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조선후기 사찰 공간 변화 양상 보여줘”

조선 후기 사찰 공간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고창 선운사 만세루가 보물로 지정 예고 됐다. 만세루 정면 모습.
조선 후기 사찰 공간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고창 선운사 만세루가 보물로 지정 예고 됐다. 만세루 정면 모습.

24교구본사 선운사 만세루(萬歲樓)가 보물(국가지정문화재)이 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현 전북 유형문화재 제53호인 선운사 만세루는 조선 후기 사찰 공간의 변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고창 선운사 만세루라는 이름으로 보물 지정 예고했다327일 밝혔다.

<대양후열기>(1686), <만세루 중세기>(1760) 등 문헌에 따르면 선운사 만세루는 1620(광해군 12)에 대양루로 지어졌다가, 화재로 소실된 것을 1752(영조 28)에 다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면 9, 측면 2칸 규모의 익공(翼工)계 단층 건물이며 맞배지붕 형태로 현재까지 보존이 우수한 점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현존하는 사찰 누각이 대체로 정면 3칸이 주류인 반면에 선운사 만세루는 흔치 않은 9칸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처음에는 중층 누각구조로 지었으나 재건하면서 현재와 같은 단층 건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조선 후기 사찰 공간의 변화 경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대적 흐름을 적절하게 반영한 불교 건축물 표본인 셈이다.

이밖에도 구조의 안전을 꾀하며 누각의 중앙공간을 강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만세루 가운데 3칸은 앞뒤 외곽기둥 위에 대들보를 걸었고, 좌우 각 3칸에는 가운데에 각각 높은 기둥을 세워 양쪽에 맞보를 거는 방식을 취했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보를 걸어 안정감과 개방감을 얻어낸 것이다.
 

만세루 대들보 모습. 만세루는 한 건물 안에 두 가지 방식으로 보를 걸어 구조의 안전을 꾀함과 동시에 누각의 중앙공간을 강조한 특징이 있다.
만세루 대들보의 모습.

또한 가운데 칸 높은 기둥에 있는 종보(대들보 위에 설치되는 마지막 보)는 한쪽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자연재를 이용했다. 일부러 가공한 것이 아닌 자연에서 둘로 갈라진 나무를 의도적으로 사용해 마치 건물 상부에서 보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만세루의 또 다른 특징이다.

문화재청은 선운사 만세루는 조선 후기 불교사원의 누각건물이 시대 흐름과 기능에 맞춰 그 구조를 적절하게 변용한 뛰어난 사례라며 구조적으로는 자재 수급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창성 가득한 건축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고 보물 지정 이유를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선운사 만세루에 대해 30일 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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