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사슬이다”

보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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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

보상도 없는 일에 누가 뛰어들 것인가? 보살행을 실천하는 대승의 불자들이라면 모르겠으나, 세상은 대개 순수함 보다는 이해득실에 의해 작동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이 모이는 법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보상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기적 거래가 급증하면서 서민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급기야 비트코인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었고, 사회적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핵심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는가에 모아졌다. 한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혁신적이고 미래 산업으로서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우려가 있으므로 블록체인 기술은 장려하는 대신 비트코인은 규제해야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편은 양자는 분리가 불가능하다면서 만약 그것을 분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든다면 노벨상 감이라면서 대립했다.

정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할 수 없을까. 이럴 때, 불교식 논법이 필요하다. 가능하기도 하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사실 블록체인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공개되지 않은 체인으로 관리자가 참여자들을 선택하는 시스템인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누구나 참여가능하고 데이터도 공개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시스템과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 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은 양자를 분리할 수 없다. 만약에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를 없앤다면 열심히 채굴한 참여자들의 보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누구도 시스템에 끌어들일 수 없게 된다. 결국 그 블록체인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반면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그 시스템의 운영자가 따로 거래 내역을 검증할 수 있어서 채굴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선택사항인 것이다. 이론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완전한 블록체인으로 보기 어렵다.

정리하자면, 블록체인 시스템이라는 관점에서는 암호화폐를 분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본다면 블록체인과 분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 이 모든 논의가 사실은 블록체인이 급격한 확산과 경제생활과의 밀접성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암호화폐가 우리 일상에 무슨 상관이겠는가.

난감할 정도로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방식의 블록체인 시스템이 개발되고, 새로운 이름의 암호화폐가 등장하고 있다. 주변세상이 온통 변하고 있는데,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 지도 왜 변하는 지 알 도리가 없다. 권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곳이 어딘지 모르거나, 왜 알아야 하는 지도 모른다. 아예 관심을 끄고 사는 것이 상책일까. 

➲ 데이터 분산 권력이동, 인터넷에 가치 심자

유발하라리는 그의 책 <호모데우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본주의가 이기고 공산주의가 패한 것은 자본주의가 더 윤리적이어서도, 개인의 자유가 신성해서도, 신이 이교도인 공산주의자들에게 분노해서도 아니었다. 자본주의가 냉전에서 승리한 것은, 적어도 기술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는 중앙 집중식 데이터 처리보다 분산식 데이터 처리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인터넷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양의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인간의 지식과 지혜 보다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누구나 얘기하지만 이 데이터를 구조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 막 시작된 듯하다.

이전에는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 곳곳을 연결하는 그 자체에 경의와 찬탄을 보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 과정에 평등보다는 차별의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판을 짤 필요가 생긴 것이다. 거래 과정에서 거래 당사자나 중개인에 대한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나 정부가 직접 나서서 중개를 담당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신뢰가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이다. 심지어는 아프리카 난민을 위해서 구호단체에 낸 성금이 부패한 관리에 의해 중간에 착복되거나 횡령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외 원조 조달에 있어서 중간에 운송자로 활동하는 중개인을 없애 도난과 횡령 위험성을 제거하고 거래 내역 원장의 위조나 변조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한 원조활동이 가능해진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보상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를 없앤다면 열심히 채굴한 참여자들의 보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누구도 시스템에 끌어들일 수 없게 된다. 결국 그 블록체인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반면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그 시스템의 운영자가 따로 거래 내역을 검증할 수 있어서 채굴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선택사항인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여들게 하는 보상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분리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를 없앤다면 열심히 채굴한 참여자들의 보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누구도 시스템에 끌어들일 수 없게 된다. 결국 그 블록체인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반면에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그 시스템의 운영자가 따로 거래 내역을 검증할 수 있어서 채굴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선택사항인 것이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천수천안 ‘유니코인’

암호화폐하면 엄청난 전기료를 잡아먹으면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빽빽이 채운 채굴용 GPU를 연상하기 쉽다. 암호화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암호화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제출해서 채굴할 수 있는 화폐도 있다.

‘유니코인’이라는 이름의 이 코인은 유니세프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일종의 암호화폐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서 채굴한 코인은 공책이나 연필로 교환할 수 있다. 저개발국 아동들을 위해 개발한 이 블록체인 시스템은 ‘천수천안 관세음보살’ 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저개발국 아이들 중에서도 고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신원을 부여받고 고유 계좌를 가지게 된다. 모든 기부액은 각 아이들의 개인 계좌로 공평하게 분배되고 투명하게 관리된다. 모든 기부금이 아이들 개개인에게 도달할 때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

단순히 기부금 뿐 만이 아니다. 의료 원조 제공이나 질병확산을 막아줄 정수사업, 주택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아이들이 구조적 기아와 빈곤이라는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분산시켜서 소수가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 자체가 인간본연의 가치를 실현하는 시스템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 인과법과 블록체인 

불교적 관점에서는 이 블록체인 시스템 구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과법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구사론> 전통에서는 세상을 움직이는 인과법칙을 6인(因)과 5과(果)로 파악한다. 다소 복잡할 수 도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한 번 쭉 훑어보자.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인으로는 여섯 가지를 든다. 능작인(能作因), 구유인(俱有因), 상응인(相應因), 동류인(同類因), 변행인(遍行因), 이숙인(異熟因) 이다. 그 결과로는 다섯 종류의 과가 따른다. 증상과(增上果), 사용과(士用果), 등류과(等流果), 이숙과(異熟果), 이계과(離繫果)이다. 블록체인과 관련지어 의미 있는 원인과 결과로는 구유인과 동류인을 들 수 있다.

‘구유인(sahabhū-hetu, concurrent cause)’은 몇 개 다수의 존재와 현상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큰 분류를 구성하는 경우의 인과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협력하자 인’이라고 흥미롭게 표현하기도 한다. (<불교와 과학> 참조)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중간자 또는 메인 서버를 경유하지 않는 대신, 참여자 각자가 거래 내역의 인증과 저장에 참여하여 협력하는 모습이 구유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뒤에 자신과 비슷한 것을 끌어당겨 오려는 힘이 원인이 될 수 도 있다. 끌려오는 것은 그 원인에 대한 결과(果)라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일종의 인과법칙으로서 ‘동류인(sabhāga-hetu, same-type cause)’ 이라고 한다. 쉽게 풀어서 표현하는 말로 ‘친구야 뒤를 이어라 인’ 이라고도 한다.

어떤 존재와 현상의 작용은 뒤에 자신과 비슷한 법을 끌어당기면서 계속력(繼續力)을 만들어낸다. 블록체인의 사슬구조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데이터 처리의 프로세스가 일단 시작되면 이전 장부내역을 요약한 문자열인 ‘해시값’을 재빨리 대조해 동일성이 인정되면 사슬처럼 꼬리를 물고 연결하는 방식이다. 

➲ 블록체인 노마드(Blockchain Nomad) 

블록체인은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사슬이다. 그러나 모든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듯이 블록체인도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무기거래 등의 불법자금이 유통경로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그 거래과정의 익명성 보장 때문이다.

블록체인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데이터는 암호로 처리되어 유통된다. 그래서 거래 당사자의 신원 등이 익명성을 띠게 된다. 해커들이 기업기밀을 해킹하고 다시 원상복구 시켜주는 대가로 암호화폐를 요구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두운 세력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은 기존의 인터넷 보안수준보다는 구조적으로 더욱 높은 수준의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 은행거래를 할 때마다 지금처럼 번거롭게 공인인증서를 일일이 발급받아서 사용하던 방식에서, 각각의 개인의 생체 정보를 블록체인에 등록하기만 하면 네트워크에 등록된 모든 은행에서 인증이 가능해진다.

유통분야에서도 혁신이 기대된다. 원산지, 생산자, 생산일자, 유통과정, 처리 방식 등 데이터화된 모든 정보가 블록체인 시스템 안에서 기록되어 모든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고가의 예술품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신선도가 중요한 농수산물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원하는 제품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제품이 우리 손 안에 들어오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기록을 위조 또는 변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저작물에 대한 소비패턴도 변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유튜브에서 자신의 창작게시물을 만들어 올렸을 경우, 그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등록과 관리, 판매, 중개 등의 전 과정이 블록체인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져 중간에 수수료를 빼먹는 중개인이 없어서, 수수료가 그대로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일상화되면 소위 ‘블록체인 노마드(Blockchain Nomad)족’의 등장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정한 회사에 취업하는 대신 자신의 전문성을 특화하여 전 세계를 누비면서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노동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예술, 의료, 법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활동할 것이다. 구조적 실업이 갈수록 심화되는 시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사람들이 유목민처럼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존의 연결 그 자체에 주목했던 인터넷 방식에서 그 연결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블록체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와 그 전개 방향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불교신문3557호/2020년2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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