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종단’답게 한국불교 전체 책임감 가져야 한다”

무종교 급격한 증가 속 종교성은 유지하면서도
사찰 교회는 안 나가는 탈종교조직화 현상 심화
조계종단 중심 관점으로 한국불교 문제 해결 불가

조계종을 일러 흔히 장자종단이라고 한다. 한국불교 맏형이라는 뜻이다. 주요사찰의 대부분이 조계종 소속이며 불교 관련 문화재도 대부분 조계종 소유다. 물질 측면에서만 조계종을 장자종단이라 부르는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 1700여년 간 이어온 역사와 문화를 조계종이 잇는다는 정통성 측면에서 장자종단이 갖는 실질적 의미가 있다. 
 

불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 종교가 위기 국면이라고 한다. 장자종단 조계종이 현재의 한국불교 위기를 해결하는데 앞서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탈종교화 사회에서 종교 역할을 모색하는 불교평론 세미나 모습.
불교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 종교가 위기 국면이라고 한다. 장자종단 조계종이 현재의 한국불교 위기를 해결하는데 앞서야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진은 탈종교화 사회에서 종교 역할을 모색하는 불교평론 세미나 모습.

1700여년 한국불교 역사 계승

물질적 정신적 측면에서 모두 한국불교 1700여년 역사를 계승한 조계종은 그래서 한국불교를 대표한다. 정부 역시 조계종을 대표종단으로 인정한다. 조계종이라는 이름의 종단은 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지만 학자들은 나말여초 탄생한 구산선문이 고려 초 조계종으로 성립한데서 기원을 찾는다.

현재 조계종이 선(禪)을 처음 이 땅에 도입한, 가지산문 개창조 도의국사를 종조(宗祖)로 모시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후 고려 수선결사, 태고보우국사와 나옹화상에 의한 조계종 통합, 조선시대 선교양종 복립 등으로 꾸준히 조계종 역사가 이어진다. 근대 이전 조계종은 오늘날처럼 종지와 종풍 조직체계를 갖춘 종단과는 다르지만 조계종이라는 이름으로 선(禪) 수행 가풍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현재 조계종과 역사적으로 닿는다. 

현재와 같은 종단 체계를 갖춘 형태의 조계종은 1941년에 출범한 조선불교조계종을 그 시초로 본다. 김광식(대각사상연구원) 박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성립과 성격; 1941~1962년의 조계종’(2012)에서 “1941년 4월에 출범한 조선불교조계종은 근대불교사에서 합법적으로 창설되고 운영된 역사성 있는 종단”이라며 “1941년 조계종이 가교가 되어서 근대기 불교, 조선후기의 불교, 신라 및 고려시대의 불교로 거슬러 올라갈 수 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학자들은 나말여초부터 이어지는 조계종의 역사가 뚜렷하지 않아서 1962년 출범한 대한불교조계종이 새로 창종한 그 이전의 한국불교 역사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단견이라는 것이 대부분 학자들의 견해다. 부처님 당시 불교 교단과 교단을 구성하는 주체들의 정체성과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제대로 계승하는 교단에서 정통성을 찾아야 하는데 종단 조직 측면에서만 정통성 여부를 재단한다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의 가르침과 의식을 회복하는 불교결사이자 그 주체를 조직하는 창종운동인 1954년 청정비구승 주도의 정화가 구산선문, 수선결사, 선문통합, 선교양종 복립 등으로 이어지는 조계종 역사와 내용과 주체의 측면에서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점은 현재 조계종의 정통성 여부를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조계종이 역사성, 정통성, 불교성에서 모두 한국불교를 대표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구산선문 이래 근대 조계종까지

문제는 현재 조계종과 한국불교가 처한 상황이다.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는 현재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다. 신도 감소, 기존 신도의 고령화, 출가자 감소, 불교 위상 약화, 미디어에 의한 불교 폄하로 인한 국민적 신뢰 하락, 재정수입 감소 등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 한국불교 문제는 곧 장자종단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제의 상당 부분이 조계종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조계종은 종단이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를 조망하며 책임질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

우선 한국불교가 처한 위기의 실상을 살펴보자. 조계종단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위기론이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거론된다. 그 계기는 2016년 통계청의 ‘2015 인구주택총조사 종교인구 통계’ 발표였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종교 인구는 크게 감소했다. 2015년 종교인구는 43.9%, 무종교인이 56.1%로 조사되었다.

통계청이 종교 인구를 조사하기 시작한 1985년 이래 처음으로 무종교인 인구가 절반을 넘었다. 그 중에서도 불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2015년 조사에서 불교 인구는 총인구의 15.5%,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친 기독교 인구는 27.6%였다. 불교 인구가 10년 만에 300만 명 정도가 줄어 제1종교 자리를 기독교에 내주었다는 발표에 불교계는 아연실색하며 통계 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그만큼 받은 충격이 컸다.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그리고 결론은 탈종교화였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가장 눈에 띄는 대책이 조계종단의 백만원력 결집불사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이 처한 위기를 탈종교화와 세속화에서 찾고 그 해결책으로 백만원력결집을 제시했다.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종단 지도부 역시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탈종교화는 불교 뿐만 아니라 전 종교 문제이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찍이 유럽에서 시작된, 사회법칙이기 때문에 한 종교집단의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불가피성을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단 지도부가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불교의 감소 추세가 다른 종교보다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종교인의 증가가 종교조직 이탈과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즉 종교성은 유지하면서 교회나 사찰에서 이탈하는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탈종교화가 사실은 탈종교조직화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한국불교의 탈종교적 신행행태와 미래’(불교평론 79호)에서 탈종교화 유형을 △무종교인의 증가로 나타나는 탈종교화 △기존 종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탈종교화 △종교 혼합주의로 나타나는 탈종교화 세 가지를 들었다. 이 중 기존 종교 권위에 도전하는 탈종교화와 종교혼합주의가 탈종교조직화에 해당한다. 

탈종교 탈종교 조직화 현상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인권 자유 다양성 옹호의 사회 흐름과 다른 종교계 보수 분위기 즉 낙태나 동성애 등을 반대하는 보수 종교계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종교인이 늘어난다. 가장 큰 이유는 종교계와 종교인의 부패 타락이다. 이러한 부패는 과거와 달리 쉽게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종교 신자의 이탈을 부추긴다.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도 한몫 한다. 사찰이나 교회 구성원은 주로 여성신자들인데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종교에 무관심해 진다. 

기존 종교권위에 대한 도전은 성직자의 도덕성 윤리성 저하가 원인이다. 종교혼합주의는 유사종교나 신종교에 대한 관심을 말한다. 불교 신자가 불교와 유사한 신흥종교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요인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아예 종교를 버리기도 하지만 다른 종교를 찾거나 자신의 종교는 유지한채 교회나 성당 사찰을 찾지 않는 탈조직화로 반응한다. 

한국의 전 종교가 위기 국면

탈종교조직화에 관해 많은 연구를 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곳은 기독교다. 근세와 더불어 탈종교현상을 경험하고 그 여파를 겪고 있는 기독교계는 이에 관한 연구도 활발하다. 

정경일(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은 ‘탈종교 시대, 그리스도교의 탈-향 운동’(불교평론 79호)에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10년 전의 같은 조사 결과에 비해 불교와 가톨릭 신자 수가 크게 감소하고 유독 개신교 신자 수만 증가하면서 가톨릭을 제외한 개신교 단독만으로도 최대종교가 되었는데도 기독교계가 기뻐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가 “실제 교회 현장에서의 각 교단별 자체 조사 및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교인 수가 해마다 크게 줄어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 신자의 정체성은 갖고 있지만 기존 교회는 더 이상 ‘안 나가’는 신자를 일러 ‘가나안 신자’라고 한다. 

정 원장은 “전국 조사에 따른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학자들은 가나안 신자 수를 적게는 약 100만에서 많게는 약 300만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교회현장에서는 교인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탈교회 현상이 심각하다”며 “탈교회 현상의 특징 중 하나는 청년세대의 이탈”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교는 이와 관련한 조사 연구를 하지 않아 정확한 실상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본다. 불교는 아예 청년과 청소년층이 불교로 유입이 미미하다고 할 정도로 이 계층과 거리가 멀다. 그나마 사찰을 지탱하던 여성신자인 ‘보살’은 신규 유입은 더 이상 없는 상태에서 기존 신도들은 나이 들어가는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이와같은 탈종교조직화 경향은 조계종이 종단의 관점에서 한국불교를 더이상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음을 일러준다. ‘장자종단’ 답게 한국불교 전체를 책임지지 않으면 종단으로서 조계종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 조계종의 정체성과 함께 새로운 역할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불교신문3529호/2019년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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