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손잡고 이 자리에서 불국정토 만들어 갑시다”
“함께 손잡고 이 자리에서 불국정토 만들어 갑시다”
  • 엄태규 기자
  • 승인 2020.11.27 23:04
  • 호수 3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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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1>조계사 선림원장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남전스님은 11월2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된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첫번째 법석에서 부처님 전도선언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며 “새롭게 53선지식 전법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다잡고 전도선언을 마음에 새기는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 회원들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br>
조계사 선림원장 남전스님은 11월2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된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첫번째 법석에서 부처님 전도선언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며 “새롭게 53선지식 전법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다잡고 전도선언을 마음에 새기는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 회원들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선재동자의 구도 여정을 따라 우리시대 선지식을 찾아 53개월 동안 가르침을 청했던 53선지식 구법여행의 두 번째 여정이 첫걸음을 시작했다. 불교신문과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는 11월27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53선지식 구법여행 시즌2’ 첫 번째 법회를 봉행했다. 구법여행 시즌2는 이날 첫 번째 법회를 시작으로 2025년 3월까지 53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날 법회는 대면행사 시 수용 인원을 20% 이내로 제한한 종단 지침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가운데 진행됐다. 조계사 선림원장 남전스님을 초청 법사로 열린 이날 법회는 ‘다시 떠나는 전법여행’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선림원장 남전스님은 부처님 전도선언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며 “새롭게 53선지식 전법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다잡고 전도선언을 마음에 새기는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 회원들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스님의 법문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모두 코로나19 난관을 뚫고 이 자리에 오셨다. 다들 무탈하신지 모르겠다. 2015년 11월로 기억하고 있다. 오늘도 마침 11월이다. 53선지식 구법여행, 구도법회를 주제로 총동문회에서 불교신문과 함께 어려운 여정을 잘 마쳤다. 53선지식의 근원은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의 구법여행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문수보살께서 발심한 선재동자에게 구법여행을 통해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라고 청하셨고, 마지막에 보현보살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으로 구법여행을 마치게 된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이 자리를 거쳐 가시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구법여행 시즌1이 많은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 여러분들은 듣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법문을 듣고 그 말씀 속에서 찾아야 하는 본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좋은 법문이 삶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 ‘다시 시작하자’는 주제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겠다. 오늘 53선지식 구법여행을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면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부처님 전도선언, 그 속에 담긴 전법의 의미를 말씀 드리고 싶다. 전법이라고 하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해야 한다. 전법을 한문으로 쓰면 두 가지 한자로 쓸 수 있다. 첫 번째는 초전법륜의 전(轉)이다. 이 전(轉)자는 구를 전, 펼칠 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스로가 진리를 배우고 익히고 아는 것, 이것이 구를 전에 담긴 전법의 의미다. 우선은 스스로가 진리를 배우고 익히고 아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전할 전에서 말하는 전(傳)이다. 흔히 알고 있는 진리를 전한다는 의미에 전법이다. 이 두 가지는 동시에 함께 이뤄져야 한다.

초전법륜에서 말하는 굴리고 펼친다는 전의 의미는 법을 알고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발심은 발보리심의 줄임말이다. 평상시에 안이비설신의 감각기관 통해서 색수상행식 오온의 방법으로 세상의 많은 것들을 접하고 관계하며 우리의 생각, 행위들을 만들어 간다. 그러다가 문득 선지식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바른 길로 들어서게 된다. 생각생각에 지혜를 담고 그 지혜로 자신의 성품, 자기의 본 자리를 보게 된다. 두루두루 지혜로서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 가게 된다. 그것을 발심이라고 한다. 보조지눌 스님께서는 그것이 깨달음과 다르지 않다고 하셨다. 발심즉각이라는 가끔 말을 쓴다. 발심한 그 때가 곧 깨달음이다. 세상을 자기 고집대로 살다가 어느 날 계기가 있어서 이 진리의 길에 들어온 순간 그것이 깨달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발심시변정각도 이런 말씀이다.

우리의 삶을 한 번 돌아보자. 부처님께서는 옷입고, 밥먹고, 배설하고, 잠자는 것이 보통의 삶, 삶의 본 모습이고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하셨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물질이 필요하다. 돈, 권력, 명예가 있으면 좋다. 그런 것들로 우리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재물과 권력, 명예라는 것은 삶에 온전히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것이 부족한 것에서 오는 것이 생활고다. 보기에 부족하지 않지만 더 갖고자 하고 비교하면서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생활고 때문에 무리수를 두고 성내고 욕심내고 화내고 하지만 생활고 보다 더 중요한 괴로움이 있다.

인생고다. 인생고는 생로병사의 문제다. 생로병사가 왜 괴로운가. 태어난 것이 없어져서 괴롭다. 소유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돼 있다. 사라지면 허망해진다. 허망해지는 것을 괴로워한다. 소유가 사라지고 허망함을 가져오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소유하는 순간에는 그것이 즐거움인지 괴로움인지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되고, 사라지면 허망해지고. 허망해지면 괴로워진다. 이를 제대로 아는 것이 부처님 법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하지만 소유하는 순간 생기는 괴로움을 알지 못한채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자꾸 물려주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부모님은 부처님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처님께서는 라훌라에게 무엇을 물려주셨는가. 해탈의 길을 일러주셨다. 자식을 가장 사랑한 부모님이 바로 부처님이다. 우리는 이를 잘 모르고 있다. 가진 것이 괴로움인지 모르고 자녀들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그것이 욕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법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진리를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부처님의 법이 여러분의 안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하고 기대한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50년 전만 해도 60세 정도가 되면 대부분 돌아가셨다. 지금은 60세를 청춘이라고 한다.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건강한 신체는 어느덧 병들고 늙어지게 돼 있다. 육신이 아닌 정신의 힘,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한다. 마음가짐이 이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결정하게 된다. 준비를 해야 한다. 병이 생기고 늙어가기 때문에 인생이 힘들게 된다. 이를 이겨내는 것은 정신의 힘, 수행의 힘이다.

매일매일 일과로 기도하고 수행해야 한다. 매일매일 기도하고 수행하고 해야 한다. 기도의 힘이 우리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남은 생을 이끌어가는 큰 힘이 된다. 수행은 내 삶을 온전히 지탱해 주는 힘, 힘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정신의 힘은 수행을 일과로 삼을 때 무럭무럭 자라나게 된다. 지혜를 일과로 삼을 때 커지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전법해야 한다. 구를 전에 담긴 전법이 바로 이런 의미다.

전할 전이 의미하는 전법, 53선지식 구법여행을 하는 의미가 여기가 있다. 전법하면 부처님 제자 가운데 부루나 존자가 떠오른다. 부루나 존자와 같이 목숨을 걸고 전법을 하겠다는 것, 불자가 전법을 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죽을 각오를 하고 전법을 다는 의미는 나에게 주어진 삶, 인생을 훨씬 보람되고 가치있게 꾸려 나가야 하겠다는 뜻이다. 전법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고 수행하면서 번뇌 망상이 사라지는 기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삶 자체가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지혜로 충만한 그 경험을 느꼈다면 당연히 전하고 나누려고 할 것이다. 여행을 가게 되면, 경치가 좋은 곳을 보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가까운 이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오르게 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근본적인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의 기쁨을 이루고 나서 이것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셨다. 함께 공부했던 5명의 수행자들과 이를 나눈 것이다. 깨달음의 기쁨, 정각의 기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셨던 것이다. 여행가서 가까운 이들을 기억해 내듯이, 나누려고 하는 생각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45년 동안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던지 심지어 부처님을 욕하고 비난했던 이들과도 법을 나누고자 하셨던 것이다. 부처님 열반 이후에는 부처님 제자들이 법을 기록하고 법을 전하고 했던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법을 전할 수가 있다. 이것은 아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진리의 기쁨이 진심으로 전해지기 위해서는 기쁨의 경험을 스스로 느끼고 자각해야 한다. 부처님께서는 무언가를 바라고 공덕을 바라고 전법하셨던 것이 아니다. 전법의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설법하신 것은 가르침을 전해 줄 대상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법을 설했던 것이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부처님 법이 오늘날까지 26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전법은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이들,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다. 하는 것만으로 소명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상대가 거절하더라도 그것으로 그만이다. 스스로의 이익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전법해야 한다. 공덕이나 나의 이익을 위해 전법해서는 안된다. 인연이 잘 만들어지면 이뤄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전법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그들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해야 한다.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넉넉하게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

진리로써 우리를 이끌어 주는 도반을 흔히 선지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좋은 친구, 선우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선지식과 선우를 만나는 것은 도를 이룬 것과 다름없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어려울 때 등불이 되고 정법의 울타리가 되어 준 많은 선지식과 도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갚기 위해 이제는 스스로가 등불이 되고 울타리가 되어주자. 불국정토를 건설한다는 마음,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아늑한 먼 곳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함께 손잡고 밝고 따뜻하게, 살맛나는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갈 때 불국정토는 바로 이 자리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다.

혼자 보다는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좋다. 조금씩 조금씩 부처님의 세상으로 나아가자. 나와 너를 넘어서 모든 것이 평등하다는 지혜의 씨줄을 만들고, 모든 생명이 두루두루 평화와 행복을 갖는 자비심으로 날줄을 만들어서 촘촘히 만들어가자. 그 완성은 먼 여정에 남아있겠지만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큰 수행이 되고 행복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전법의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구법여행 시즌2를 맞아 다시 새롭게 전법여행을 떠나는 마음을 다잡아 보자. 부처님 전도선언에 담긴 전법의 의미를 항상 마음에 새기기를 바란다.
 

정리=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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