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상월선원 봉불식 및 현판식 고불문 치사 축사…

‘기해년 동안거 천막결사’의 시작을 알리는 위례 상월선원 봉불식 및 현판식이 11월4일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등 종단의 고승대덕이 참석해 수행 결사를 응원하고 함께 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서 나온 주요 인사들의 말씀과 발표문을 식순대로 정리한다.

■ 고불문 / 결사대중 진각스님

한 자루의 향을 사르고, 삼가 부처님 전에 고합니다.

당신께서는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법륜을 굴리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두 갈레 길이 있다. 하나는 욕망의 길이요, 하나는 혐오의 길이다. 고통의 나락으로 이끄는 이 두 갈래 길을 떠나 그 가운데 길을 걸어라. 이 길을 걸으면 눈이 밝아지고, 지혜가 늘어나고, 갈등과 대립이 사라지고, 고요하고 평화로워지며, 모든 고통이 소멸할 것이다.”

저희들은 이제 당신의 길을 걷겠노라고 다짐합니다. 부처님, 당신의 가르침이 필요한 곳, 당신의 가르침이 구현되어야 할 곳은 세상입니다. 당신이 고행을 버리고 은둔자들의 숲을 떠나 마을 가까운 숲으로 찾아가셨듯이, 저희도 이제 위례신도시의 황량한 뜨락으로 찾아왔습니다. 저희에겐 이곳이 붓다가야가 될 것입니다.

부처님, 당신이 품이 넓고 그늘이 풍성한 나무 한 그루로 깨달음을 이룰 자리로 삼으셨듯이 저희도 이제 널찍한 천막 한 채로 깃들 자리를 삼았습니다. 저희에겐 이 천막이 보리수가 될 것입니다. 서릿발 같은 기상에 달을 벗 삼을 마음만 갖춘다면 당신의 길에서 어찌 물러남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수행처에 상월선원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던 날, 저희라고 어찌 당신의 가르침에 생명을 바치겠노라 맹세하지 않았겠습니까. 고작 한 그릇이면 족할 음식에 흔들리고, 고작 한 벌이면 족할 옷에서 감촉을 탐하고, 고작 한 평이면 족한 잠자리에서 편안함을 구한 탓에 초발심이 흐려졌다 생각하니,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음과 같이 청규를 정하였습니다.

첫째,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한다.
둘째, 공양은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셋째, 옷은 한 벌만 허용한다.
넷째,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다섯째,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섯째, 묵언한다.
일곱째,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그리고 당신이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면서 맹세하셨듯이 저희도 당신을 따라 맹세합니다.
여기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저희의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곳이 한국의 붓다가야가 될 것입니다.

비구 자승, 무연, 성곡, 진각, 호산, 심우, 재현, 도림, 인산 삼가 올립니다.


■ 치사 /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오늘 모인 우리 사부대중은 한국불교사에 기록될 ‘상월선원 천막 결사 봉불식에 참여하여, 한국불교 중흥을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는 아홉 선지식의 작지만 큰 발걸음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수행자의 본분사에 맞는 불퇴전의 용맹정진을 통해 한국불교의 청정성을 회복하고 수행가풍을 진작시키기 위한 책임있는 승가의 모습을 이 자리에서 현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행자가 수행자답지 못하고, 교단이 교단답지 못하다는 세간의 일부 의문에 대하여 부처님을 따라 출가자의 본분사를 철저히 지킬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 왔습니다. 출가대중이 출가 초발심을 망각하고 실천에 미흡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천막결사는 우리 불교계와 사회에 던지는 큰 울림입니다.

부처님께서 법륜을 굴리며 설하신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청규를 만들어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고자 하는 스님들의 발원에 사부대중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불교계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주춤했던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1947년 봉암사에서 일으킨 수행 결사를 기억합니다. 수행자를 수행자답게 하기 위하여 한국불교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우리는 결사의 정신을 되새기며 난국을 극복해 왔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 한국불교가 당면하고 있는 탈종교의 시대의 불교 위기를 새롭게 극복해 낼 수 있는 커다란 희망을 위례천막불사에서 그 대안을 찾고자합니다. 종단은 지금 백만원력 결집을 통해 미래불교 대계를 차근차근 실천해나가고 있습니다. 종단에서 추진 중인 백만원력 결집 불사의 큰 목표와 위례 천막결사는 한국불교 중흥을 염원한다는 점에서 결코 다름이 없습니다.

위례신도시 부지는 불교의 미래를 준비하고자 종단적으로 마련한 소중한 성소(聖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례 천막결사가 단순한 수행 결사로써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아실 것입니다. 금강산 신계사에 부처님 오신날임시 연등을 설치하고 교류했던 그 원력이 신계사 복원이라는 큰 성과를 이루었고, 남과 북의 불교 교류의 상징이 되었듯이, 위례 천막결사는 종단의 포교도량 건립으로 회향되어 신도시 포교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수행자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불교의 중흥을 발원한 아홉 선지식의 원력이 부디 신뢰받는 청정 승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여 불교계 전체의 발전으로 회향되길 진심으로 부처님 전에 기원합니다. 그리고 천막결사의 원만회향을 위해 정성을 다해주실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행의 열기가 추운 겨울에도 법체를 지켜낼 굳건한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동안거 해제일을 맞이하여 아홉 선지식께서 사부대중에게 깨달음과 미래의 한국불교 중흥을 논의하는 법석에서 다시 만나 뵐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 축사 /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스님

존경하는 원로대덕 큰스님 이하 제방에서 수행과 포교에 진력하시는 사부대중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 한국불교는 새로운 중흥의 기운을 접하고 있습니다. '서리를 맞고 달을 벗삼아 정진한다'는 상월선원의 개원은 이와 사의 정신이 모여 강단있는 결기를 모아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출가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통해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히고, 신도들에게는 신심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될 것 입니다. 또한 종단적으로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발전 동력으로 지대한 공헌을 할 것 입니다.

산속의 신비함을 벗고 대중이 살아 숨쉬는 세간으로 내려와 진행되는 용맹정진은 이념과 사상, 지역과 종교 등 다양한 갈등으로 상처난 우리 사회의 통합과 화합에도 큰 울림이 될 것 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진행되는 상월선원이 끝까지 무탈하게 마무리되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한 가지 당부의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어렵게 시작된 이번 정진을 두고 구업을 짓는 행위로 서로를 편가르고 폄훼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삼가하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서로의 마음이 모일 때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듯이 상월선원의 참뜻을 우리가 더욱 발전시켜 한국불교가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어봅시다. 소납 역시 이길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원문 /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삼계(三界)의 도사(導師)이고
사생(四生)의 자부(慈父)이신 부처님!
천수천안으로 중생을 어루만져주시는 관세음보살님!

우리 대한불교 조계종의 종조이신 원적도의(元寂道義) 국사님을 이어 한국 불교 1,700년 역사를 지켜오신 역대 조사 스님들께 오늘 상월(霜月)선원 봉불 법요에 동참한 대중이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발원합니다.

인류의 큰 스승이신 석가모니부처님!
불교중흥과 인류화합을 발원하며 동안거 결제에 들어가는 결사동참 대중과 외호대중들은 오늘 상월선원 천막법당에 부처님을 모시는 봉불 법요의식을 봉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특별한 봉불법요를 시작으로, 상월선원 동안거 결제 대중은 부처님 지혜를 증득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고 우리 땅 곳곳에 새로운 불교의 등불이 피어나서 뿔뿔이 흩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화합이 이루어지고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며 가족이 화목하게 살아가고 한국 불교의 미래가 환하게 밝아지기를 기원합니다.

삼계의 대도사이신 석가모니부처님!
상월선원 결제대중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수행 정진하고, 외호 대중들은 한국 불교에 새 역사를 이룩하는 결제대중이 수행에 매진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으로 하나 되어 지켜주겠습니다.
저희들의 이런 발원이 원만하게 성취될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온 세상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충만하여 사람들이 모두 기쁜 마음으로 나와 남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어려운 이웃을 기꺼이 돌보는 부처님 제자의 삶을 살아가게 해주시옵소서!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대한불교조계종 상월선원 奉佛法會 동참대중 일동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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