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곳곳서 만나는 문화유산 명불허전

646년 창건된 것으로 전하는 통도사는 불교문화의 보고이자 청정수행도량으로 꼽힌다. 1400여 년 동안 많은 스님들이 이곳서 출가해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천했다. 사진은 통도사 개산대재 모습. 사진=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

국보 보물 헤아릴 수 없어
‘살아있는 박물관’ 과언 아냐

영축총림 통도사는 평지 위에 동서로 가람이 길게 놓여 있다.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자장율사가 이운해 온 사리를 봉안한 금강계단과 대웅전, 불사리탑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주변으로 도량이 확대됐을 것이라 짐작된다. 1400여 년이란 장구한 역사를 가진 만큼 통도사는 살아있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통도사는 시대에 따른 다양한 교리체계와 신앙의 대상을 모시는 전각을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홍윤식 동국대 명예교수는 논문 ‘통도사의 가람구조와 그 성격’에서 통도사를 4구역으로 나눴다. 상로전(上爐殿) 중로전(中爐殿) 하로전(下爐殿) 등 삼로전과 보광전 지역으로 구분한 것이다. 삼로전은 각종 불교의례가 행해지는 하화중생 지역이고, 선원이 있는 보광전 지역을 상구보리의 의미를 부여해 흥미롭다. 또 삼로전은 각각 사상과 신앙의 차이도 보여준다. “상로전이 석가여래신앙을 확산한 결과이고 중로전은 법신, 보신, 화신의 삼신불과 과거 현재 미래 삼세불 신앙이 확산된 곳이다. 하로전은 중생구제에 대한 의지가 더 발현돼 약사신앙, 아미타신앙이 주를 이룬다고 해석했다.

신앙이 다양한 만큼 도량 곳곳에는 시대별로 대표하는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를 볼 수 있다. 지정문화재가 워낙 많아, 지나치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다. 홍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상로전은 통도사의 핵심전각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국보 290호 금강계단과 대웅전이 있다. 대웅전은 방향별로 다른 편액이 걸려 있는 게 특징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寂滅寶宮)’ 석가모니부처님이 주석하는 대웅전이란 의미 외에도, 대방광(大方廣)의 이치를 터득한 부처님을 뜻하는 ‘대방광전(大方廣殿)’이 있다. 금강계단 쪽에는 ‘금강계단(金剛戒壇)’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흥선대원군이 쓴 글씨라고 한다.

중로전에는 대광명전을 비롯해 용화전, 관음전, 자장율사 진영을 봉안한 개산조당과 해장보각, 장경각, 전향각, 세존비각, 불이문 등이 있다. 하로전은 영산전과 극락전, 약사전, 만세루, 일주문과 사천왕문 등이 있는 사찰 초입이다. 중로전과 하로전 건축물은 조선시대 때 세워졌으며 대부분은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중로전 세존비각은 ‘석가여래 영골 사리 부도비’가 봉안년 성능대사가 금강계단을 중수하고 만든 비다. 유형문화재 544호로 불사리 행적을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주목된다. 

하로전에 위치한 보물 1826호 영산전은 불화로 유명하다. 영산전에 봉안됐던 부처님 일생을 그린 팔상도는 보물 1041호로 일찌감치 지정됐고, 벽화도 전각에 앞서 보물 1711호로 지정돼 있다. 내벽에 그려진 <법화경> ‘견보탑품’을 형상화한 벽화는 단연 독보적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이 영취산에서 설법할 때 땅에서 칠보로 장엄한 탑이 솟아났고 그 안에 앉아 있던 다보여래가 석가여래와 자리를 나눠앉은 이불병좌(二佛竝坐)를 표현한 국내 유일의 벽화다.

이처럼 통도사를 이루는 전각과 전각에 전해지는 유물들은 모두 시대와 사상을 대표하는 성보들이다. 뿐만 아니라 통도사성보박물관은 사찰성보박물관 중 단연 으뜸으로 4만 여점에 달하는 성보를 보존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괘불을 전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박물관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들이 전해진다. 고려시대 청동은입사향완과 조선시대 그려진 영산전 팔상도, 금강계단을 통해 계율의 전통을 잇는 통도사에만 전해지는 오계수호신장도 등이다. 

또 통도사 창건설화를 연상시키는 성보도 전해진다. 바로 조선후기에 나무로 아홉 마리 용을 조각한 장식구다. 통도사에 전해지는 설화에 따르면 통도사는 큰 연못을 메워 조성했다. 당시 연못에는 아홉 마리 용이 살았는데, 자장스님이 사찰 창건을 위해 떠나달라고 청했지만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스님이 법력으로 여덟 마리를 물리치고 한 마리만 통도사 구룡지에 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현재 불교중앙박물관이 진행 중인 특별전 ‘통도사를 담다’에서 만날 수 있는 유물들이기도 하다.

김일권 양산시장

[불교신문3410호/2018년7월21일자]

어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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