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보 반가사유상’ 특별전서

일본불교만 의식허용, 한국은 불허

신앙대상이 아닌 문화재로만 인식 

신앙의 대상인 불상을 문화재로만 인식한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료적 태도가 또 다시 문제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5월23일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 개막식 식전행사로 일본 주구지(中宮寺) 측 불교의식을 허용한 반면 한국 불교의식은 불허해 불교계 반발이 거세다. 논란이 일자 5월26일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사과했으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한일국보반가사유상의 만남’ 특별전은 우리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 주구지 목조반가사유상을 나란히 전시한 최초의 자리다. 6세기 후반 조성된 금동반가사유상과 7세기 후반 조각된 목조반가사유상은 재질과 크기는 다르지만 자세가 동일해 한국의 불교문화가 일본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성보문화재인 동시에 문화유산이다. 

한일불교 문화교류를 보여주는 반가사유상 전시를 하면서, 주구지 스님들은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운식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 간기지(歡喜寺) 비구니연구소 스님들이 한국 비구니 스님과 같이 준비하자며 연락을 해와 국내에서도 간단한 의식을 준비했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일본 측 의식을 허용한 반면 한국의 불상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유 문화재이기 때문에 어떤 불교의식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박물관의 이같은 결정에 일본 스님들이 주구지 반가사유상을 두고 50분가량 이운의식을 봉행하는 동안,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철저히 소외됐다. 금동반가사유상 앞에는 경계선이 세워졌고, 관람객과 취재진들은 우리 불상을 등지고 일본 스님들의 의식을 지켜봤다. 행사장에 있던 한 스님은 “주인이 안방에서 홀대를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불교성보문화재를 신앙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는 사례로 그간 수차례 지적받아 왔다. 사리장엄구전을 하면서 사리를 문화재로 여겨 함께 전시하거나, 경천사지십층석탑 해체복원 당시에는 사리공에 이건기를 넣었다가 탑에 사리를 봉안하는 전통적 불교의식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사리기를 다시 봉안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얼마 전 스님의 사리를 봉안했던 법천사지광국사탑 해체수리복원 과정에서도 간단한 불교의식 없이 탑의 상륜부를 크레인으로 옮기는 것으로 해체시연행사를 갈무리 했다. 이는 불교문화재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의 인식수준을 보여준다.

총무원 문화부장 정안스님은 “박물관에 있다고 해서 불교성보는 박물관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것이고 박물관은 국민을 대신해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불교성보가 아름다운 것은 부처님 가르침의 뜻을 이해하고 신심을 바탕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를 다루는 공무원들이라면 되새겨봐야 할 얘기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종단을 찾아와 사과했지만, 공개사과나 차후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 형식적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오는 21일부터 7월10일까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전시가 예정돼 있다. 일본 스님들은 도쿄에서는 한국 스님과 같이 이운의식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이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 수 배우고 돌아와야 할 듯싶다.

[불교신문3205호/2016년6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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