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스님이 들려주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20> 자율주행자동차와 불교②
[보일스님이 들려주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 <20> 자율주행자동차와 불교②
  • 보일스님 해인총림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 승인 2020.01.1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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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생명체가 아닌 인공지능이 세상을 본다”

“비구들이여,
모든 것은 빠르게 변화하니,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 <대반열반경> 중에서

 

보일스님

➲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등장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어떤 일에서 결과나 판도를 통째로 바꿔 놓을만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사건 또는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지난 IT 정보혁명 시대의 애플을 이끈 스티브 잡스나 그가 개발한 아이폰을 들 수 있다. 그 자체가 변화 속의 혁신을 의미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모든 새로운 기술들이 제각각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야 말로 그 대표 기술들을 집약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위치에서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왜냐하면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로만 여기던 도구가 하나의 첨단 인공지능 로봇이 되어 현대인의 집 차고 속에 이미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 4차 산업혁명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가. 또는 인공지능이 정말 인간을 능가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을까 등등의 변화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만약 다가오는 미래가 실감 나지 않는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보라. 이미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다는 말이 단순한 구호나 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이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생각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 조만간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낡은 개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년 뒤에 인간이 운전대를 잡을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더 이상 의문은 없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자율주행은 모든 인공지능 개발 프로젝트의 어머니다.”(팀 쿡 애플 CEO)

전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있는 많은 리더는 자율주행으로의 변화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다만 그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쩌면, 큰 변화의 진행 과정은 그리 영화만큼 극적이지도, 누구나 볼 수 있는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어느새 시작된다. 뒤에서 덮치거나 그냥 스며든다. 변화는 그렇다. 단지 뒤돌아보니 또는 멀리서 보니 그 거대한 차이가 드러난다.

변화는 그렇다. 그래서 그 변화를 포착하기도 대비하기도 힘들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이동 수단이라는 속성이 있어서 ‘그래봤자 자동차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예사롭지 않다. 그 변화의 파고가 높고 크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기술의 집약이자 상징이고 우리 주변에서 가장 빨리 밀접하게 경험하게 될 파괴적 혁신이다. 

➲ 감지하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

무언가를 감으로 느껴서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변 도로 상황에 대한 인식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동차도 인간처럼 ‘눈’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사람과는 달리 ‘눈’이 없기 때문에 카메라 센서가 이 역할을 한다.

기존의 센서는 레이저를 쏘아 외부 대상물에 반사되어 나오는 거리를 계산해서 위치와 대상물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마치 눈을 가린 상태에서 막대기로 주변 공간을 더듬어가며 대충 거리와 물체의 형상을 가늠하면서 거리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생명체 아닌 인공지능도 볼 수 있다. 바로 ‘딥러닝’ 기술의 개발로 엄청난 양의 이미지 데이터를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 자동차도 인간이 눈을 통해 직접 보듯, 카메라로 찍으면서 외부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게 말이다. 인공지능이 눈을 갖게 된다는 것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럼 이것이 어떻게 가능해졌을까.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물 인식 기술은 이전 또는 최근까지도 나오고 있는 감지 센서와는 달리 ‘직접 본다’고 할 수 있다. 바로 ‘GUP(그래픽 처리장치, Graphics Processing Unit)’ 라는 핵심부품을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GPU는 그래픽 영상처리를 하는 핵심 반도체를 말한다. 아마 게임을 많이 해보거나 직접 컴퓨터를 조립해본 사람들은 이 부품을 잘 알 것이다. 불과 몇 년 전 가상화폐 즉 비트코인 열풍 당시 채굴 용도로 품귀현상까지 초래한 컴퓨터 핵심부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국할 당시 알파고는 이 GPU를 통해 바둑판 안의 흑돌과 백돌을 구분하고 그 변화의 추이를 파악하면서 다음 수를 계산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방대한 데이터의 계산도 담당한다. 다시 말해, GPU는 사물을 볼 수 있는 시각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확률 통계적 기대치를 예측하는 기능이 결합한 반도체이다. 아마도 이 GPU가 없었다면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 구글에서는 이 보다 성능이 한층 개선된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개발했다. TPU는 GPU와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컴퓨터 중앙 연산처리장치 즉 CPU(Central Processing Unit)를 결합한 것으로,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픽 영상처리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및 딥러닝 용 하드웨어이다.

과거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할 때, GPU가 72개 필요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TPU 4개 정도만 있으면 가능해진다. 보다 더 작은 크기의 칩으로 이전보다 훨씬 밀도 높은 데이터의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처리능력은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다.

아무리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물인식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도로 교통상황에 대한 프로그래밍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모든 상황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면서 다 반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래픽 전문 업체인 엔비디아는 사전에 교통상황에 대한 프로그래밍 없이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준비하고 있다.

그 전제는 TPU와 같은 엄청난 수준의 컴퓨팅 능력을 갖춘 하드웨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운전 중 인간의 제한된 시야를 보조하여 사각지대를 감지하거나 차선 유지시스템 정도에서 벗어나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핵심기술이 구현된 것이다. 이 장치가 비단 자율주행 자동차에만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사물을 인식하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구글이 개발한 ‘TPU(Tensor Processing Unit)’는 그래픽 영상처리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및 딥러닝용 하드웨어이다. 과거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할 때, GPU가 72개 필요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TPU 4개 정도만 있으면 가능해진다. 이 장치가 비단 자율주행 자동차에만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무시무시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www.shutterstock.com
최근 구글이 개발한 ‘TPU(Tensor Processing Unit)’는 그래픽 영상처리를 위한 데이터 분석 및 딥러닝용 하드웨어이다. 과거 알파고 수준의 인공지능을 만들고자 할 때, GPU가 72개 필요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TPU 4개 정도만 있으면 가능해진다. 이 장치가 비단 자율주행 자동차에만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도 무시무시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탑재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처=www.shutterstock.com

➲ 자율주행 자동차의 빛과 그림자

테슬라 자율주행 자동차가 트레일러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6년 5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S가 자동조종기능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에 트럭과 사고가 나서 운전자가 사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테슬라 자동차의 센서와 카메라가 트럭 옆면의 하얀색과 그 뒤에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구분하지 못하고 혼동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테슬라 측은 아직까지는 완전 자동화 단계가 아니므로 운전 중 핸들에서 손을 완전히 떼지 말고 통제권을 유지하라는 경고를 운전자가 무시했다고 해명했다. 이 사례와는 대조적으로, 운전 중 갑작스러운 폐색전으로 인한 가슴 통증을 느낀 운전자가 자동조종기능으로 병원 응급실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던 실제 사례도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는 주로 안전성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혁신은 처음에는 오류를 거듭하다가 여러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그 실패마저도 데이터로 삼고 지속해서 개선해나가는 특징이 있다.

아마도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을 비롯한 최근의 파괴적 혁신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이유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과학, 비즈니스 엘리트 집단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공론화가 더디게 진행되는데, 사회적으로 새로운 혁신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위험도에 대한 데이터의 공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 기술 자체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의 속성과 관련된 위험 증가에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자율주행 자동차 자체가 소프트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의 공격목표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전과는 달리 자율주행 자동차 상호 간에 서로 데이터가 연동되고 도로교통 표지에 대한 동일한 프로그램이 운용되기 때문에 사이버 해킹이나 테러 발생 시 엄청난 재난으로 비화할 것이고 삽시간에 도시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교통관리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기관은 사이버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리고 각각의 개별 자동차의 주행 기록 등이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고 재처리되는 과정에서 개인 정보에 대한 보호필요성이 대두된다. 왜냐하면 운전 데이터를 모두 민간기업인 자동차 회사가 처리하게 되므로 개인정보가 사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의 등장과 붓다의 유훈

이제 생명체 아닌 인공지능이 세상을 본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훨씬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이 인공지능의 ‘눈’은 비단 자율주행 자동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의 모든 영역으로 파고들 것이다. 우리는 이미 대혁신과 대변혁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붓다께서 열반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하신 말씀 중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니,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씀이 새삼 다가온다.

방일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세상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흐름, 역사의 대전환을 읽고 그 변화에 맞게 끊임없이 붓다의 가르침을 녹여내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대혁신의 시대, 불교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붓다의 깨달음을 다시 어떻게 이 시대에 얘기할 것인가. 

[불교신문3549호/2020년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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