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했던 ‘서예’로 불법(佛法) 전하는 85세 포교사
취미로 시작했던 ‘서예’로 불법(佛法) 전하는 85세 포교사
  • 박인탁 기자
  • 승인 2019.12.1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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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0주년 맞이 특별기획
‘상구보리 하화중생’ 현장 ⑰
현수언 전 서귀포불교대학장


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한 뒤
서예가로 제2의 인생 이어가

신혼부부와 관광객, 학생 대상
붓글씨 무료로 선물하며 전법
‘모교 휘호 선물 캠페인’ 전개

서귀포불교대학 1기 출신으로
10년간 학장 맡아 발전 견인
12월3일 서귀포불교대학에서 만난 현수언 전 학장이 자신의 삶과 작품세계, 수행과 전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현 전 학장 뒤편 반야심경 8폭 병풍도 그의 작품이다. 
12월3일 서귀포불교대학에서 만난 현수언 전 학장이 자신의 삶과 작품세계, 수행과 전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현 전 학장 뒤편 반야심경 8폭 병풍도 그의 작품이다.

 

수행과 전법은 불교를 이끌어 가는 수레의 양 바퀴와도 같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린다면 제대로 나아갈 수 없다.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를 지향하지만 기저에는 기복불교가 중심이다. 전법은 스님의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도 팽배해 있다.

하지만 불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전법에도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전법의 길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부터 저잣거리, 더 나아가 해외 포교까지 전법활동의 방편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현수언 전 서귀포불교대학장은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취미로 시작했던 서예를 적극 활용해 전법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8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법 현장을 누비고 있다.

현수언 전 학장은 고향인 서귀포에서 교편을 잡았었다. 1953년 교사로 임용돼 1999년 법환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때까지 40여 년 동안 후학들을 키워냈다. 42세 때인 1976정년 후에 무엇을 하며 살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서귀포 서화동호인회에 가입하면서 서예에 입문했다.

그는 소암서예관을 찾아 소암 현중화 선생으로부터 17년동안 서예를 사사했다. 강직한 성품의 소암 선생은 제자들에게 체본(體本)을 쓸 때 머리카락 하나 만큼도 세밀하게 보라고 지도했다. 또한 서예 실력이 중요한 것이지 상을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수상 관련 부탁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저희 집 병풍의 글씨가 좋다고 제사 때마다 가족과 친척들이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 병풍 글씨가 바로 소암 선생 것이었죠. 62년 전 소암 선생이 쓴 글씨를 아버지께서 받으셔서 병풍으로 만든 작품이더군요. 뒤늦게 인연의 지중함을 깨닫게 됐었죠.”

소암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배우던 현 전 학장은 내가 배운 것으로 남을 기쁘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새로운 화두가 생겼다. 그는 제주도로 온 신혼부부가 백년해로하길 기원하며 무료로 붓글씨를 써주는 건 어떨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2005년부터 틈날 때마다 산방산 휴게실을 찾아가 신혼부부에게 휘호해 선물했다.

부부화락기가흥(夫婦和樂其家興)’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이 사랑 이 정의 영원히 변치말자5가지 예문을 보여준 뒤 원하는 글씨를 써줬다. 이후 천지연폭포 등 제주도내 주요 관광지로 활동무대를 넓힌 그는 7년동안 1700여 쌍의 신혼부부에게 휘호해 무료로 선물했다.

“40명당 1명꼴로 글씨를 부탁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글씨를 써줬어요. 양부모와 함께 고국을 찾아 온 해외 입양아 출신, 마음 심() 한글자만 써달라고 한 사람, 고맙다며 5만원을 사례한 목사 부인, 휘호하는 동안 무릎 꿇고 앉아서 작품을 받아간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됐지요.”

2012년부터 16년까지는 화가 이중섭 거주지를 찾는 참배객들을 대상으로 이중섭의 시 소의 말을 붓글씨로 써서 무료로 나눠줬다. 이중섭 집 마당에 있는 정자에서 500여 명에게 글씨를 써줬으며 방안의 글씨 또한 현 전 학장의 작품들이다.

현 전 학장은 매년 입춘 때마다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입춘첩을 써서 23교구 사찰과 서귀포불교대학 졸업생 등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인터넷 음악방송을 하던 불심사 주지 성종스님과 10여 년 전 인연이 돼 매년 100~200장의 입춘첩을 선물할 뿐만 아니라 수계법회와 불교대학 졸업법회 때는 현 전 학장이 쓴 수계첩과 휘호 작품을 선물하고 있다. 2005년부터 전주 합죽선에 휘호해 하안거 때 수행 정진하는 수좌 등에게 선물하고 있다. 반야심경과 법성게를 쓴 8폭 병풍을 사찰에 보급하는 일도 전개하고 있다.

그의 서예 작품 무료 보시는 다시 학교로 이어졌다. 2016년 남원중학교를 시작으로 졸업 기념 좌우명 써주기를 해오고 있다. 각 학교에서 좌우명 관련 수업을 진행한 뒤 학생들이 각자 좌우명을 정하면 현 전 학장이 이를 휘호해 족자로 만들어 선물한다. 좌우명 족자는 학교에서 1달간 전시한 뒤 졸업식 때 졸업선물로 전교생에게 수여하며, 가족들과 좌우명 관련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 전 학장은 졸업 기념 휘호 써주기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전국의 서예가들이 각자 모교 후배들에게 좌우명을 써서 선물해준다면 무엇보다 큰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내년부터 전국의 서예가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을 전개하려고 해요. 1000명의 서예가가 1인당 100장씩 써준다면 매년 10만명의 학생에게 좌우명 족자를 선물할 수 있겠죠.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설계하고 좌우명 족자를 보면서 이를 실현시켜 나간다면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현 전 학장의 붓글씨 솜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준이다. 정년퇴직하던 1999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귀포불교대학 학장 재임 때인 2009, 학장 퇴임 후인 2013년 각각 서예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도전에서 특선 3, 입선 9회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귀포 소묵회 회장을 2차례 역임했으며 제주도서예대전 추천작가로도 활동했다. 88세가 되는 3년 뒤에는 미수(米壽)도 꿈꾸고 있다.

제 글씨는 왕희지체를 근간으로 하되 한글은 자유분방하게 쓰려고 해요. 특히 반야심경과 오도송, 법성게, 금강경오가해 등 불교 경전 구절이나 조사어록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예가 단순히 취미활동을 뛰어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저만의 포교방편이 된 셈이지요.”

현 전 학장은 정년퇴임 직전 불교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뒤 30년동안 수행과 포교에 앞장서오고 있다. 남국선원과 한마음선원 제주지원 등을 다니면서 명상 수행의 매력에 푹 빠져 틈나는 대로 정진하고 있다.

특히 침체기를 겪던 서귀포불교대학의 학장 소임을 98개월 동안 맡으며 본궤도에 올려놓았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데다가 경전암송시험, 봉정암 정기 순례, 수계법회 시 1080배 정진, 성도절 철야정진, 교수 스님 사찰 순회하며 수행도 체험하는 신행법회 정착 등을 통해 불교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의 신심을 증장시키며 불교대학 발전도 진두지휘했다.

서귀포불교대학 1기 출신인 그는 조계종 포교사단 제주지역단 서귀포총괄팀 어린이봉사팀 소속 포교사로서 매달 한차례씩 서귀포 봉림사 어린이법회를 지도하고 있다.

불자들에게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일상생활 속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줘야 하는데 현실 속 한국불교는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약하나마 저부터 불자로서, 포교사로서, 서예가로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정진 또 정진할 것입니다.”
 

신혼부부 휘호 써주는 현수언 전 학장. 사진=제주불교신문

 

현수언 전 학장은…
현수언(법명 성등) 전 서귀포불교대학장은 1935년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태어났다. 19539월 교사로 임용돼 19998월 서귀포 법환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2000년 서귀포불교대학 1기로 입학한데 이어 20037월부터 98개월동안 학장 소임을 맡아 불교대학의 발전을 도모했다. 조계종 포교사로서 봉림사에서 어린이법회도 맡고 있다. 특히 1976년 서귀포서화 동호인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서예 붓을 든 현 전 학장은 소암 현중화 선생으로부터 17년간 사사하며 서예 실력을 쌓았다. 40년 넘게 서예가의 길을 걸으면서 3차례 개인전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가훈 써주기, 학생 좌우명 써주기, 입춘첩 선물하기 등 서예를 통한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통령표창과 국민훈장 동백장, 붇다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서귀포=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신문3544호/2019년1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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