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맛도 냄새도
스마트폰이 맡는 세상
과연 행복할 것인가

“그 보리수는 높고 훌륭해서 금강으로 몸뚱이가 되었고 유리로써 줄기가 되었으며, 온갖 미묘한 보배들로 가지가 되어 있다. 또한 잎은 무성하여 드리운 것이 마치 구름과 같고 보배 꽃의 갖가지 색깔들은 가지마다 그림자를 드리웠다. 또 마니로써 그 열매가 되어 안으로도 빛나고 밖으로도 빛나며 꽃들 사이사이마다 빛나고 있었다.”
- <화엄경> ‘세주묘엄품(世主妙嚴品)’ 중에서

 

보일스님
보일스님

내 손안에서 사물인터넷 시작

내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우주선을 대기권 밖으로 보낼 수 있을까. 우주선 개발에서부터 발사, 제어, 착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서 엄청난 수준의 연산 능력, 즉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흥미로운 것은, 1960년대 미국에서 아폴로 계획을 통해 인간들을 달에 착륙시킬 당시 15만 달러가 넘는 우주선 가이던스 컴퓨터보다 오늘날 사람들 각자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이런 가공할 수준의 연산능력을 가진 스마트폰으로 통화만 하거나 게임 정도를 즐긴다는 사실이 얼마나 낭비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최근에는 이런 스마트폰이 현재에 머물지 않고 사물인터넷과 연계되면서 더욱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놀라운 변화는, 인간의 오감처럼 ‘후각’과 ‘미각’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상상이 아니다. 이미 미국의 애다만트 테크놀로지(Adamant Technology)사는 후각과 미각을 디지털화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 조그만 프로세서를 통해 미각과 후각을 디지털 신호로 바꾼 다음, 2000개가 넘는 센서를 이용해서 맛과 냄새를 감지해 내는 시스템이다. 인간의 코에 400여 개의 감각세포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에 비한다면 인간보다 다섯 배나 민감한 감지 능력을 가진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화 된 데이터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의 건강상태는 물론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음식물의 신선도도 정확하게 파악해서 알려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촉감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경우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자신이 고른 옷의 섬유재질이 가진 감촉도 직접 느껴보면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인간의 감각기관 보다 더욱 섬세하고 정밀한 파악이 가능해진다. 이 모든 것들이 무선식별시스템인 ‘전자태그(RFID: 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을 통해 가능해진 변화이다.

사람들 각자가 가진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용기기가 중심이 되고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은 물론 멀리 있는 것들까지 마치 태양 주위를 도는 무수한 행성들처럼 서로 연결되면서 무수한 디지털 정보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기능하는 상태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 기술은 먼 미래의 기술도 아니고, 또 다른 물리적 기계를 새롭게 사야 구현되는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누구나 핸드폰을 통해 그 기술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디지털 세계에 물들어 가고 그 자신조차도 디지털화 되는 ‘인간 인터넷’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주소’를 가진 사물들

이 사물들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일까. 컴퓨터뿐만 아니라 핸드폰에도 고유 주소가 있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통신회사에 가입하여 자신의 ‘인터넷 프로토톨(Internet Protocol; IP)’을 부여받는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면 이제 조명이나 잠금장치, 스피커 등등에도 고유한 단독신원번호(Item Unique Identification; IUID)나 IP 주소를 부여받는다. 그 아이피 주소는 단순히 등록된 컴퓨터의 소재나 인터넷 신호의 발신지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인격성도 동시에 담아낸다. 한 마디로 물리적 공간의 주소에 더해 디지털 공간의 주소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은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되거나 아예 배제되는 수준의 기술이다. 사물에 고유 IP가 부여되었다고 해서 거기에 어떤 사용자 또는 주인의 인격성이 반드시 개입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엄밀히 말한다면, 특정 사물 즉 요즘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스마트 기기가 사실은 자체 IP 주소가 없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기계끼리 연결된다고 해서 모두 사물인터넷의 그 ‘사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물인터넷의 ‘사물’이 되기 위해서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통신 기술이 탑재되어야 한다. 그 사물이 생물이어도 상관없다. 바이오칩을 이식한 애완용 고양이나 강아지들도 주체가 될 수 있다.

또한, 실재하는 하드웨어 기반의 실물일 필요도 없다. 각 사물에서 생성된 데이터 즉 실내 온도조절기나 무선청소기에서 나온 상태 정보를 나타내는 데이터 조각도 그 ‘사물’ 중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그냥 물건에서 고유한 단독신원번호를 부여받고 네트워크에 편입되는 순간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항상 이 네트워크에 연결될 필요는 없고 필요한 경우에만 접속해도 상관없다.

미래에는 인간만이 인터넷을 통해 기계를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끼리도 서로의 데이터에 접근하면서 다른 기기들과 소통하는 ‘사물지능통신(Machine-to-Machine; M2M)’이 인터넷을 통로로 하여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물인터넷은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인간과 기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관계 설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 각자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1960년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당시 15만 달러가 넘는 우주선 가이던스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면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그 기술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디지털 세계에 물들어 가고 그 자신조차도 디지털화 되는 ‘인간 인터넷’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오늘날 사람들 각자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1960년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당시 15만 달러가 넘는 우주선 가이던스 컴퓨터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진다. 사물인터넷 시대를 살아가면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미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그 기술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은 이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디지털 세계에 물들어 가고 그 자신조차도 디지털화 되는 ‘인간 인터넷’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사물 다양성의 진화

필자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주제로 다루면서 자율주행 자동차에 장착된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센서 기술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이미 강조한 바 있다. 인공지능이 사물과 외부 환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이 변화가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그칠 리는 없다. 지구의 역사에도 ‘캄브리아기의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는 지질학적 사건이 있다.

지구에서 약 5억4200만 년 전에 이전에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들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때 사실상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동물의 조상에 해당하는 것들이 출현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눈을 가진 생명체, 즉 사물을 볼 수 있는 생명체가 등장하면서 여타의 생명체들도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생물체에 있어 눈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얘기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논의는 생물학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캄브리아기의 대폭발’이 인터넷 생태계 속에서 인공지능 이미지인식 기술로 인한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의 폭발적 증가 현상과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바로 서로 연결된 기계들의 폭발적 증가를 야기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소리만 들을 수 있던 스마트폰이 이제는 보고, 맛보고, 냄새 맡게 되었다. 이 새로운 스마트폰의 등장은 새로운 스마트기기와 더불어 서로 연결되며 서로 의존한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연결은 또 다른 필요를 만들어내고 그 필요는 다시 새로운 사물의 등장과 함께 연결된다. 무수한 새로운 사물과 새로운 사물 간의 연결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4차 산업 시대야말로 사물들의 다양성이 진화하는 과정과 그 결과를 매 순간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그늘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이 연결된 세상은 행복하기만 할까? 직접 청소할 필요도 없고, 심지어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일일이 말로 명령할 필요도 없다. 내 손목시계에서는 실시간으로 신체의 생체정보를 감지하고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필요한 음식과 음악까지 선택해주고 심지어 다음에 할 일까지 개인비서처럼 챙겨준다. 고민하거나 기억을 애써 더듬을 필요조차 없다. 각각의 기기들이 알아서 다 해주니까 말이다.

이렇게 사물인터넷이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수록 신체와 두뇌는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둔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친구의 전화번호를 외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머리가 아픈 일이며, 불필요한 일이다. 아무리 첨단 스마트 운동기구가 있어도 게으름을 이겨내지는 못하는 현상, 소위 ‘쾌락의 함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이 급속도로 보편화할수록 정보격차는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아직도 세계적으로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인구가 50억명 이상에 달한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만약 사물인터넷이 본격화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아예 교육과 직업 등 여러 분야에서 아예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디지털 부유층과 디지털 빈곤층의 격차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 한 가지 더, 정말 사물인터넷이 만들어낸 편리와 시간은 인간에게 집중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까. 기기가 스마트해질수록 인간은 점점 주의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반자율주행 상태에서 운전자는 졸음운전 위험이 훨씬 커진다.

재밌는 것은, 그 상황에서 운전대에 탑재된 안면인식 센서는 운전자의 눈꺼풀이 내려간 정도와 눈 깜빡임, 몇 번의 고개 끄덕거림으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경고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첨단기술이 아니라면 주의력 분산도 덜 했을 텐데, 첨단기술 때문에 또 다른 첨단기술이 필요해지는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물인터넷이 드리우는 그늘은 혁신이 가져다주는 경이로움만큼이나 짙고 어둡다. 

[불교신문3553호/2020년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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