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 건강하게 모시기 재가자 의무며 권리”

스님 수행전념해 도인되려면
생활 건강 노후 걱정 없어야
종단 나서 승려복지 전면시행
갈수록 대상자 늘어 비용 급증
CMS 후원 등 신도 동참 절실

단은 스님들의 노후와 건강을 위해 기구를 만들고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인다. 교구도 과거와 달리 노스님들을 위한 공간을 짓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사진은 화엄사 노스님들의 대중수행처 만월당.
종단은 스님들의 노후와 건강을 위해 기구를 만들고 많은 예산을 들이고 있다. 교구도 과거와 달리 노스님들을 위한 공간을 짓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사진은 화엄사 노스님들의 대중수행처 만월당.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겼다. 몸이 약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선방에서 버티던 스님이다. 어제 저녁 부터 각혈이 시작되었다. 부득이 떠나야만 한다. 결핵은 전염병이고 선방은 대중처소이기 때문이다. 각혈을 하면서도 표정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동진출가(童眞出家)한 40대의 스님이어서 의지 할 곳이 없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 절망하거나 고뇌를 보여주지 않는다. 말 없는 체념뿐이다.

뒷방 조실스님의 제의로 모금(募金)이 행해졌다. 선객들에게 무슨 돈이 있겠는가. 결핵과 함께 떠나는 스님이 평소에 대중에게 보여준 인상이 극히 좋아서 대중 스님들은 바랑 속을 뒤지고 호주머니를 털어 비상금을 몽땅 내놓았다. 모으니 삼십만 이 천 원이다. 한 스님은 오천원을 내놓았고 시계를 차고 있던 스님 두 분이 시계를 풀어놓았다. 나는 마침 내복이 두 벌이 있어서 떠나는 스님의 바랑 속에 넣어 주었다. 결핵 요양소로 가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며 장기 치료를 요하는 병인데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는 돈이다. 응급 치료나 받을 수밖에 없는 돈이다.”

병나면 속가로 내려갔던 과거

<선방일기>(불광출판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1970년대 결제 중 병에 걸린 한 수좌스님을 떠나 보내는 내용이다. 40년이 흐른 지금이라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병이 나면 홀로 책임져야하는 것이 우리 종단의 슬픈 현실이다.

종단이 개인의 삶을 책임지지 않다보니 수행자 개인의 삶은 힘들다. 최선은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다. 혹시 병이 나더라도 돌봐줄 간병인이 있거나 병원 치료비를 갖고 있어야한다. 이 모든 일이 스님 개인의 책임이다. 그래서 각자도생 길을 걸어왔다. 돈 걱정, 병 걱정, 노후 걱정은 세속의 일인데 중생구제 염원을 안고 출가한 대장부가 세속 일에 매달리게 된 것이다.안정적인 물적 기반이 확보되지 않는, 전적으로 개인이 알아서 풀어야하는 종단 풍토는 두 가지 문화를 낳았다.

하나는 물적 기반 즉 사찰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다. 사찰 주지는 재정과 미래의 삶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사찰 인사를 놓고 종단이 수십년 간 몸살을 앓은 것은 스님들의 현재와 미래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외면이다. 종단 정치 풍토가 싫거나 함께 할 힘이 없으면 다른 길을 찾는다. 공찰 주지나 종단 소임은 쳐다보지 않고 공부를 하거나, 토굴을 마련한다. 속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스님은 보다 손쉽게 마련한다. 비구스님들에 비해 사찰이 훨씬 적은 비구니스님들이 토굴이라 불리는 개인주거처가 많다. 여러 선방을 다니는 수좌스님들도 산철 걸망을 내려놓을 공간이 필요해 토굴을 둔다. 비구니 스님들 ‘토굴’은 서울 등 대도시에 수좌스님들은 지리산 자락 등 시골에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 토굴이 발전하면 사설 사암이 된다.

복지는 종단 안정 전제 조건

종단이 소속 승려들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재정 부족 때문이다. 종단 전체가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스님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재정이 부족한 이유는 종단이 먼저 생기고 사찰이 생긴 것이 아니라 먼저 있던 사찰을 인위적으로 조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운영이 사찰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두 번째는 인식이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총무원 기획실은 승려 노후 복지 시스템 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종회에서 좌절됐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개인 노후는 개인이 책임져야한다는 논리였다. 종회석상에서 어느 종회의원은 이런 발언을 했다. “새벽예불 착실하게 보고 신도 교화 수행 제대로 하면 굶을 일 없고 노후에 가난할 수가 없다. 얼마나 공부 안하고 멋대로 살았으면 승려가 돼서 노후도 하나 책임 못지나?” 이 발언은 종회의원들의 절대적 공감을 얻었다. 염불만 해도 걱정 없는 것이 스님이라는 이 인식은 종단 차원의 복지나 스님들을 책임져야한다는 논리를 압도 한다.

세 번째는 전통이다. 조계종은 조사선 전통이 강하다. 스승을 중심으로 모여 함께 수행한다. 문중이 스님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조다. 개인은 문중을 앞세우고 문중은 개인을 책임진다. 봉건시대 속가 집안과 유사한 문화다. 그래서 종단에 대한 소속감이나 충성심이 약했고 종단 역시 개인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이 이제 변했다. 종단 재정은 늘어났고 승가공동체는 거의 해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반면 근대 법 형식을 띤 종헌 종법의 위력은 막강해졌다. 종단의 영향력이 문중을 압도한다. 스님들의 모든 생활을 종단의 법체계가 영향력을 미친다.

문중 책임제가 종단 책임제로

이러한 변화가 스님들에 대한 노후를 종단과 교구가 책임지는 정책을 만들었다. 승려노후복지 제도가 종단 차원에서 시작돼 교구로 확산 중이다. 많은 교구가 소속 스님들의 노후 거처로 혹은 수좌들의 산철 수행처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만들거나 계획을 세웠다. 전에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개인이 스스로 책임지는데서 이제 종단이 종도들을 책임지고 종도들은 그 의무를 충실히 하는 종단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중심에 승려복지가 자리하고 있다. 승려복지는 그런 점에서 단순한 보살핌이 아니라 승가 공동체 즉 종단을 유지하는 기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전면적 승려 복지는 종단은 종도를 책임지고 종도는 종단에 헌신하는 공동체의 원리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박종학 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은 “승려는 기본적으로 수행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타 종교의 성직자라는 개념과 큰 차이를 가지는 개념이다. 직(職)은 그 성격상 일정한 자격을 전제로 그 신분이 조직의 제도로 보장되어 있고 이에 따른 반대급부가 가능한 반면, 불교 수행자에게는 조직과 제도가 한편 낯설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승려의 복지가 중요한 것은 공동체가 갖는 승가 고유의 정신을 계승하고,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안고 있는 생활의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승려복지회 통해 총괄

종단 차원의 승려복지를 총괄하는 기구로 승려복지회가 있다. 총무부 산하다. 승려복지 제도 집행과 홍보 기금모금, 교구 승려복지 지원, 대외 협력, 연구 등을 총괄하는데 국장스님 1명과 직원 2명이 이를 전담한다. 박종학 승려복지회 사무국장은 “교구 본사에도 총무국 또는 사회복지국 등 전담부서를 명확하게 정해서 승려복지에 대해 중앙과 교구간 유기적 연계와 역할 분담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승려복지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예산확보다. 충분하고 지속적인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승려복지제는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승려복지제도가 무너지면 종단은 다시 과거의 만인대 만인간의 전쟁터로 돌아갈지 모른다. 스님들 노후를 위해 후원비를 내는 것은 스님들을 공양하는 최상의 보시행이다. CMS와 계좌이체를 통해 누구든지 동참할 수 있다. 후원금을 내는 신도 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이지만 여전히 절대수가 부족하다. 불자들의 수희동참이 필요한 이유다.

[불교신문3511호/2019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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