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 탄원서 왜 냈을까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덕문스님,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는 5월26일 해인총림 해인사 보경당에서 제74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탄원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5월26일 해인총림 해인사 보경당에서 제74차 회의를 열고 선암사 판결과 관련한 탄원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순천시 차체험관 철거 파기환송심’ 622일 선고
등기 말소 소송항소심 77일 재판 각각 앞두고
교구본사주지협, 광주고법·광주지법에 탄원서 제출

전국 주지 스님들 전원 나서 한목소리 이례적
일개 사찰 아닌 한국불교 정체성 달린 문제

선암사는 비구·대처 합의로 출범한 단일교단소속
불만 품고 창종한 대처측 불법 점거 용인할 수 없어

10여 년 간의 법정 싸움에 불교계 촉각 곤두서
판결 결과 따라 양 종단 간 갈등·반목 비화 우려

조계종 25개 교구본사를 책임지고 있는 주지 스님들이 선암사 소송의 본질을 짚은 탄원서를 광주고등법원과 광주지방법원에 각각 제출한다. 단일 사찰의 법원 판결에 대해 교구본사 주지 스님 전원이 나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526일 발표한 탄원서에서 이번 소송은 개별 사찰의 재산 소유권이나 특정단체의 귀속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원이)천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전래사찰 선암사의 법통과 정통 교단 소속을 송두리째 부정할 것인지, 나아가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정면으로 부정할 것인지를 다루는 한국불교사에 있어 매우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현재 법원에는 선암사를 둘러싼 2건의 소송이 계류중이다. 선암사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 조계종선암사의 동의 없이 점유자에 불과한 태고종선암사의 사용 승낙만으로 순천시가 건립한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철거 소송과 조계종선암사 등기에서 조계종을 지워달라는 등기 말소 소송이다. ‘차체험관 철거 소송은 순천시가 토지 소유자인 조계종선암사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1심과 2심 판결에 따라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2020년 대법원이 돌연 원심을 파기하고 태고종선암사 손을 들어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내며 새 국면을 맞았다.

등기 말소 소송은 태고종선암사가 조계종선암사와의 합의를 깨고 60여 년 간 조계종선암사 앞으로 된 등기에서 조계종을 지워달라고 청구, 20161심에서 조계종선암사가 패소해 항소한 사건이다. 탄원서는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두 사건 선고심을 앞두고 해당 사안이 단순한 개별 사찰 소송이 아닌 종단의 정체성이 달린 중대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불교의 법통과 정통성에 있어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것도 탄원서 핵심이다. 해방 후 일본 불교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정화운동의 산물이자 비구 대처의 합의로 어렵게 출범한 단일교단(조계종)’의 출범, 그에 따라 국가 법률에 의해 선암사가 조계종 소속으로 등록된 점 등 역사적 사실에 기초했으므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태고종은 교단 내부의 한 구성원이었던 대처측 일부가 교단 운영에 불만을 품고 탈종해 창종한 신생 불교 종단이라며 전래사찰 선암사는 결코 태고종에 소속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합법적 소유권자인 조계종선암사는 오히려 국가에 의해 권리를 제한 받은 피해 당사자이며 정부 편익에 따라 태고종선암사의 불법 거주가 지속돼 온 데 대한 법원의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법정 싸움이 10여 년 간 지속돼 온 만큼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대목도 주목된다. 탄원서는 재판부가 역사적 사실을 오인하고 한국불교사의 법통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릴 경우, 과거 오랜 기간을 거쳐 안정과 화합을 위해 노력해 온 모든 것들이 돌이킬 수 없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한국불교에 일대 혼란이 재현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명시했다.

실제로 선암사를 둘러싼 양 종단은 60여 년 간 갈등을 거듭해왔다. 수십년 간 수차례 걸쳐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소유권은 조계종 측에 점유권은 태고종 측에서 가져갈 것을 재차 권고 한 바 있다. 선암사 판결은 일개 사찰의 문제가 아닌 한국불교를 지탱해 온 정통성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법원도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차체험관 철거 소송 파기환송심은 622, 등기 소송 항소심은 77일 각각 선고한다. 선암사 판결 결과에 따라 불교계가 다시 갈등과 반목으로 비화될 여지가 많은 만큼 불교계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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