건립한 차체험관을 철거하라는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의 등록만으로 특정 종단에 소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사찰(조계종선암사)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조계종선암사를 사찰로서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전래사찰 선암사가 자율적 의사 결정에 따라 조계종 소속으로 합의를 하였는지 조계종이 지속적으로 임명한 주지가 인적 물적 조직을 관리하며 대표로 임무를 수행했는지 선암사 경내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종교 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했는지 독자적인 신도들을 갖추고 있는지 등의 여부다.

이번 등기 소송 판결에서도 이 같은 대법원 논리는 그대로 적용됐다. 재판부는 차체험관 철거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어느 사찰이 특정 종단에 가입하거나 소속 종단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찰 자체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는 법리를 받아들여 조계종선암사는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합법적으로 이뤄진 종단 등록에 앞서 불법이라 할지라도 실제 거주하는지의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결정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예상했던 결과라는 평가 바탕에는 사법부 판결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20201224일 있었던 차체험관 철거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상당수 인용했다. 조계종선암사의 정당한 소유권을 인정하고 철거 명령을 내린 1심과 2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은 당시 코드 판결의혹으로 선암사 소송의 전반적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당시 원심을 뒤집고 태고종선암사 손을 들어준 차체험관 철거 소송의 주심 판사는 김상환 대법관. 등기 말소 소송 1심에서 태고종선암사 쪽에 승소 판결을 내린 김형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당시 등기 말소 소송 재판장)과 같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코드 인사’ ‘코드 판결등의 논란으로 사법부 내 편향적 구성과 판결의 중심에 섰던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의 판결 논리에서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김상환과 김형연 모두 조계종선암사의 합법적 종단 등록 이전에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점거를 용인한 점, 조계종선암사가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사찰로서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 점, 관할청에 따른 통합종단으로의 등록을 선암사 대중 결의에 의한 종단 등록이 이뤄지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 점 등을 판결 근거로 삼았다.

이번 판결이 불러올 파급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른 관할관청에의 종단 등록만으로 사찰의 종단 소속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 이번 결정은 합법적 소유권자인 조계종선암사의 권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사찰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주장해 태고종선암사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례를 남기게 되면 종단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찰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넘기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현재 조계종이 법적 소유권자로 실질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사찰은 15곳에 이른다. 미입주 사찰 문제의 중심에 있는 선암사 판례가 다른 14곳 사찰에 영향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판결에 따라 선암사 산내 암자인 대승암, 대각암, 운수암, 청련암, 향로암과 산외 있는 향림사, 도선암 등과 관련된 소유권 문제도 불거질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은 한국불교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한 판결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다. 비구 대처 간 합의로 구성된 통합종단 대한불교조계종(현 조계종) 출범으로 선암사는 1962년 국가 법률에 의해 통합종단 제20교구본사로 지정됐다. 조계종단 소속으로 토지 및 건물 소유권 등 조계종선암사로서의 모든 권한을 국가로부터 합법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난 60여 년간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점거로 조계종선암사가 정당한 권한을 행사해오지 못했음에도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점거를 용인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총무원 기획실장 법원스님은 사법부가 종단 간 분규를 조장하고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계종 제20교구본사 선암사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할 예정이다.

한편 현재 광주지방법원에 계류중인 차체험관 철거 파기환송심이 720일 열릴 예정이어서 등기 말소 소송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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