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스님 됐지만 누구보다 불교공부 열망”

대도시 舊 도심 지키는 대처승
조계종서 환속 후 유사조계종
다양한 이유로 스님들 늘어나

경전 염불 등 종단 개설 과목
타종단 스님들도 수강해 공부
타종단 이유 외면 어려운 현실

부산 사하구는 구 도심에 속한다. 산복도로는 부산 구 도심을 한 마디로 대표하는 용어다. 산을 따라 수직으로 다닥다닥 붙은 집들 사이로 난 수평길이 산복도로다. 산복도로는 가난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아파트 평수를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듯 부산에서는 과거 산복도로와 그 아래 동네가 계층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1980년대까지 산복도로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골목은 온통 뛰노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했다. 
 

최근 유사 조계종을 비롯해 종단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다양한 이유로 스님이 된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염불 불교 교리 등 공부를 목말라한다. 무비스님 화엄경 강설에 다른 종단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보인다. 불교신문
최근 유사 조계종을 비롯해 종단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다양한 이유로 스님이 된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염불 불교 교리 등 공부를 목말라한다. 무비스님 화엄경 강설에 다른 종단 가사를 수한 스님들이 보인다. ⓒ불교신문

산복도로 위의 사찰

가장 높은 곳에는 보통 집보다 규모가 약간 큰 절이 있었다. 주지는 친구의 아버지였다. 스님도 당연히 결혼하는 줄 알았다. 절은 마을의 지주였다. 좋은 일 궂은 일도 절 스님을 찾아 상담하고 가르침을 받았다. 교회도 같은 역할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교회는 산복도로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성에 눈을 뜨는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교회로 갔다. 여자아이들은 잘생긴 대학생 오빠나 전도사를 보러, 남학생들은 그 여학생을 보러 갔다. 교회에서는 밥 먹을 때 기도를 하라고 했지만 교회 다닌다는 말을 꺼냈다가는 학교도 못 갈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입도 뻥긋 못했다. 친구들에게도 함구다. ‘계집애처럼 교회 다니냐’고 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30~40여년 전 부산 이야기다. 성경을 끼고 다니면 사람들이 수근거릴 정도로 불교세가 강했던 부산은 이제 옛말이다. 골목에서 뛰놀며 할매 엄마 손잡고 절에 가던 꼬마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해운대 광안리 사직동 등 신도시로 갔다. 신도시에는 세계에서 신도가 가장 많다는 여의도 순복음교회보다 더 큰 교회가 있다. 

어른이 된 남자 아이는 이제 부인 눈치가 보여 마지 못해 교회를 가거나 절에 가지 않는 것으로 타협했다. 아이는 교회를 간다. 청소년 포교에 가장 헌신적으로 뛰는 기장 동림사 주지 스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운대 중학교 한 반에 절에 다니는 아이는 2명에 불과하다. 전국에서 불교세가 가장 강하다는 부산이 그렇다. 

산복도로는 여전히 있다. 절도 있다. 손자를 데리고 절에 가던 할매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났고 엄마가 할매가 돼 홀로 산다. 옛날 대처승 주지도 떠난 지 오래다. 새 주지는 직장생활을 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절을 물려받았다. 

쉰이 넘어 갑자기 가업을 승계한 주지는 불교의식이 아직 서툴다. 대안으로 삼은 일이 복지며 문화다. 나이든 신도들이 많아 복지는 이 동네에 아주 절실한 과제다. 도로 아래로 내려가 노인 무료급식을 했다. 가을에는 산사음악회라는 이름으로 동네 잔치도 열었다.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다. 사람이 모이니 표가 필요한 정치인들이 찾아오고 대우를 했다. 정치인이 찾으니 경찰서 구청 등 공무원들의 대접이 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염불도 입에 익었다. 승복도 자연스러워졌다. 

여유가 생기면서 인근 지역 비슷한 ‘스님’들을 챙겼다. 절을 운영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보살에게 카운슬링도 했다. 절 운영, 신도 관리, 의식까지…. 

지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소문이 나면서 비슷한 스님들이 많은 것을 알았다. 모임을 만들었다. 사암연합회가 생겼다. 

낡은 가옥이 동네를 이룬 연제구의 한 사찰 주지 스님은 원래 조계종이었다. 결혼하는 바람에 절을 나와 새로 종단을 만들었다. 신도들에게 종단은 중요하지 않다. 조계종에서 행자생활하고 교육을 받아 아무리 봐도 ‘큰스님’이다.

‘큰스님’은 인자하며 주변 어려운 이웃도 열심히 돕는다. 다른 지역 대처승들로부터도 존경을 받는다. 나이 들어 가업을 승계하거나 불교대학을 다니다 내친김에 삭발염의한 다른 ‘스님’들과는 행동 말투 법문 품격이 남다르다. 스님은 자연스럽게 좌장이 되었다. 

2015년 포항 보경사는 불교 염불대학원을 개설했다. 이 학교는 1년간 상주권공, 대령관욕, 신중39위 작법, 지장청, 관음시식, 화청을 비롯해 천수바라, 도량게, 사다라니 등 작법을 가르쳤다. 이밖에 북, 태징, 목탁, 요령 등 사물의 사용법도 익히게 했다.

당시 불교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경사 염불대학원 강주 일관스님은 “아직까지 염불이나 각종 의식에 대한 저변이 넓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불교의식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학인을 모집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강 대상자는 스님뿐 아니라 출가예정자와 재가자까지 범위를 넓혔는데, 의외로 다른 종단 스님들이 대다수였다. 

‘준비되지 않은 스님들’ 

여러 가지 이유로 절을 맡게 된 ‘스님’들이 불교의식에 가장 목말라 했던 것이다. 그만큼 준비되지 않은 타종단 스님들이 많았다. 똑같은 현상이 무비스님의 경전 강의에서도 보였다. 무비스님이 부산 문수선원에서 개설한 화엄경 강설에는 종단 스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종단스님들도 수강했다. 다른 종단 스님들은 대강백 무비스님으로부터 경전을 연찬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조계종 스님들이 불편해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후 조계종 교육원에서 개설한 연수 과목에는 종단 소속 스님들로 한정했다. 기회를 잃은 다른 종단스님들은 아쉬워했다. 

당시 기자와 만난 한 재가법사는 “홍가사를 수한 타종단 스님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 일이 조계종 스님들에게는 몹시 불편하리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조계종 아니면 이런 수준 높은 강의를 개설할 수 있는 다른 종단은 없어 조계종이 전체를 포용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털어 놓았었다. 종단으로 출가하는 스님은 줄어드는데 종단은 급속히 늘어나고 더불어 불교 성직자도 늘어나는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김응철 교수(중앙승가대)가 발표한 ‘한국불교의 탈종교적 신행행태와 미래’(불교평론 제79호)에 따르면 최근 들어 종단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불교계 종교단체 수는 총 482개인데 확인된 단체는 146개다. 이 146개 종단 중 사찰 수가 1개인 단체가 58개(39.7%)로 가장 많다.

2~5개 사찰 27개(18.5%), 6~10개 사찰 8개(5.5%), 11~50개 사찰 22개(15.1%), 51~100개 사찰 6개(4.1%) 101~200개 사찰 12개(8.2%), 201~1000개 사찰 9개(6.2%), 1000개 이상 사찰 4개(2.7%) 등으로 나타났다. 10개 미만 사찰을 둔 종단이 70%이상인 것이다. 

보유 사찰의 수가 가장 많은 종단 순으로 살펴보면 한국불교태고종 3526개, 대한불교조계종 3185개, 대한불교대각종 1629개, 대한불교미타종 1586개 등으로 조사되었다. 공신력을 인정받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29개 종단으로 한정하면 대한불교천태종 160개, 대한불교진각종 116개소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김 교수는 “전체 종단들 중에서 조계종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단체는 약 1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조계종단에 승적이 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분석해 보면 다수의 신흥종단이나 불교단체들이 조계종을 비롯해서 규모화된 거대 종단에서 벗어나서 활동하거나 개인적인 원력으로 종단과 사찰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급속히 늘어나는 타종단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김 교수는 “불교계의 종단 난맥상이 나타난 가장 주된 이유는 법인이나 단체설립이 자유롭고, 출가를 규제하거나 점검할 법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 다수는 대한불교조계종단을 비롯한 규모화된 종단에 소속되었던 스님들이 독립했거나 정상적인 출가 및 수계 절차 없이 개인의 원력으로 삭발염의한 사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 종단 소속 스님들이 나와 과거에는 다른 종단에 들어갔다가 법인 설립이 자유로워 지면서 종단을 등록하는 식으로 별도 살림을 차린 것이다. 

김응철 교수는 “탈종교화 현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불교계는 그 여파로 출가자의 급감이라는 현실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불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에 관계없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지만 조계종단을 비롯한 주요 종단의 출가자는 급감하고 있는 반면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단의 수와 성직자 연하는 사람들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즉 독신 출가자의 수는 감소하지만 재가 법사를 비롯하여 포교승의 수는 증가하는 모순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종교단체를 떠나서 새롭게 종교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조계종 출가자 수가 줄어드는 반면, 다양한 이유로 삭발염의하며 사찰을 지키고 종단을 만드는 ‘불자’ 들이 급속히 늘어나는 ‘이상현상’은 조계종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탈종교 사회를 맞는 조계종 앞에 놓인 숙제다. 

[불교신문3533호/2019년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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