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희망 해인사승가대학 (上) 승가교육의 백미 ‘토론대회’
한국불교의 희망 해인사승가대학 (上) 승가교육의 백미 ‘토론대회’
  • 이성수 기자
  • 승인 2020.02.12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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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자비 겸비한 출가수행자 양성에 매진

불교 전통을 현대적 계승
중도 일상 드러내는 방편
매학기 초에 주제 선정해
사회현안 불꽃 튀는 대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승가교육기관인 해인사승가대학은 전통과 현대를 겸비한 출가수행자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월7일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현응스님)에서 제60기 졸업식을 거행한 해인사승가대학(학장 무애스님)은 시대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모범적인 기본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을 이어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해인사승가대학의 이모저모를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부처님 사상을 현대 언어 감각에 맞춰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해인사승가대 학인토론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
부처님 사상을 현대 언어 감각에 맞춰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해인사승가대 학인토론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주목을 받고 있다.

해인사승가대학에서 진행하는 교과과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학인 스님들이 참여하는‘토론대회’이다. 대화를 통해 전법(傳法)을 이룬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의 가르침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토론대회는 매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해인사승가대학이 토론대회를 마련한 까닭은 부처님이 설파한 중도(中道)의 일상을 드러내는 방편이 ‘토론’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중도(中道)와 함께 중생이 겪는 고통의 문제를 바르게 바라보는 정견(正見)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말과 글을 통해 부처님의 사상을 이해하고 체화해 현대 언어 감각에 맞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게 하는 장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도 대중에게 바르게 전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의 능력을 구비하는 것은 승가교육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해인사승가대학이 토론대회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조계종 교육원이 주최한 ‘제1회 조계종 학인 토론대회’에 두 팀이 참여해 준우승과 우수상을 수상하면서다. 학인 스님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확인한 교수사 스님들이 사중 차원의 토론대회 필요성을 절감했다. 1회성 참여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최해 토론대회의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승가교육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해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팔만대장경보존국장을 지내다 입적한 성안 스님의 도반들이 장학금을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학장 무애스님을 비롯한 교수사들은 동문들과 논의를 거쳐 장학금을 토론대회 예산으로 사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회 명칭을 ‘성안스님배 해인사승가대학 토론대회’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토론대회는 지난해까지 세 차례 이어지면서 교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특히 치열하게 대립하는 사바세계의 다양한 논쟁을 승가토론의 장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이 각기 다르지만 본질에 들어가면 결국 괴로움(고통)의 문제에 직면한다는 점에서 불교의 궁극적인 수행과 일치했다.

중생이 겪고 있는 다양한 괴로움의 원인을 구명(究明)하고 해결책을 토론을 통해 찾는 과정은 구도(求道)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인간의 고통에 끝없이 천착하고 연민했던 부처님의 시선을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그 내용을 대중에게 가감 없이 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인사승가대학 토론대회는 1학기 초에 토론 주제를 정하면 학인 스님들이 2인 1조로 한 팀을 이뤄 토너먼트로 진행한다. 학기 중에 예선전을 치러 4팀을 선정하면, 하안거 해제 즈음에 준결승과 결승전을 거행한다. 이 때는 사중(寺中)의 어른 스님들과 해인사승가대후원회원들도 자리를 함께 하며 학인 스님들의 열띤 토론을 지켜본다. 

예선 주제는 불교교리와 직접 연관된 내용으로, 결선 주제는 불교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삼는다. 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사회현상을 바르게 보는 견해를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다뤄진 주제는 다음과 같다. △현대사회에서 수행, 포교에 적합한 것은 선(禪)불교 보다는 정토불교이다. △현대한국 사회에서 불자 인구 수 격감의 주된 원인은 공동체 내부의 원인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 로봇에도 불성이 있다. △현대 한국불교의 기복적 요소는 바람직하다. △호국불교는 계율과 상존가능하다. 

그동안 교단이 직면한 문제부터 오랜 기간 찬반이 나뉜 주제 등을 심도있게 다뤘다. 예선을 통과한 팀들 답게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팽팽한 의견 대립과 논박이 이어지면서 흥미를 더했다. 그렇다고 엄숙한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인 스님 다운 신선하고 재치 있는 발언에는 박수와 웃음이 쏟아졌다. 

해인사승가대학 토론대회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 승가교육의 변화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계종 교육원에서 기본교육기관에 ‘설법과 토론’이라는 필수과목을 개설한 것도 성과 가운데 하나이다. 학장 무애스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는 말의 성찬으로, 사바세계는 음성으로 소통하는 음성교체(音聲交替)의 공간”이라면서 “대화의 발전된 모습이 토론으로 나타나 학인 스님들의 교육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평했다.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하는 토론대회는 강의실에서 배운 불교의 자량(資糧)을 바탕으로 첨예한 쟁점에 대한 학인스님들의 불꽃 튀는 지적 담금질 현장이다. 토론대회에서 창과 칼이 없는 진검승부를 펼쳐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해인사승가대학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울산 자재요양병원에서 보살행과 보현행을 실천하는 해인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울산 자재요양병원에서 보살행과 보현행을 실천하는 해인사승가대학 학인 스님들.

◼ 3주간 요양병원 봉사

신뢰와 존경심 주는 승가공동체 구현 

졸업을 앞둔 해인사승가대학 대교반 스님들은 울산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에서 3주간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4년의 교과과정을 마치면서 자리이타(自利利他)와 보살행(菩薩行)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요양병원에서 자원봉사와 함께 ‘보디사트바 임상수행’을 직접 체험했다. 

자원봉사자 활동복을 입고 명찰을 착용한 스님들은 환자들을 정성스럽게 돌봤다. 요양병원이기에 대부분 할머니 환자들이다. 스님들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식사를 도왔다. 또한 자재요양병원장 능행스님에게 영적 고통에 대한 돌봄 방법, 불교 임상기도, 임종의식 시연, 신념구조 다시 세우기 등의 강의를 받으며 이론적 토대를 구축했다.

이어 봉사활동과 임상기도 등을 실제 체험하면서 보현행원(普賢行願)을 실천했다. 스님들의 친절한 간병에 할머니 환자들은 합장하며 “고맙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임종을 앞두고 삶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환자들을 보살피는 호스피스 병동의 체험은 학인 스님들에게 ‘또 하나의 공부’이며 수행이었다.

교수사 진휴스님은 “학인스님들이 적극적이고 다정하게 환우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자비행이나 중생구제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몸소 체험하는 좋은 교육의 장”이라고 밝혔다. 

자재요양병원 봉사활동은 교육과정을 더 내실 있게 하기 위해 체험프로그램을 체계화 시킬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만들어졌다. 4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스님들이 졸업을 앞두고 보현행을 실천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비구계를 수지하기 전에 출가 수행자의 삶을 깊이 있게 사유하고, 질병과 죽음의 고통을 직접 마주 보는 기회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기르는 동시에 승가공동체가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 할 수 있는지 돌아보는 순간이다.

학감 보일스님은 “간병 수행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직시함으로써 무상을 사유하고 자비심을 키워갈 수 있는 훌륭한 방편이자 그 자체로 수행”이라면서 “소외되거나 주저하는 곳으로 담대하게 발을 내디디고 활동하는 학인 스님들의 모습은 불교에 대한 신뢰와 수행자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학인 스님들이 사무량심(四無量心)의 자비희사(慈悲喜捨)를 요양병원에서 체험하면서 4년간의 공부를 회향하는 동시에 새로운 발원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환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학인 스님.
환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학인 스님.
요양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할머니 환자를 정성껏 돌보는 학인 스님.
요양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할머니 환자를 정성껏 돌보는 학인 스님.


◼ 해인사승가대 역사

60여년 1000여명 졸업 
전통교학 현대학문 병행

신라 애장왕 3년(802)에 산문을 연 해인총림 해인사는 120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간직한 한국불교 중심도량이다. 창건 이후 수많은 선지식이 주석하며 법향(法香)을 전해온 해인사는 한국불교의 희망이자 보루이다. 

특히 해인사승가대학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棟梁)을 기르는 대표적인 승가교육기관이다. 1955년 해인사법보강원으로 첫발을 내딛은 해인사승가대학은 지금까지 1000여 명이 넘는 스님들이 수행하고 정진하며 경향 각지에서 한국불교의 초석을 놓았다. 

해인사승가대학은 4년간 한문불전강독, 불교개론, 초기불전, 세계불교사, 선학개론, 선어록, 계율, 종무행정, 화엄사상, 반야중관사상, 한국불교사, 정토사상 등 다양한 교과과정을 이수한다. 전통을 계승하지만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인 교육을 병행하면서 학인 스님들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이밖에도 사찰 가람지기 교육, 세계 불교 데이터베이스 현황 교육. 인터넷 강의 수강 등 현대와 전통의 균형을 이룬 교육을 실시한다. 전통사찰 최초의 해인사승가대도서관은 최다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지털도서관은 검색 시스템을 완비해 놓았다.

또한 해외(중국,일본,대만) 성지순례를 통해 신심과 원력을 고양하고, 외국어(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 하나조노대학, 대만 법고산대학, 중국 칭화대학과 학술 교류 협정을 맺어 대학원 진학도 가능하다. 영어권 대학과의 학술 교류도 추진 중에 있다. 

올해 60회 졸업생을 배출한 해인사승가대학은 내외전과 신구를 겸비한 승가교육기관으로 더욱 성장해 갈 것으로 기대된다. 
 

해인사승가대 후원회원들이 학인스님들에게 탁발공양을 하는 모습.
해인사승가대 후원회원들이 학인스님들에게 탁발공양을 하는 모습.

◼ 해인사승가대 후원회 

“교육불사 동참 보람” 
300여 명 회원으로 참여

학인 스님들의 수행과 정진에 힘을 보태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이 있다. 해인사승가대학(강원)후원회가 그것이다. 정회원 32명, 준회원 107명, 명예회원 172명 등 총 311명이 뜻을 같이하고 있다. 

회원들이 매달 내는 회비로 처음에는 4학년 스님들의 졸업여행 비용을 지원했지만 지금은 개인 노트북 구입 등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다양한 후원을 하고 있다. 

후원회는 학인 스님들을 지원하는 것 이외에도 매달 법회를 봉행하고, 여름수련대회를 갖는 등 신행 생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회원간 교류에도 만전을 기해, 새로운 신행 문화와 보시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해인사승가대후원회장 청명 거사는 “참 교육불사가 무엇인지 조금은 깨달아 가고 있고, 이러한 모든 일을 부처님 시봉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불교신문3556호/2020년2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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