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 자아가 없음을 깨달아야

일체 법은 연기적으로 교류
6근 대상에 집착할 자아 없고
집착 없기에 성인 흐름에 들어

등현스님
등현스님

깨달음을 증득할 때, 얻었다고 할 만한 소중한 보물과 같고 보배와 같은 그러므로 자부심을 가져야 할 만한 그런 무언가가 있는가? 흔히 볼 수 있는 이 질문은 득도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많은 사이비 도인들 역시 도를 얻었다고 말하기에, 그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그 도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첫째, 이 위없는 바른 깨달음(무상정등정각, anuttarā samyak-sambodhi)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둘째, 모든 형상 있고, 모아진 것을 다 해체하고 해체한다는 생각까지도 사라진 것이 깨달음이다. 셋째, 해체된 것이 깨달음이기 때문에 얻을 만한, 자랑할 만한 법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무상정등정각이라 하고, 그러한 무상정등정각에 들어가기 위한 단계가 수다원에서 아라한까지다.

수다원은 들어가는 자가 없기 때문에 얻을 법이 없고, 사다함은 돌아갈 곳이 없어 얻을 법이 없고, 아나함은 돌아가지 않을 곳도 없으니 얻을 법이 없고, 아라한은 다툴 대상이 없어 얻을 법이 없는 것이다. 이 모두가 인무아와 법무아에 대한 내용이다.

무상정등정각이라는 해체된 상태에 단박에 들어가는 경우는 무척 희귀하고, 차제대로 수다원에서 아라한까지 해체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치 로켓이 우주 상공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견고하고 무거운 1단계의 몸체를 분리하고, 더 나아가서 대기권에서는 가벼운 에너지의 몸체도 벗어던지고, 무중력의 대기권에서는 그마저 벗어버린 가벼운 본체로 지구의 중력에 의지해 흘러가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은 이처럼 여러 겹의 번뇌에 의해 안팎으로 결박되어 있고, 이것을 차례대로 벗어 던지는 것이 도와 과의 단계이다. 첫 번째 결박은 지금 현재 경험되어지는 오온의 형성된 상태를 ‘절대적 나’라고 믿는 믿음이다. 연기적 자아는 실제의 삶에서 경험되어 지지만, 고정된 자아는 경험되어지지 않는다.

나의 몸을 자세히 보면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졌고, 이 지수화풍은 몸밖에 있는 지수화풍에 의해서 끊임없이 교체되어 진다. 내 몸의 지수화풍은 우주의 지수화풍과 연기적으로 얽혀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수화풍을 분별하여 나와 나의 것으로 한정하여 구분 짓는 것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느낌, 생각, 욕망 등은 더 더욱 그러하다. 이들은 처음부터 나 밖에 있는 대상들에 대한 느낌, 생각, 욕망 등인 것이라서, 대상이 있고 지향적이다. 나의 ‘수상(受想)’은 나 밖의 경계에 대한 지각과 인식에서 오는 것이고, ‘행(行)’은 그것들에 대한 욕망이기에 절대적 자성의 ‘수상행’은 존재하지 않고, 다만 나 밖의 것과의 연기적 관계에 의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수상행 역시 안팎으로 상의 상존한다. 수상행에 대한 자와 타의 구분은 역시 ‘생각’에서만 존재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오온 중의 그 어디에도 절대적 자아는 없고, 일체 법들이 연기적으로 교류하는 상태에서의 오온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절대적 자아를 믿게 되면 세상을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게 되어 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게 되고, 타를 이용 대상으로써만 생각하는 허물이 있다. 그에 반응하여 타인도 나를 배려하지 않게 되면서, 세상은 이기적이고 파괴적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이처럼 절대적 자아가 없는 것을 아는 이는, 보고 듣고 맛보는 일상 행위 중에 6근의 대상에 집착할 자아가 없음을 알기에, 6근의 경계에 들어가거나 머물지 않는다. 이를 9장에서 “색성향미촉법의 어떤 법에도 들어감이 없기 때문에 (성인의) 흐름에 들어감(入流)이라고 한다”로 표현했다. 만약 6근의 경계에 ‘들어갈 자’가 없으면 ‘도를 얻는 자’가 없고, 얻는 자가 없으면 얻음(득)이 없고, 얻음이 없으면 집착하지 않고, 집착이 없으므로 성인의 흐름에 든다는 것이다.

[불교신문3579호/2020년5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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