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주 자승스님이 주창한 ‘108원력문’은
불교를 가장 종교다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이며, 신행의 일상화를 이끄는 안내서이다
의례의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행 방향성을 생활밀착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21세기 신불교운동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인도상월결사 순례단이 저녁 예불시간 108배를 올리는 모습.

불교중흥의 대발원으로 1167km를 43일간 걸은 상월결사(회주 자승스님) 인도순례 길을 따라 성지를 돌아본다. 23년 만에 다시 찾은 인도에서, 학인 시절 신심 하나로 도반들과 함께 했던 30박 31일의 순례 여정이 어제 일처럼 새록새록 떠올랐다.

인도는 지난 세월만큼 빠르게 발전하기보단 그들만의 속도로 변화해 가는 듯하다. 아직도 성지마다 일행들의 발걸음을 좇으며 손을 내미는 아이들의 눈동자에서 더딘 인도의 숨소리가 들렸다. 예전보다 정비된 모습에 그나마 작은 위로를 받는다. 참배할 때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환희심과 함께 부처님과의 깊은 인연의 둘레를 톺아보게 된다.

43일간 이어진 상월결사 인도순례 관련 언론보도에서 가장 많이 활자화된 키워드는 단연 ‘전법’이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순례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법’을 강조했다. 스님은 사르나트 입재식에서 ‘21세기 전도선언’을 선포하며,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포교의 길을 떠나라고 당부했다. 또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보드가야 보리수나무 아래서 “안일하고 방일하면 한국불교도 인도불교처럼 유적으로 사라질 수 있음”을 일깨워줬고, 탄생지 룸비니에서 ‘상월결사 108 원력문’을 공개하며 전법에 온 삶을 바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의 가르침은 불교가 사라진 인도에서 찾아낸 뼈아픈 교훈이기도 하고, 우리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에 기반을 둔 묵직한 외침이기도 하다. 부처님 가르침이 사바세계에 오래 머물며 중생들과 더불어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부처님 은혜와 깊은 시은을 갚는 일이다. 또한 출가자의 당연한 책무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땅, 인도에서 부처님의 말씀이 사라지고 유적지로만 우리 곁에 남은 작금의 현실, 그 원인을 알아보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대안도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는 한국불교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두보가 돼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이 주창한 ‘108원력문’은 한국불교가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중요한 매개가 될 것이라 기대된다. ‘108 원력문’은 108배를 통해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까지 마음을 변화시켜 원력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에 참회를 강조했던 108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원력과 신심을 강화해, 개인과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독려하는 ‘108 원력문’은 상월결사가 지향하는 불교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 이는 회주 자승스님이 수 차례 강조한 ‘실천불교’, ‘사부대중 불교’, ‘사회에 기여하는 불교’ 등의 취지를 담고 있어 현대와 부합된다고 하겠다.

인도 사회에서 문화적, 사상적, 종교적으로 인도대륙을 이끌던 불교가 13세기 이후 쇠락하기 시작한다. 이슬람교도들의 침공과 무차별 파괴가 결정적이긴 하지만 힌두이즘의 무비판적 유입이 불교 정체성 상실로 이어져 역사의 뒤안길로 자리하게 됐다.

인도불교의 쇠락을 정리하자면 첫째, 일상생활을 이끌 의궤, 즉 의례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둘째, 사부대중이 함께 이끄는 공동체의 미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회문제에 부응하지 못한 수행공동체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번 상월결사 인도순례 회주인 자승스님의 사자후와도 맥을 같이 한다. 불자들의 일상생활을 이끌 의식의례와 재가와 승가가 함께 일구는 도량, 그리고 사회문제를 적극 포용하는 전법 감수성이 한국의 미래를 변화시킬 한국불교중흥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례의식은 종교에서 생명과도 같다. 불교를 가장 종교다운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길이며, 신행의 일상화를 이끄는 안내서이다. ‘상월결사 108원력문’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례의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신행 방향성을 생활밀착형으로 전환하는 것은 21세기 신불교운동의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부대중, 우리 종단의 종헌에 나온 구성원이다. 사부대중의 유기적 화합은 불교발전의 원동력이다. 특히 재가불교의 부흥은 필연적이다. 신행구현자로 그 위치와 역할이 명확해져야 한다. 신행자로 그리고 호불호법자로 그 책무를 다 할 수 있도록 여법한 지위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번 상월결사 인도순례 뿐만 아니라 그간 상월결사 순례에서 보여준 재가신도의 여법함은 불교중흥의 중추적 역할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대 불교는 사회 속에 자리한다. 특히, 불교는 기성종교로서 무게감이 더 크다. 그럼에도 한국불교는 현대 사회의 많은 사회문제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1700여년의 무게감과 전통과 정통이 혼재된 현실에서 외로운 이들과 괴로운 관계에게 부처님처럼 청량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어쩌면 외면에 가까울 정도로 우리 숲에 갇히고 말았다. 이제 우리가 외면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부처님의 전법의 길은 대중과 함께하며 그들의 애환과 삶의 고초를 살피는 길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의지처로 새로운 희망을 씨앗을 뿌릴 수 있었던 건 언제나 부처님은 중생들과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이번 인도순례 43일간의 여정은 언어도 종교도 생활양식도 다른 이들이지만 합장과 눈인사로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는 감동과 환희로 다가왔다. “바그완 부드 키 카루나호(Bhagwan Budh Ki Karunaho, 존귀하신 부처님께서 가피를)”라고 외치던 현지인들의 간절함이 우리 한국불교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가장 절실한 그것일 것이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과 동참대중들의 원력으로 이제 불교중흥의 당간지주가 우뚝 섰다. 함께나아갈 때다.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