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벌판에 뿌려진 상월결사 씨앗
인도서 꽃피워 이 땅에 전법의 결실

1700년 역사 이어온 한국불교 새로운 변화 기다리고 있다
결론은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오직 전법에만 힘써야 한다’
불교중흥의 해답 전법에 있다…21세기 전도선언인 셈이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을 필두로 인도현지를 걸어가는 순례단 모습.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을 필두로 인도현지를 걸어가는 순례단 모습. 

상월결사 인도 성지순례가 원만회향 되었다. 이번 순례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사상 초유의 전법수행 대작불사요, 간절한 발원과 담대한 상상력과 치밀한 준비가 이루어낸 쾌거다. 타성과 안일함에 젖어 있던 불교계의 관행들을 냉철하게 반성해서 그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어놓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로운 대안의 핵심어는 사부대중과 전법이다.

108명의 순례단은 43일 동안 부처님 성지를 걸어서 수행하는 기록을 남겼다. 순례단 전원이 길에서 자고 길에서 먹고 길을 함께 걸었다. 남녀노소 지위고하, 수행자와 재가자 사이의 구별도 없었다. 무차별 평등의 부처님 사상이 부처님 입멸 후 2600년이 흘러 부처님 고향 땅에서 드라마틱하게 재현된 것이다. 사부대중이라는 용어는 법문 속의 추상어가 아닌 실천 속의 구체어로 재탄생했다. 전법 역시 말에 의지하는 방식 대신 부처님의 전법행로를 따라 걷는 방식을 택했다.

사부대중과 전법의 개념은 상월결사를 이끌고 있는 회주 자승스님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한국불교의 현주소를 성찰하는 역사적 반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1700년 역사를 이어온 불교 전통의 규범들이 이제 그 시효를 다한 채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출가자와 재가자의 구별이 엄밀하고, 개별 수행과 기복에 치우쳐 관습화되어가는 불교를 쇄신하는 방법을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은 무엇인가.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전법에 힘써야 한다.’ 한국불교 중흥의 해답이 전법에 있다는 21세기 전도선언인 셈이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이루신 곳인 보드가야의 마하보디대탑 앞에서 법회를 하는 동안 자승스님은 눈물을 보였다. 10여 년 전 체험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 옛날 수많은 스님들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부처님 정신을 기리는 대탑만 덩그러니 남아 유적지가 되고 만 인도불교의 현실이 참담했다. 한국불교도 조만간 비슷한 길을 걸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침몰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포교만이 살길’임을 천명했지만 많은 순례단을 이끌고 현지에 와서 다시 감회에 젖으니, 울컥해서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부대중 모두가 함께 울었다. 동영상 뉴스와 기사로 소식을 접하는 한국의 불자들도 함께 울었다. 함께 울면 공명하는 힘이 생기고 감화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한국불교는 왜 우리 스스로를, 대중과 국민과 세계시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는가. 왜 사회 속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함께하지 못하는가. 성찰하고 숙고할수록 결론은 명확했다. 대중과 함께하는 불교, 전법에 매진하는 불교만이 살길이었다.

2019년 11월11일에 결행된 상월결사의 파격적 형식과 내용은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수행자는 용맹정진의 결기를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하며, 대중은 이런 수행자를 외호함으로써 수행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체험을 함께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사부대중 모두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성지를 순례하는 3000리 전법수행의 기획으로 이어졌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3년 기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우리 순례단은 ‘길 위의 삶’을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부처님의 땅에서, 부처님의 발자취를 좋아, 부처님처럼 살았다. 장하고 자랑스럽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이번 성지순례를 통해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 쉬운 불교, 움직이는 불교가 새 시대의 트렌드가 되어야 한다는 회향문의 메시지가 두드러진다. 부처님의 향기를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부대중이 함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함께하기’의 근본적인 속성이 바로 ‘차별 없음’이다. 이는 부처님의 철학이기도 하고 사회사상이기도 하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 등의 세 가지 주요 가르침은 근본교리이기는 하나 ‘차별 없음’이 훨씬 현실적이고 친사회적이다. 부처님 사상 중 이 시대에 맞는 가르침을 보편화하는 작업으로 ‘차별 없음’보다 더 적절한 것이 있을까. ‘차별 없음’은 보편적이고 지속적이어서 범용성도 높다. 이 범용성의 핵심어가 바로 사부대중이다. 흔한 말로 갑남을녀요 정치적 수사로는 보통사람들이며 생태적으로 발전하면 생명체의 연계 구조인 생태계 전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부대중의 부각은 곧 생명존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생명존중은 상월결사의 강령이다.

전법은 깨달음과 함께 대승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한쪽 수레바퀴다. 상구보리가 깨달음의 수행과정을 가리킨다면 하화중생의 핵심 개념은 바로 전법이다. ‘성불하세요’라고만 축원할 일이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세요’, ‘전법합시다’도 축원의 새로운 양식이 되어야 한다. 그 자체가 부처님의 삶이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출가해서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기간은 6년, 그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기간은 45년이었다. 생애의 훨씬 많은 기간을 자기수행이 아닌 전법교화에 힘쓰셨던 것이다. 우리 순례단은 45년 부처님 전법의 삶을 압축해서 자기 몸으로 체험한 셈이 된다. 그러니 전법은 상월결사의 또 다른 강령이다.

자승스님은 부처님 전법의 의미를 기원정사에서 한 번 더 강조했다. 순례단의 성취를 사부대중 모두의 성취이자 중생의 성취로 돌렸으니 이야말로 ‘생명존중, 붓다의 길을 걷다’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생명을 향한 회향’이다. 이는 초전법륜지부터 기원정사 터의 회향지에 이르기까지 확고부동하게 지켜진 원칙이기도 하다. 발심하고 발원한다. 실제로 수행한다. 수행한 공덕을 모든 생명에게 회향한다. 이 삼단 논리구조를 나부터, 우리부터 이해하고 실천하며 이웃에게 전하는 게 현시대의 과제다. 국가와 사회, 국민과 함께하는 불교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것이 한국불교의 희망이다. 상월결사의 씨앗이 위례 벌판에 뿌려지더니 인도에서 꽃이 피어 이 땅으로 다시 돌아왔다. 가슴 벅차고 감격스럽다. 답을 찾았다. 전법의 길을 떠나자.

윤재웅 동국대 총장
윤재웅 동국대 총장

[불교신문 3761호/2023년3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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