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영산재 광화문서 봉행

조계종은 제주4.3사건 70주년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영산재를 봉행했다.

“그 얼마나 억울하고 슬펐을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참회하고 참회합니다. 제주 4.3희생자 영가시여, 이제 남은 미련 모두 버리시고 극락세계로 가옵소서.”

조계종(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오늘(4월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주4.3 70주년 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영산재’를 봉행했다. 이날 영산재는 4.3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3만여 명의 희생자와 16명의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자리로 종단차원에서 처음 마련했다. 또한 4.3사건 추모와 아픔 치유를 위한 움직임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불보살에게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영산재 작법의식을 하고 있는 스님들 모습.

제주4.3사건은 1948년 해방 후 새로 세울 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념갈등이 폭력적으로 표출돼 무고한 일반인을 비롯해 약 3만여 명의 희생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무차별한 살상에 못이긴 주민들이 사찰로 피난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37개의 부처님 도량이 훼손당하고 16명의 스님이 입적하는 등 불교계의 수난으로도 기록돼 있다.

조계종, 광화문서 4.3희생자
극락왕생 발원 영산재 봉행

종단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서 제주의 아픔 보듬겠다”

총무원장 스님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영산재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총무원 총무부장 정우스님이 대독한 추모사를 통해 “오늘 영산재를 통해 제주4.3사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며 “이와 함께 모진 아픔으로 숨죽여 살아왔던 제주도민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치유돼 평온함이 오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아픔과 고통에 대한 진실이 규명되고 피해자 명예회복이 이뤄지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을 비롯해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등 억눌린 역사가 올바르게 쓰여 지는 진실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 종단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억눌린 역사가 올바르게 쓰여 지는 진실한 시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추모사를 대독하는 총무부장 정우스님 모습.

이날 의식은 중요무형문화재 50호 영산재 이수자 동환스님을 비롯해 6명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됐다. 양손에 바라를 들고 무릎과 허리를 구부렸다 피는 바라춤으로 불보살에게 공양 올리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바라의 청정한 울림과 범패소리가 모아져 장엄한 모습을 연출했다.

제주 4.3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불보살에게 발원하는 화청(和請)의식을 시작되자 광화문 광장에는 구슬픈 곡조와 엄숙함이 감돌았다. 참석자 전원이 희생 영단에 예를 올리며 한 마음으로 고혼들의 넋을 기리는 시식(施食)의식이 이어졌다.

영산재 참석대중의 모습.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스님들을 비롯해 4.3사건 희생자 유족, 일반 시민 등 200여 명이 자리에 함께했다.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를 비롯한 유족들은 아픔을 함께 치유하려 노력하는 종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김성보 4.3 제70주년범국민위원회의 공동대표는 “제주4.3사건 70주년을 그동안 숨겨졌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의 명예가 회복시킬 수 있는 시작점으로 삼겠다”며 “그 시작에서 함께 도움을 주는 조계종을 비롯해 불교계와 불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4.3희생자 유족으로 이날 영산재에 참석한 부청하(서울 관악구, 75) 씨도 당시 북촌리 집단 학살터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살아생전 광화문 광장에서 이렇게 크게 4.3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자리가 열릴 줄 몰랐다”며 종단에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같은 날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0주년 추념식에 불교계 대표로 직접 참석해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에게 위안을 건네는 시간을 가졌다.

영산재에 앞서 희생자 분향소에서 조화하는 스님들 모습.
이날 영산재에 참석한 참석대중들도 한마음으로 제주4.3사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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