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끌고 대중 소통하며 불교 미래 100년 준비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승가교육기관인 해인사승가대학은 전통과 현대를 겸비한 출가수행자를 양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2월7일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현응스님)에서 제60기 졸업식을 거행한 해인사승가대학은 시대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도입해 모범적인 기본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을 이어 새로운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해인사승가대학의 이모저모를 두 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해인사승가대학은 해외성지순례와 이웃종교탐방을 통해 신심을 고취하고 국제감각을 지닌 수행자를 양성하고 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친견하는 모습.
해인사승가대학은 해외성지순례와 이웃종교탐방을 통해 신심을 고취하고 국제감각을 지닌 수행자를 양성하고 있다.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친견하는 모습.

시대가 급변하고 교통이 발달하면서 지구촌은 이미 하나가 되었다. 출가수행자들도 출세간(出世間)뿐 아니라 세간(世間)의 흐름도 읽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된 세계일화(世界一花)의 가르침이 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해인총림 해인사승가대학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학인 스님들의 견문을 넓혀주고 신심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운영하고 있다. 해외성지순례가 그것이다. 부처님의 자취를 따라 가며 수승한 불법(佛法)을 체득하는 것은 물론 이웃종교의 성지도 직접 찾아간다. 졸업 후 인천(人天)의 사표(師表)에 걸맞은 수행자의 위의(威儀)를 갖추는 효과를 거두는 교육과정으로 학인 스님들의 호응이 크다.

해인사승가대학의 성지순례는 전(全)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1학년 일본, 2학년 중국 또는 대만, 3학년 바티칸 시티, 4학년 인도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성지순례 장소는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데 구체적인 세부 일정은 교수사 스님들이 학인 스님들과 논의해 조율한다.

해인사승가대 학감 보일스님은 “선(禪)불교 전통이 강한 한국불교 특성상 선불교가 갖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칫 은둔의 정서가 굳어질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한국불교가 세상 속으로 보폭을 넓혀 ‘국제감각’을 지닌 스님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해외성지순례 프로그램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성지순례에 나선 학인 스님들은 달라이라마를 친견하면서 환희심이 일고, 교황을 만나며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법(佛法)의 수승함을 지켜가는 티베트 스님들을 통해 견고한 신심을 확인하고, 가톨릭 수도원에서는 색다른 체험으로 종교의 본질을 깊이 고민한다.

지난 2018년 인도성지순례 당시 다람살라에서의 달라이라마 친견은 ‘아름답고 성스러운 기억’으로 학인 스님들의 마음에 아로 새겨졌다. 달라이라마는 해인사승가대 학인 스님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격려했다. 학인 스님들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내어 자비심 가득한 온화한 모습으로 젊은 수행자들을 맞이하고 정진을 당부했다. 학인 스님들은 달라이라마를 친견하면서 환희심과 더불어 흔들림 없이 출가자의 길을 걸어갈 것을 발원했다. 

또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라뜨라노 수도원(Basilica di San Giovanni in Laterano), 스칼라 성당(Scala Sancta), 크리스트 살바토리 성당(Christo Salvatori) 등을 방문한 학인 스님들은 한국 사찰에서 느끼는 정갈함과 수행자들의 열기를 이국(異國)에서도 느꼈다. 동양의 불교수행자와 서양의 가톨릭수행자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서 종교의 본질적인 목적이 개인의 수행을 넘어 타인의 행복에 있음을 확인했다. 동양종교와 서양종교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스스로 발견한 시간이었다. 한 번 들어가면 생을 마칠 때까지 나오지 않고 기도에 전념하는 트라피스트(Trappiste) 봉쇄 수도원에서 생을 마감한 신부들의 무덤을 보며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그들의 숭고한 삶에 경의를 표했다. 
 

해인사승가대학은 해외성지순례와 이웃종교탐방을 통해 신심을 고취하고 국제감각을 지닌 수행자를 양성하고 있다. 바티칸시티에서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사진.
로마 바티칸시티에서 가톨릭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학인 스님들.

바티칸시티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도 했다. 가사를 수한 학인 스님들이 5만여 명의 인파가 모인 바타칸광장을 걸어갈 때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해인사승가대 학인 스님들의 장엄한 모습에 ‘원더풀’을 외치고,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한국 스님들이라는 사실을 안 가톨릭 신부와 신도들이 불교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오기도 했다. 베드로 성당에서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특별석에 자리한 해인사승가대 학인 스님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중생구제와 이웃사랑의 마음이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해인사승가대학이 해외성지순례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한 것은 정형화된 울타리를 넘어 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성취하신 후 인도 전역을 돌며 전법의 등불을 밝혔고, 역대 선지식들도 한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사바세계를 만행(萬行)하면서 수행의 도반으로 삼지 않았던가. 불교문화권에 국한하지 않고 유럽의 이웃종교를 체험하고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해인사승가대학처럼 기본교육기관에 재학하는 학인 스님들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교의 전통과 역사문화를 경험하는 기회를 갖는 것은 유의미한 일이다. 더불어 관용과 평화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는 좋은 교육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육원이 지정한 기본교육기관 커리큘럼을 원칙대로 이행하는 동시에 부가적으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해인사승가대학에 거는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해인사승가대학은 학인 스님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한 ‘1인 프로젝트’를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한다. 위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후배 도반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해인사승가대학은 학인 스님들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한 ‘1인 프로젝트’를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으로 도입한다. 위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후배 도반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 새로운 시도 ‘1인 프로젝트’

개성 창의성 존중한 프로그램
빠르면 신학기부터 이행 검토 

해인사승가대학은 최근 수년간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토론대회를 비롯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새해에도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학인 스님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프로그램을 신학기부터 진행할 예정이다.‘1인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1인 방송, 1인 기업, 1인 크리에이터(creator)가 부각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부응하는 승가교육을 시도하는 것이다. 

‘1인 프로젝트’는 학인 스님들이 교육이나 취미 등 각자의 적성에 맞는 과제를 미리 신청해 교수사 스님들의 심사를 거친 후 지원해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인 스님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에 따른 결과물을 선보여야 한다. 전시회, 연주회, 자격증, 유튜브 업로드 등 학인 스님들 스스로 적성에 맞는 과제를 찾아 이행한 후 결과를 대중과 공유할 예정이다.

출가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학인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승가대학이 소수정예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민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존 승가대학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이 프로그램은 과감하고 담대한 프로젝트로 시행될 경우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승가교육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유지하고 불법을 널리 펴는 근원이다. 신심(信心), 원력(願力), 수행(修行)이라는 교훈에 담긴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겸비한 수행자를 양성하는 해인사승가대학의 혁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인사승가대학은 “앞으로도 사회의 변화와 흐름에 도태되지 않고, 오히려 불교적으로 사회를 이끌며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불교 트렌드세터’로 교육하며 미래 100년을 향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새벽예불에 앞서 범종을 치는 등 승가의 전통을 익히는 학인 스님들.
새벽예불에 앞서 범종을 치는 등 승가의 전통을 익히는 학인 스님들.

 

◼ 학장 퇴임하는 무애스님

“계정혜로 불성 함양해야”

무애스님
무애스님

“오늘은 벌써 한 달이 지나 앞으로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포살계본) 지난 7일 제60기 졸업식을 끝으로 해인사승가대학장(강주) 소임을 마친 무애스님은 그동안의 소회를 ‘포살계본’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대신했다. 무애스님은 “작년 같던 취임이 오늘은 벌써 퇴임을 하니 어제 일처럼 무상하다”고 회고했다.

학장으로 재임하면서 승가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선보여 긍정적 평가를 받은 무애스님은 특히 교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는 학인토론대회에 대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는 말의 성찬이 이어졌고, 대화의 발전된 모습이 토론”이라면서 “행자 강의부터 졸업반 학인까지 시행해 이제는 안착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룬 승가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스님은 “옛것을 익혀 새롭게 한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같이 2500여 년 전에도 이미 그 사회 발전의 규범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였다”면서 “전통을 새로운 모습으로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당대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무애스님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학인 스님들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이제 우리는 ‘일당백의 시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누구누구 할 것이 모두 ‘전사’(티벳의 수행자를 이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 제자인 설법제일 부루나 존자가 전법의 길을 떠나던 결연한 의지로 자신의 수행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도록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무애스님은 “학장으로 재임하면서 젊은 교수사들과 법랍과 세수가 20여년 차이가 났지만 세대차를 넘어 생활이나 사상에서 싱크로(sychro, 동조 현상)를 할 수 있었던 날들이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승가교육 본연의 목적에 대해 무애스님은 “기능도 필요하지만 본바탕을 잘 가꾸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면서 “사회에서도 품성이나 인성을 고양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절 집안에서는 계정혜 삼학을 통해 불성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정진을 당부하며 말을 맺었다. “기능은 보이지만, 본바탕은 보이지 않는 것이 빙산의 일각과 같으니,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불교신문3559호/2020년2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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