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67> ‘장자 종단’ 조계종 - ④정체성 강화와 포용<끝>
[함께 쓰는 화두 ‘한국불교’] <67> ‘장자 종단’ 조계종 - ④정체성 강화와 포용<끝>
  • 박부영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9.11.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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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 출가 정예화의 길 옳지만 현실은…

스님 노동력화 옛말 오래
뛰어난 출가자 양성이 답

수행과 포교만 전념하며
운영 의식은 법사가 전담
엄격한 선발 교육 통해서
‘불교성직자’ 활용할 수도

출가자 수는 줄어드는 반면, 종단과 불교관련 성직자가 증가하는 ‘이상 현상’에서 조계종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출가자 감소는 종단 근간을 흔드는 재앙과도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사찰을 맡길 스님 부족이다. 이미 지방 작은 사찰은 빈 절이 나오고 있다. 중부 지방의 한 교구는 몇 해 전 비구 스님이 맡아오던 절을 비구니 스님에게 넘겼지만 이 스님이 며칠 살지 못하고 떠나는 바람에 빈 채로 두었다. 불교세가 강하던 영남권도 출가자 감소 바람을 비켜가지 못했다. 시골에 절을 지었다가 신도가 부족해 대도시에 다시 포교당을 낸 스님도 있다.
 

독신 출가자 수는 줄어드는데 대처승 혹은 재가 관련 종단과 사찰이 늘어나는 현실은 조계종으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을 던진다. 사진은 조계종단 사찰이 아닌 불교행사에 모인 신도들 모습. 이들 대부분은 조계종 소속 사찰에 적을 둔 신도다.
독신 출가자 수는 줄어드는데 대처승 혹은 재가 관련 종단과 사찰이 늘어나는 현실은 조계종으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을 던진다. 사진은 조계종단 사찰이 아닌 불교행사에 모인 신도들 모습. 이들 대부분은 조계종 소속 사찰에 적을 둔 신도다.

비어가는 시골 절 

비구 스님들이 수입 부족으로 시골 절을 기피한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대처승이다. 이들은 가업을 물려받거나 불교대학에서 간단한 과정을 마치고 종단을 창종한다. 한 때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났던 유사조계종도 그 연장선이다. 

‘불교성직자’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출된다. 최근 가장 많은 경로가 불교대학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평론 79호>에 실린 ‘한국불교의 탈종교적 신행행태와 미래’ 에서 이들이 몇몇 불교대학이나 대학원대학을 통해 교육받고 삭발염의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불교조계종단의 종도를 제외한 출가자들이 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은 동국대, 위덕대, 원광대뿐이고 서울불교대학원대학, 동방불교대학원대학, 능인불교대학원대학 등이 전부이다. 여기서 공부한 사람들의 수를 분석해 보면 승려임을 표방하는 다수가 정규적인 불교공부나 수행과정 없이 삭발염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의 불교대학도 불교성직자를 배출하는 주요 통로다. 특히 부산은 특정 불교대학 출신들이 집단적으로 삭발염의하여 사찰을 만들고 종단연합회까지 결성할 정도로 세가 강하고 활발하다. 

불교성직자 배출이 활발한 이유는 스님이 되는 과정이 간단하고 종단 설립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위 글에서 “불교계의 종단 난맥상이 나타난 가장 주된 이유는 법인이나 단체설립이 자유롭고, 출가를 규제하거나 점검할 법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 다수는 대한불교조계종단을 비롯한 규모화 된 종단에 소속되었던 스님들이 독립했거나 정상적인 출가 및 수계 절차 없이 개인의 원력으로 삭발염의한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역 군승도 조계종에서는 아까운 인재들이다. 20년 전후 포교 신도교화를 해온 스님이 한창 활동할 나이인 40~50대에 결혼했다는 이유로 다른 종단으로 가는 현실은 종단 차원에서 큰 손실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재가종단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글에서 김 교수는 “재가불자들이 종교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사례들도 있다”며 대표적 사례로 ‘대승불교양우회’를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승불교양우회는 2003년 발족하여 2006년 재단법인으로 등록했으며 재가불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전북 완주 삼방사 본원을 비롯하여 전국에 8개 사찰과 지부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재가불교 단체들이 전국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은 종단의 설립과는 또 다른 특징을 내포한다”며 “이들 단체의 대다수는 전통 종단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신행활동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풍토는 전통 종단이 재가불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빈자리 채우는 대처승

결국 시간이 흐르면 이들은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여 갈수록 줄어드는 독신 출가자의 빈자리를 채우려 들 것이다. 종단이 지금부터 대처를 하지 않으면 시간은 대처승과 재가자들 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독신 출가를 준수하는 조계종이 선택할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수 독신출가승으로 종단을 정예화하는 정체성 강화다. 지금까지 출가자는 대외적으로는 스승을 표방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노동력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이래로 자급자족하던 전통이 최근까지 계승됐다. 선농일치(禪農一致) 선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농사, 사찰 정비, 불사에다 심지어 1970년대까지 고시생 하숙까지 했다. 

그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스님들은 농사일은 해 본 적이 없고, 비구니 스님들은 공양간 일이 서툴다. 비구니 가람의 한 노스님은 “선원 수좌스님들에게 농사일을 시켰더니 잡초와 농작물을 구분 못해 전부 뽑는 바람에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갓 출가한 사미니 스님은 공양간 일이 서툴러 속가 어머니가 와서 돕는다”고 말했다. 스님들이 하던 사중 일은 대부분 임금 노동자나 신도들의 봉사로 대체했다. 

노동력 제공 뿐만 아니라 염불, 습의 등 스님들의 고유 역할로 분류하던 의식 분야도 재가자나 재가법사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대도시 사찰 부전이 오래전부터 환속한 전직 조계종 스님이나 타종단 대처승으로 대체했다. 

한 비구니 스님은 “타종단 스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찰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며 재가불자가 새벽예불이나 의식 집전을 맡아주는 것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식 재정 사찰운영 등 스님 역할이 재가자에게 돌아가면 스님은 설법 상담 등 교화만 남는다. 아니면 철저한 수행자로 살아가는 길 뿐이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전환시대의 한국불교, 어떻게 혁신해야하나’(불교사회연구소, 2019) 글에서 “출가자는 일체의 생산 활동에 종사하기보다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사(수행과 포교)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당장 주지직 등 기존 교역직 종무원이 담당하던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 바로 이 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담지자가 정인(淨人)이다”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정인을 돈 거래를 비롯하여 스님들이나 승가의 생계와 관련된 활동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현재 스님들이 맡고 있는 역할 중 수행과 포교를 제외한 나머지 보조 기능을 ‘정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독신출가승 제도를 강화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 사례가 혜민스님이다. 혜민스님은 종단 내 소임도 없고 사찰도 없지만 신도와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스님은 일반적 한국스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사찰에서 의식을 집전하거나 복을 구하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

스님은 강연, 텔레비전 출연, 글쓰기 등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일에 주력한다. 그 방식이 전통 미디어든 IT 든 내용은 담마(法)의 전파다. 부처님께서 법을 전하는 것처럼 혜민스님도 법을 전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는데 주력한다. 이러한 모습이 본래 승가상이다. 

혜민스님 한 명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조계종단 전체를 능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실은 종단 출가자가 굳이 많을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종단도 출가자 증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소수 엘리트를 양성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실제로 출가자와 관련된 세미나에서는 양이 아니라 질적 문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 

두 번 째는 대처승이나 종단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다. 이 대안은 그러나 아직 조계종에서는 상당한 위험을 내포한다. 자칫 종단이 독신을 포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단은 실제로 문호 개방보다는 그 반대를 택했다. 군포교가 단적인 사례다.

천태종 진각종이 상당한 기여를 하던 군포교를 조계종 단일 종단 체계로 바꾸는가하면 군승 독신 허용 종헌도 개정했다. 정체성 강화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부족한 출가자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은퇴출가자에서도 독신은 필수 조항으로 제한했다. 

독야청청의 길은? 

문제는 독신출가승이 줄어드는 반면 대처승은 급속히 늘어나는 현실에서 우리 종단이 계속 ‘독야청청’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한 원로 스님은 “일반인들이 보면 조계종이나 대처승이나 똑같이 삭발염의하고 똑같은 의식을 하는데 이왕이면 우리 종단이 갖고 있는 교육 등 역량으로 불교를 잘 모르는 다른 종단 스님들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단의 한 재가종무원도 “우리 종단은 강력한 조직과 뛰어난 구성원들을 다수 갖춘 명실상부한 장자 종단으로 성장했으며 도제 양성 시스템은 국가 교육 시스템 못지 않게 잘 정비돼 있다”며 “다른 군소 종단에 필요한 교육이나 지원을 해도 종단이 안으로부터 흔들리거나 위협 받을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 종무원은 “전역 군승이나 전직 종단승려, 높은 교육을 받은 뛰어난 재가자 등 엄격한 선발 과정과 교육을 거쳐 종단에서 활용할 방안을 세우지 않고 현재 상황만 고수해도 장자 종단 위상을 누릴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불교신문3537호/2019년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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