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
“승려복지기금 의무화 취지엔 공감…스님마다 다른 현실 고려해야”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스님이 공청회에 참석해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스님이 10월14일 공청회에 참석해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구족계를 수지한 조계종 스님은 매달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 제도가 이르면 2020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취지엔 공감하지만 스님들이 처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조계종 총무원은 10월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승려복지회, 중앙종회, 교구본사, 원불교 교정원 공익복지부, 복지관 등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수렴했다.

11월 예정된 중앙종회 정기회를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핵심은 승려복지 대상이 되는 종단 모든 스님은 반드시 매월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데 있다. 구족계를 수지한 후 5년 이하에 해당하는 스님은 월 5000원, 구족계를 수지한 후 6년 이상에 해당하는 스님은 월 1만원을 납부토록 해 연간 10억원 재원을 확보한다는 것이 골자다.

공청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이번 제도가 종단 소속감을 높이고 승려복지제도에 대한 참여의식을 확대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했다. 또 스님들 복지 문제는 스님들이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대표적 사례가 이웃종교인 원불교 노후보장제도. 원불교 교정원 공익복지부 이인광 교무는 이날 원불교 교단에 소속된 교무 모두 예외 없이 교당 등을 통해 매월 최소 2만2625원부터 최대 15만1310원까지 납부하고 있으며 노후에 관한 일체의 정양비는 모두 교단이 책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승려복지 위원 보각스님은 ‘조계종 스님이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행해야 할 의무’에 대해 재차 강조하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종단 스님들 또한 승려복지가 자신의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기본부담금제도와 같은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스님들마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고 ‘수행자’와 ‘성직자’라는 간극 사이에서 제도를 바라보는 데 이견이 있다는 점, 승려복지제도가 이제 막 정착돼 가는 시점에서 본인부담금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덕숭총림 수덕사 부주지 주경스님은 현실적 입장에서 스님들 입장차를 세 가지로 분류했다. △사설사암 등을 소유하고 있어 스스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거나 나름 노후복지를 준비할 만한 여건이 되는 경우 △본사 등에서 대중 보호를 받으며 입적할 때까지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 △본사나 문중의 보호 없이 종단 종무행정 혜택에서도 빗겨나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경우 등이다.

주경스님은 “종단이 충실히 펴온 복지 종책을 봤을 때 앞의 세 부류의 스님들에게 (기본부담금제도가) 충분히 긍정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걸망 풀 변변한 곳 하나 없는 스님들의 경우 심한 소외감과 상실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종단 승려복지 정책에 있어 가장 관심을 가져할 부분”이라고 했다. 병고, 노후생활에 대한 두려움 등 불안 요소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스님은 “스님들이 처한 현실을 섬세히 고려하는 접근 방식과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앙종회의원 묘장스님도 “교구 내에서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교구 승려복지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마치 종단에 납부해야 하는 분담금의 일환으로 생각해 부담을 느끼는 곳도 있다”며 “교구 승려복지 사업이 아직 정착하지 못하고 초기 단계에 있는 상황에서 본인기본부담금 제도까지 시행되면 또 다른 분담금 제도의 하나로 인식될 수 있다”고 봤다.

종도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먼저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승려복지를 전담하고 있는 복지국장 해덕스님은 화엄사 사례를 소개하며 “신도들이 CMS로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천은사 등 수말사에서 지원을 해도 한 해 예산 11억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도 “몸이 아픈 스님들을 직접 찾아가고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신뢰를 쌓다보니 입적을 앞둔 교구 스님들이 먼저 희사금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교구가 스님들을 책임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필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지원해주다보니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연스레 복지 시행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며 “종단에서 종도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본인부담금을 부과하고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신뢰를 먼저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제자 3인 발표와 종합토론 등으로 이뤄진 이날 공청회에서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금곡스님은 본인기본부담금 제도가 ‘수혜자 부담 원칙’에 기반을 둔 제도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개인이 아닌 종단 차원에서 수행 환경이 안정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금곡스님은 “수행 환경 안정이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라며 “고령화 등으로 인한 문제는 더 이상 스님 개인이 감내해야 할 것이 아니라 종단 차원에서 책임있는 대책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승려복지제도의 장기적 유지와 발전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10월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승려복지 본인기본부담금제도 도입을 위한 공청회’가 10월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조계종 승려복지회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10월중 승려복지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 11월 중앙종회 정기회를 거쳐 시행령을 개정, 이르면 2020년 1월1일부터 본인기본부담금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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