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암산 너머 적멸의 세계로 떠난 ‘양치는 성자’
백암산 너머 적멸의 세계로 떠난 ‘양치는 성자’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06.23 14:00
  • 호수 3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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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흥당 백운’ 대강백
백양사범어사 문도장
사부대중 500명 운집

평생 교학연찬과 참선수행을 실참하며 정진한 지흥당(知興堂) 백운(白雲) 대강백의 문도장이 엄수됐다.

백양사·범어사 문도장 장의위원회(위원장 경선·무공 스님)는 6월22일 오전 11시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 대웅전 앞에서 사부대중 5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지흥당 백운 대강백 문도장을 봉행했다. 백양사는 백운스님이 출가한 도량이며, 범어사는 백운스님이 동산스님 회상에서 수행한 사찰로 두 본사(本寺)가 합동으로 문도장을 거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종각에서 다섯 차례 범종이 울리는 가운데 시작해 전통방식의 삼귀의례와 도성스님의 영결법요가 이어지면 백운 대강백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사바세계와 인연을 다하고 무위적멸의 세계에 든 백운스님의 입적을 추도하는 헌다, 헌향 의식이 이어졌다. 여름 햇살이 백암산과 백양사 도량에 쏟아지는 가운데 영결식은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로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는 불자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다.
 

백운스님의 유덕(遺德)을 기리는 추도 입정에 이어 사제인 범어사 원로 흥교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사바의 인연은 가고 옴이 이치이고 출가본분사의 도리는 본래 그 자리일진대 오늘 영결을 고해야 하는 스님의 본래 모습은 어디에 계십니까”라며 “스님 진성이 생멸이 있습니까. 참으로 재행이 무상합니다. 스님께서는 수많은 업적과 가르침을 남기셨습니다”라고 원적으로 추도했다.

이어 백양사 원로 성오스님이 영단 앞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성오스님은 “큰스님을 떠나보내야 하는 저희 후학들은 황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 가 없습니다”면서 “큰스님을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저희들을 어여삐 여기사, 참 진리의 자리를 잠시 떠나 다시 사바의 중생들 곁으로 속히 오시길 기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과 백양사 주지 무공스님이 각각 조사(弔辭)를 통해 백운스님의 입적을 애도했다.

“시방세계 산하대지 어느 곳에선들 큰스님 아니 계신 곳이 있겠습니까 만은, 인정을 따르는 저희들은 색신을 벗어버린 스님의 형상을 뵈올 수 없어 슬프고 그립기만 합니다.”(경선스님)

“이렇게 큰스님께서 홀연히 색신을 벗으시니 이제 어두운 길을 누구에게 물어 출신활로(出身活路)를 열어야 하겠습니까?”(무공스님)

이어 전국 각지에서 백운스님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헌화로 장례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다. 백운스님을 존경하며 정진한 불자들은 눈시울을 붉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가고 옴에 얽매이지 않은 스님들도 백운스님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합장했다.
 

영결사를 하는 백운스님의 사제 흥교스님
영결사를 하는 백운스님의 사제 흥교스님

“본분사 도리는 본래 그 자리”
진우스님 “은사 스님 뜻 계승”

헌화가 끝난 후 진우스님(조계종 교육원장)은 문도대표 인사에서 “은사스님을 제가 좀 더 잘 모셨더라면 충분히 건강하게 오래도록 사셨을 텐데, 저의 성의와 노력 부족으로 잘못 모신데 대해서 깊은 자괴감과 아울러 참회의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진우스님은 “남은 49재를 원만히 잘 치르면서 깊이 참회하는 시간을 갖겠다”면서 “조문해주신 여러분들의 은혜를 평생토록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인사했다. 또한 “이번 일을 치르면서 많이 부족한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양해와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면서 “마지막으로 우리 상좌들을 은사 스님께서 당부하신 참선 정진 열심히 수행 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문도를 대표해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스님이 인사를 하고 있다.
문도를 대표해 조계종 교육원장 진우스님이 인사를 하고 있다.

영결식을 마친 후 백운스님의 법구는 백양사 운문선원 스님들이 운구해 다비장(연화대)로 이운됐다. 인로왕번을 선두로 명정, 오방불번, 만장, 법주, 위패, 영정이 앞에 서고 법구의 뒤는 문도, 장의위원, 비구, 비구니, 신도들이 함께했다.

다비장에 도착한 연화대에 모셔진 스님의 법구는 범어사 원로 흥교스님과 백양사 원로 성오스님을 비롯해 교구본사 주지와 문도들이 거화로 한줄기 연기로 변하여 백암산을 넘어 적멸의 세계로 사라졌다.
 

영결식에는 조계종 원로의원 암도스님과 전 범어사 주지 흥교스님, 전 백양사 주지 성오스님, 금정암 암주 종렬 스님을 비롯해 현응(해인사 주지) 정념(월정사 주지) 덕문(화엄사 주지) 자공(송광사 주지) 법상(대흥사 주지)스님 등 교구본사 주지,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청암사 주지 지형스님 등과 함께 중앙종회의원, 운문선원 스님, 재가불자 등도 참석했다.

한편 백운스님 49재는 6월25일 초재(백양사)에 이어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담양 용흥사(2재), 부산 미륵사(3재), 용흥사(4재,5재,6재), 범어사(7재)에서 이어진다.
 

백양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준엽 광주전남지사장 maha0703@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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