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이경민

마스크 없이 외출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불안도 늘어만 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생계는 이어야 하니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둘째고 매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마스크 품귀 현상과 맞닥뜨리기 바쁘다.

5부제 시행으로 1주일에 2장 공적 마스크를 구할 수 있게 됐지만 아직 한참 부족하다. 하루 생산량 1000만장, 대한민국 인구가 5178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이미 마스크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물건이 됐다. 

3월16일 종무원 책상마다 마스크 3장이 놓였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수소문해 어렵게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구입비는 총무원장 스님 사비로 충당했다.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을 비롯해 중앙종회와 호계원 사무처, 산하 기관 곳곳에 1인당 3장의 마스크가 보급됐다.

마스크를 받은 재가 종무원들 사이에선 “교구본사와 말사에서 근무하는 종무원들도 있는데 우리만 받아도 될까요?” “마스크를 사지 못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일단 이번 주 제 몫의 마스크를 사지 않겠습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시국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모습이었다.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종단 행정업무는 계속된다. 법회 중단으로 절을 찾아오는 신도는 없고 적극적으로 신행 활동을 권유할 수도 없다. 그래도 종단의 시곗바늘은 돈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물론 일반 홍보, 승적관리, 사찰 재산과 관련된 업무를 비롯해 중앙종회와 승가고시 등 잠정 연기된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그 대안을 찾는 업무들이 추가로 이어진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협에도 매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반복하고 여전히 여러 사람을 대면해야만 한다.

“많은 수량을 구할 수 없었다. 다만 종무원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란다. 어려움이 오더라도 모두 합심해 이겨내자.”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전한 말이다. 보다 많은 종도들에게 더 나누지 못한 미안함, 그럼에도 꿋꿋이 이겨내자는 격려가 담겼다.

마스크를 받은 종무원들이 ‘기쁨’ 보다 ‘미안’을 먼저 느낀 것도 이기와 불안, 불신이 앞서는 상황일수록 불자로서 나보다 남을, 도움이 꼭 필요한 이들을 먼저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읽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불교신문3567호/2020년3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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