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이성수

몇 달 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지구촌을 거세게 강타하고 있다. 긴장을 다 놓을 수는 없지만 중국과 한국은 그나마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대륙과 미국은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어 걱정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크고 작은 감염병이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코로나19가 주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어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은 학계에도 큰 파도로 다가오고 있다. ‘거의 모든’ 학술대회와 세미나가 연기 또는 중단되는 등 코로나19의 기세가 등등하다. 불교학연구회가 3월21일 예정한 ‘봄 논문발표회’를 9월에 ‘가을 논문발표회’와 통합해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종정을 역임한 혜암대종사 탄신 100주년을 맞아 4월 중순 전후에 열 예정인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한 기념행사도 9월로 연기했다. 그나마 불가피하게 연 학술행사는 소수 인원만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교학자들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된 후 잇따라 열리던 학술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고, 대학 강의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불교관련 학회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연구자는 “대학원 박사과정 때부터 학회 일을 보았는데, 감염병 때문에 학술대회나 세미나 대부분이 중단 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처음에는 심적으로 피곤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耐性)이 생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 도서관은 물론 일반 도서관도 문을 닫았다. 연구실이 없는 소장 학자들은 자의반 타의반 자택에 머물며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또 다른 연구자는 “언젠가는 코로나19가 물러나지 않겠냐”면서 “바깥출입을 제대로 못해 답답하지만 연구에 집중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세계 각국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정부의 방역 성과, 그리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국민들의 높은 의식으로 코로나19가 멀지 않은 시기에 사라질 것이란 점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 봇물 터지듯 이어질 각종 학술대회와 세미나에서 움츠린 개구리가 높이 뛰어오르듯 연구자들의 성과가 활짝 꽃을 피우길 기대해 본다. 

[불교신문3567호/2020년3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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