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는 12월16일 밤 9시30분(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제15차 회의를 개최해 연등회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결정을 했다. 이로써 1200년간 내려오는 연등회는 민족문화유산을 넘어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문화 다양성의 원천인 무형유산을 보호하는 국가 국제적 협력 지원 제도로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고려해 지정한다. 1992년 유네스코 프로그램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서 시작해 점차 대상을 확장하고 국제적 협약을 강화하면서 2006년부터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불리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연등회가 포함되면서 총 21개의 무형 문화유산을 지니게 됐다. 이는 세계 3위다.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아리랑, 김장, 줄다리기, 씨름 등이 있으며 불교 관련은 2009년에 등재된 영산재에 이어 연등회가 두 번째다. 강릉단오제도 그 원형이 범일국사를 기리는 데서 출발했으므로 넓게는 불교 관련 유산에 포함된다. 

온라인으로 전 세계 회원국들에게 생중계된 유네스코 회의결과가 나온 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연등회는 오랜 세월동안 민족과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문화유산으로, 공동체가 화합하여 시대와 함께 전승되어 왔으며, 국민과 함께 하는 대표적인 화합의 문화유산으로 발전을 거듭해오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연등회는 인류를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밝혀주신 부처님 탄생을 경축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삼독심을 벗고 다 같이 행복을 누리겠다는 염원을 담아 나이 성별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어우러지는 화합과 축제의 장이다. 

인도에서부터 시작해 불교가 국교였던 신라, 고려는 물론 불교를 탄압했던 조선대에도 연등회는 멈추지 않았다.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들고 각종 장엄물을 앞세워 모든 사람들이 나와 도시와 마을을 걷던 연등회 형식과 의례는 1200여년 간 변하지 않았다.

현대에 들어 불자들 뿐만 아니라 비종교인 외국인들도 참여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유네스코는 고대 국가부터 내려오는 원형을 유지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잘 구현하며 축제와 화합의 한마당으로 치르는 연등회를 인류가 영원히 기억하고 존속해야할 무형의 유산으로 인정한 것이다. 

연등회가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데는 종단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 전국 사찰과 불자들의 적극적 참여,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1년 전부터 연등회 형식과 내용 참여 대상을 정하는 연등회 사무국의 치밀한 준비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감각을 살린 각종 등을 준비하는 사찰과 신도들, 동국대에서부터 조계사에 이르는 구간에 등을 들고 참여하는 시민과 불자들, 교통 체증을 감내하고 박수를 보내주는 시민이 연등회 주인이다.

그래서 연등회가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사는 대한민국이 함께 기뻐하고 박수칠 경사다. 

[불교신문3640호/2020년12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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